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닮은 꽃섬 '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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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닮은 꽃섬 '풍도'
  • 이정원 취재기자
  • 승인 2010.05.11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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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도는 한 떨기 야생화다. 노루귀꽃, 변산바람꽃, 복수초 등 이르면 3월 초순 즈음부터 이름도 생소한 야생화가 섬을 뒤덮는다. 4월에는 초롱꽃, 까치밥꽃, 산딸기꽃 등이 제 세상을 맞는다. 꽃이 피어나는 계절 동안, 풍도에는 다달이 야생화가 피고 또 진다. 인천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2시간 반 거리에 자리한 자그마한 섬, 풍도. 화려할 것도, 뛰어난 절경도 없지만 산등성이에, 밭두렁에 피어나는 야생화들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발볼이 편한 신발을 신고 야생화를 만나러 떠나보자. 꽃이 아름다울수록 다치지 않게 지켜주는 배려도 가슴 한 켠에 담고 찾으면 좋을 듯싶다.

 야생화 피는 꽃섬, 풍도

 풍도가 야생화 피는 꽃섬으로 알려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마을 토박이 주민들은 매년 지천에 피어나는 꽃이 그저 꽃이려니 했다. “우리야 그냥 매일 보는 꽃이니까요, 뭐 별달리 보이질 않았는데 몇 해 전인가, 어느 박사님이 풍도에 오셨다가 이 곳이 야생화가 많이 난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사화되고는 많이 유명해졌죠.” 풍도가 고향인 마을주민이 풍도로 가는 배 안에서 풍도가 꽃섬으로 유명해진 이유에 대해 이 같이 말한다. 그 이후로 사람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전해진 것이 야생화 꽃섬이라는 수식어를 풍도에 붙여줄 정도로 여행자들을 불러 모았다.

▲ 유채밭 속에 파묻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아기염소의 모습이 평화롭다.

 조금 과장을 보태 온 산과 들녘이 야생화로 덮인다는 3월에는 조용한 풍도 마을이 객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고. “뭐, 이 배에 발 디딜 틈이 없었어요. 하루 한 번 풍도로 들어가는 배가 꽉꽉 찼으니까.” 풍도로 가는 배는 제3 왕경호로 하루에 단 한 번, 오전 9시 반에 인천여객터미널에서 출항한다. 풍도에서 인천으로 나오는 배는 그 다음날 오전 11시 30분에서 12시 사이에 탈 수 있다. 풍도는 행정구역 상으로 경기도 안산시에 속해 있지만, 육지에서 풍도까지는 거리가 꽤 멀다. 배를 타고 인천항에서 풍도까지 2시간 반여를 가야만 닿을 수 있는 섬이기 때문. 풍도에서 육지로 나갈 때에도 여객선이 육도 등을 경유해 가기 때문에 시간이 적잖이 걸린다. 풍도를 여행하려면, 하룻밤 묵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맞게 여행짐을 꾸리는 게 좋다. 

가끔 파도가 거세지고 날씨가 궂으면 육지로 나가는 배가 오지 않기 때문에 만일을 대비해 수일 더 머무를 채비를 하고 가는 게 낫다. 특히 섬 안에서는 신용카드보다는 현금이 유용하며, 휴대폰이 육지에 비해 금방 방전되기 때문에 충전기는 필수다. 2시간반 만에 닿은 풍도 선착장. 육지에서 가져 온 막걸리, 아들네, 딸네서 가져 온 믹서기 등의 짐을 챙겨서 섬에 발을 디디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이 정겹다. 야생화가 많이 나는 곳이 어디냐 묻자, 마을 할머니는 산등성이를 가리키며 “여기저기 찬찬히(천천히) 둘러보면 꽃이 많다”며 “그 중에서도 산등성이 가운데 큰 은행나무가 있는 길로 들어서라”고 귀띔한다. 

 선착장에서 섬을 마주보자 멀리 산등성이 가운데로 고불고불 길이 나 있다. 50여가구 쯤되는 풍도의 가정집들 사이사이를 헤집고 할머니가 알려 준 길로 들어선다. 노란 유채꽃이 연둣빛 밭두렁에 피어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어린 염소새끼가 유채꽃 사이에 파묻혀 풀을 뜯고 있다가 낯선 이를 보고 몇 초간 경계의 눈빛을 보낸다. 유채꽃 너머로 선착장과 빨간 등대, 그리고 색색의 지붕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할머니가 일러 준 거대한 은행나무가 나타났다. 굵직한 나무 줄기가 서로 엉기고 다시 뻗어올라간 모습이 비바람 견뎌 내며 오랜 세월 보내온 흔적을 느끼게 한다. 이 은행나무는 수령이 500년이나 되고, 둘레가 7m나 되어서 어른 두엇이 두 팔을 벌려야 간신이 손끝이 닿을 정도로 줄기가 굵다. 은행나무 옆에는 자그마한 정자가 놓여져 있다. 한 여름에는 수백년 수령의 아름드리 은행나무 그늘 아래서 낮잠을 즐겨도 좋겠다싶다

