풍남동 은행나무 풍경과 자만마을 벽화 - 전주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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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남동 은행나무 풍경과 자만마을 벽화 - 전주의 가을
  • 장태동 (여행작가)
  • 승인 2013.11.17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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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나무 가로수길은 많이 봤어도 은행나무가 모여 있는 마을은 처음이다. 수령 100여 년부터 600년에 이르는 은행나무가 곳곳에 우뚝 서서 마을을 지키고 있다.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을 지나 산동네 골목길로 올라가면 갖가지 벽화가 여행자를 기다린다.

▲ 전주의 가을을 노랗게 물들이는 은행나무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전주 여행의 시작은 남부시장 콩나물국밥으로

▲ 풍남문 앞 남부시장 콩나물국밥
 전주 여행을 계획할 때면 언제나 즐겁다. 유명한 여행지도 생각나지만 맛있는 먹을거리가 먼저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전주를 찾아갈 때마다 아침을 거르고 새벽 버스를 탄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전주고속버스터미널까지 2시간 40분 정도 걸리는 걸 감안해서 버스 시간을 고른다.
 아침 9시쯤 전주에 도착해서 남부시장을 찾아간다. 남부시장에는 콩나물국밥을 파는 집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그중 전주에 갈 때 마다 들르는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콩나물국밥이 마음마저 훈훈하게 해준다.

 남부시장 앞 풍남문이 노란 은행나무에 둘러싸였다. 전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한옥마을로 가는 버스 안에서 본 거리 풍경도 노란 은행나무 일색이었다. 그러고 보니 전주IC에서 나와 시내로 진입할 때 본 가로수도 은행나무였다! 전주는 웬만한 거리의 가로수가 다 은행나무인가 보다. 그러니 은행잎에 노란 물이 들기 시작하면 전주는 도시 전체가 노란빛으로 일렁인다. 풍남문에서 한옥마을로 가는 길 초입의 신호등에서 파란 불을 기다리는데 전동성당과 한옥마을 태조로에 서 있는 은행나무에도 노란 물이 제대로 올랐다.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들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을 돌아보기 위해 맨 먼저 전동성당부터 찾는다. 전동성당 정문으로 들어가면서 왼쪽을 보면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다. 나무가 커서 보호수로 지정됐나 싶어 알아봤더니 그런 일 없단다.

▲ 수령 100~150년 정도 된 전동성당 은행나무
 성당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수령이 100년에서 150년 정도 됐다고 한다. 보호수로 지정될 만큼 오래된 나무는 아닌가 보다. 아름다운 성당 건물과 노랗게 물든 커다란 은행나무를 카메라 앵글에 담고 셔터를 누른다.

 전동성당 바로 앞은 경기전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임금의 초상화)을 보관하는 곳이다. 원래는 부속 건물이 많았으나 일제강점기에 부속 건물이 철거됐다.
 현재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전주사고와 예종의 태실 등이 남아 있고, 어진박물관이 여행자를 반긴다. 경기전에는 눈에 띄는 은행나무는 없다. 경기전 정문 앞 길가에 커다란 은행나무가 줄을 섰다. 경기전 담벼락과 은행나무 사이에 난 좁은 인도로 들어간다. 은행잎에서 노란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다.

 태조로를 따라 걷다가 은행로를 만나는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은행로로 접어든다. 정자(은행나무정)를 지나 걷다 보면 길 오른쪽에 600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이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다. 은행잎은 거의 다 떨어지고 마지막 남은 몇몇 잎새만 고목에 간신히 매달렸다. 

▲ 태조로 은행나무
 안내판을 보니 고려 우왕 9년(1383)에 월당 최담 선생이 이곳에 낙향하면서 정자를 짓고 심은 은행나무란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2005년부터 나무 밑동에서 새끼나무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신기해서 두 나무의 DNA를 추출해서 검사한 결과 유전형질이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씨앗을 심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자라난 나무를 보고 사람들은 길조로 여겼다. 새 생명을 싹틔워낸 늙은 나무 앞에서 생각이 많아진다.

 왔던 길을 되짚어 나오다가 태조로와 만나는 사거리에서 그대로 직진한다. 향교길을 만나면 좌회전해서 향교 앞에 이른다.

