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앞서 세월호의 참사로 표현할 수 없는 큰 슬픔을 당한 모든 분들에게 삼가 머리 숙여 애도를 표합니다.
악몽에 시달리며 꿈을 깨려 팔을 허우적거려도 깨어나지 못하는 등 요새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나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전 국민 모두가 슬픔에 빠져 잠 못 이루는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이 슬픔의 근원은 선장과 선원이 직분을 망각하고, 해운 회사는 물욕에 눈이 멀고, 공직자는 과적과 개조 등 불법 활동을 예방하지 못하고, 미흡한 재난 구조 활동에도 있다. 이에 우리 사회 어른들이 제 몫을 못한 부끄러움과 한탄스러움도 고개를 떨구게 하였다. 한마디로 이 사건이 그동안 한국인이란 자랑스러움을 부끄러움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그동안 나라사랑의 길이 휴전선을 지키는 국군이라든지 독도 지킴이 등 다소 거창한 것을 떠올렸는데, 이 사건을 지켜 본 후 많은 사람들이 애국은 그런 거창한 것은 물론이지만 작아보여도 선원은 선원의 일을 충실히 하는 것, 즉 현재 내 직장 내 직분에 원칙을 지키고 충실히 임하는 것이 나라 사랑의 길이고 국격을 높이는 일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세월호 사건 이후 교단 교사들은 비상 안전사고 대비 교육에 적잖은 혼란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선생님은 6·25 전쟁시 한강 다리 폭파, 대구 지하철 사건 등의 특정 사건만을 묶어 우리 어린이들에게 안전 지시를 따르라고 가르칠 수만은 없다는 하소연을 해 왔다. 이번 상왕십리역 지하철 사고에서 보듯이 안내 방송을 전혀 믿지 않는 사회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심각한 우려마저 생긴다.
“걱정하지 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
학생을 먼저 대피 시키며 sns 문자를 보낸 고 최혜정 선생님.
“걱정 마라, 침착해라, 그래야 산다. 빨리 빠져 나가라”
고 소리치며 구명조끼를 입히고 끝내 숨진 고 남윤철 선생님.
“먼저 입고 배를 빠져나가라”
며 학생들에게 남은 구명조끼를 양보한 고 고창석 선생님,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야 한다.”
는 말을 하고 떠난 고 전수영 선생님.
난간에 매달린 아이들의 탈출을 돕다가 정작 본인은 탈출하지 못한 고 이해봉 선생님.
탈출이 용이한 5층에 묵고도 학생을 구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가 유명을 달리하신 것으로 추정되는 고 박육근 선생님, 양승진 선생님, 김초원 선생님, 이지혜 선생님, 유니나 선생님 등
무책임한 선주 선원, 무력한 해경에 비해, 극한의 상황에서도 교사의 사명을 다하려고 생명을 내던진 용감한 단원고 선생님들은 남아 있는 우리 선생님에게 자존감을 북돋아 준다.
이제는 국민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힐링을 준비할 단계이다. 국가적 안전 시스템을 손질하고, 국민 스스로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해야 할 때이다. 더욱이 교육계에서는 수학여행 전면 금지, 체험 학습 축소 등 임시방편적 대책에서 벗어나 백년대계를 생각하며 해법을 논해야 할 때이다.
5월 국회에서 소위 수학여행 안전법이라는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법’은 통과되고 수난구조 체계를 보완하고 해양구조 재정을 지원하는 내용의 ‘수난구호법’은 통과되지 못했다.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학교장이 학생들의 단체 활동시 교육활동의 안전 대책을 점검 ·확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교육활동을 위탁해 실시할 경우에도 위탁 단체의 인·허가 여부 안전 점검 결과 등을 꼼꼼히 점검·확인토록 하는 것이다.
이는 학교장과 교사에게 더 큰 책임만 지우고 효용성은 떨어질 것이다. 세월호 사건을 예로 들면 학교장이 화물칸의 과적을 확인 할 수도 없을 뿐더러, 낡은 선박을 무리하게 개조한 것인지, 선주 선장 선원이 대책 없는 사람인지를 어떻게 확인 점검한단 말인가? 당연히 수난 구호법이 먼저인 것이다.
선후가 바뀐 이와 같은 대책은 꿈과 끼를 키우는 체험학습을 극도로 위축시키고 복지부동 무사안일의 교육으로 갈 우려가 많은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교육적 치유는 우리 교육자부터 누가 뭐래도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실천하는 것, 나 자신부터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하는 것 그 자체가 한국인의 자존감을 살리고 한국인의 국격을 높이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부터 한 걸음 한 걸음 국격을 높이기 위해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믿음으로 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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