▲ 풍도에서는 까치밥꽃, 산딸기꽃, 애기똥풀, 민들레(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등 수수하고 아름다운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은행나무와 작별을 하고 만난 꽃은 산딸기꽃. 애기손바닥 모양의 여린 잎새 사이로 연분홍빛 꽃잎이 얼굴을 디밀었다. 홍조를 띤 스무살 아가씨의 얼굴같다. 조금 더 걷자, 하얀 꽃봉오리들이 보인다. 새하얀 꽃잎에 자줏빛이 물든 까치밥꽃. 꽃잎의 모양이 마치 백합을 축소해 놓은 듯보인다. 하지만 백합과는 다른 소박한 멋이다. 멀리 항구가 보일만큼 산등성이를 올라왔을 때 만난 꽃은 초롱꽃. 분홍빛과 연보랏빛 그리고 약간 푸르스름한 빛이 섞여 오묘한 색채를 띠는 이 초롱꽃을, 풍도 사람들은 땅구슬꽃이라 부른다. 오전에 내린 비 덕분에 땅구슬꽃에 물방울이 맺혀 청초하기까지 하다. 이름도 정겹고 귀여운 애기똥풀도 곳곳에 얼굴을 비죽 내밀고 있다. 도저히 알 수 없는 처음보는 꽃이 있기에 이경애(65) 풍도 부녀회장에게 물어보니, 그건 쌀낭구꽃 보리낭구꽃이란다. “우린 그걸 쌀낭구꽃 보리낭구꽃이라 불러. 보자기처럼 싸인 그 꽃잎을 까보며는 씨가 쌀처럼 하얀 것도 있고, 보리처럼 까만 것도 있거든. 그래서 쌀낭구꽃 보리낭구꽃이여.(웃음)”

 순박한 섬 풍경에 마음 녹록해져

 사람 사는 곳 별다를 것 없듯이 풍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금더 느리고, 조금더 평화롭다. 하루에 한 번밖에 오지 않는 배편에도 그리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어느 땐 파도가 높아 일주일 동안 배가 못 온 적도 많다며 하루에 한 번이라도 오는 제3 왕경호에 감사해 하는 그들. 동네 사람들끼리는 이웃사촌을 넘어선 듯 꾸밈없는 대화들이 오고간다. 이 작은 섬에 학교도 있다. 대남초등학교 풍도분교. 학생은 단 두 명. 초등학교 1학년생과 6학년생. “올해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 때는 온 동네 잔치를 했지. 뭐 학생이 두명 뿐이니께. 다들 몰려 가서 잔치 벌렸어.(웃음)” 풍도에서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나태농씨는 학교 입학식, 졸업식은 동네 잔칫날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분교 운동장에 들어서보니, 아름드리 벚꽃나무가 화사하게 만개했다. 2층짜리 아담한 학교 건물이 정겹다. 학교 너머로는 바다도 보인다. 마을 중간 즈음에 누가 가져다 놨는지 빨강, 파랑의 색색 의자가 집벽에 놓여져 있다. 날 좋은 날 동네 어르신들이 앉아 담소를 나눌 듯싶다. 낚시를 좋아한다면 풍도에서 즐겨도 좋다. 풍도 해변 갯바위 등에서는 우럭, 놀래미 등이 곧잘 잡힌다. 좀더 욕심을 낸다면 배를 빌려 타고 조금 먼 바다로 나가도 나쁘지 않다. 동네 주민은 배낚시에서는 서너명이 먹을만큼 고기가 잘 잡힌다고 귀띰한다. 야생화가 피어나는 섬이어서 그럴까. 풍도는 야생화를 닮았다. 야생화처럼 순박하고 아름다운 곳. 따스한 어느 날 풍도를 만나보길 바란다.

 <여행정보>
▶풍도 가는 길
 풍도 가는 배를 타려면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을 가야 한다. 매일 오전 9시30분에 출항하는데 날씨에 따라 배편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배편을 확인해 보고 가는 게 좋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 032-880-7530 제3왕경호(풍도 배편) 032-883-6536

▶풍도 민박집
 풍도 안에는 민박집이 10여 곳 있는데 선착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주민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식당이 따로 없어서 식사를 하려면 민박집에서 식사를 주문해 먹으면 되는데 한 끼당 보통 5000원 정도다.
하나네민박(032-831-7634), 풍도민박(032-831-7637), 기동이네 민박(032-833-1208), 풍어민박(032-831-3727), 풍도랜드(032-831-0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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