 향교는 이 일대에서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정문으로 들어가면서 오른쪽을 보니 250년 된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다. 전동성당 은행나무가 100~150년 정도 됐다고 하니 이 나무에 비하면 어린아이나 다름없다.
 일월문을 지나면 은행나무의 향연이 펼쳐진다. 수령 350년, 400년 된 은행나무가 양옆에 우뚝 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성전 오른쪽에 있는 나무는 250년 됐다. 대성전 뒤 명륜당 마당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곳에는 380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노란 은행잎은 한옥과 잘 어울린다. 오후의 햇살이 가득 퍼진 향교 마당에 앉아 햇살을 머금어 더 빛나는 은행잎이 주변을 어떻게 환하게 비추는지 바라본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은 햇살을 머금었다가 은은하게 오랫동안 발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반짝이지 않고 환하다.

 산동네 골목길 벽화마을

 향교에서 나와 왔던 길로 조금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에 오목대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길을 따라 오르막길로 올라서서 가면 오목대에 도착하게 된다. 오목대는 고려 우왕 6년(1380)에 이성계가 남원 운봉 등에서 왜구를 무찌르고 돌아가는 길에 들러 종친들과 전승 축하연을 벌였던 곳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남긴 고종 황제의 친필비가 있다.
 오목대에서 육교를 건너면 이목대가 나온다. 이목대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4대조인 목조대왕이 살았던 곳이다. 이목대가 있는 마을은 자만마을이다. 산비탈 골목길이 온통 벽화다. 지난해 가을부터 담장과 벽에 그림을 그려 넣어 오래된 마을을 새로 단장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좁은 골목 안에 다양한 주제의 그림들이 가득하다.

▲ 자만마을.산동네 정겨운 골목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사계절의 풍경을 담은 그림이 골목길 담벼락을 따라 펼쳐진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보고 난 뒤의 감흥이 벽화가 있는 골목길로 이어진다. 골목길 중간에 커피와 음료 등을 파는 집이 눈에 띈다. 새로 지은 게 아니라 마을에 있던 건물을 꾸민 것이다. 마을 풍경에 잘 녹아든 커피집 아래에 민박을 운영할 계획이란다.

▲ 자만마을 벽화. 가을
 마을 위 숲도 갈색으로 물들었다. 골목길에 그려진 그림들이 숲에서 내려온 단풍을 닮았다.

 오래된 마을의 골목길을 걷는 일이 이처럼 행복하다. 추억의 장소인 골목에 기발한 상상력과 꿈같은 그림이 더해지니 여행자의 마음도 덩달아 환해진다. 아이처럼, 꿈결처럼 넘실대는 마음에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늦가을 해는 일찍 떨어진다. 해가 지는 거리를 걸어서 처음 도착했던 전동성당 앞에 다시 섰다. 서울로 돌아가기 전 남부시장 콩나물국밥으로 여행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여행도 수미쌍관법으로 즐기기 위해서.

 여행정보

 전동성당 : 전북 전주시 완산구 태조로 51, 063-284-3222
 전주한옥마을 : 전북 전주시 완산구 은행로 33-7, 063-282-1330
 전주향교 : 전북 전주시 완산구 향교길 139, 063-288-4544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전주IC → 월드컵경기장 방면(동부우회도로로 가면 안 됨) → 월드컵광장 → 기린로 → 한옥마을(전동성당)

 * 대중교통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전주고속버스터미널까지 수시(05:30-24:00) 운행

 2.주변 음식점

 교동떡갈비 : 떡갈비 /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3가 76-49 / 063-288-2232 / korean.visitkorea.or.kr
 우정식당 : 콩나물국밥 /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55(남부시장 내) / 063-282-3491
 중앙회관 : 비빔밥 /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5길 19-3 / 063-285-4288

 3.숙 소

 선운재(전주한옥마을) : 전주시 완산구 향교길 80 / 010-3624-3288
 전주코아리베라호텔 : 전주시 완산구 기린대로 85 / 063-232-7000 
 제이모텔 :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5길 97 / 063-273-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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