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과 4월까지 지속된 일조시간 부족, 강우일수 증가, 이상저온 현상으로 농작물 성장이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인천 강화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내륙 지역인 충남으로 확산되고 있어 농민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일반 농가는 물론 공공기관인 축산연구소까지 구제역이 침투하면서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청양 축산연구소 구제역 발생으로 인근 축산 농가는 물론 연구소에서 수정란을 받아간 축산농가에서도 애지중지 키운 소와 돼지를 땅에 묻어야 했고 현재까지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가축이 4만 마리가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3일까지 피해 보상액만 680억원에 이르러 최대 피해를 기록했던 지난 2002년의 보상액 531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설상가상으로 쌀값 폭락으로 우리 농촌은 현재 삼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농가 소득은 크게 감소하고 농가 부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농촌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
이에 농림수산식품부는 4월 이후 농가 지원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쌀 20만톤의 시장격리 방침을 발표했고 쌀 감산 대책도 밝혔다. 하지만 일정분의 쌀이 격리된다 해도 외국으로 수출되지 않는 한 언젠가 시장에 제공될 공산이 커서 미봉책에 그칠 우려가 있다. 또 구제역 관련 농민 피해보상비도 사실상 위로금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오히려 한·중 FTA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어 당혹스럽다. 우리 농촌 경제는 값싼 중국의 농수산물이 들어온 이후에 어려워진 것임에도 정부가 이렇다 할 대책 없이 한·중 FTA를 추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한·중 FTA 체결 이전에 정비해야 할 것은 농림수산업의 안정적인 국내 시스템의 구축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자연재해에 따른 농작물 피해에 관한 재해보상법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속히 이루어져야 하고 실질적인 피해 보상을 위해 농업재해 보험이 보편화돼야 할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농가에 대한 임시적인 보상책이 아니라 기후변화 및 국제환경변화에 대응하는 농업정책의 새 틀을 짜야 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농림수산업은 식량안보뿐 아니라 홍수조절·대기정화·경관보전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농림수산업의 문제가 과연 얼마나 정치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는가. 정부는 환경 변화에 걸맞는 농업정책의 새 틀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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