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70년, 우리 꽃에 붙은 일본식 꽃 이름들을 바로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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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70년, 우리 꽃에 붙은 일본식 꽃 이름들을 바로 잡자'
  • 심순자 차장/기자
  • 승인 2015.08.1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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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5에 생각하는 우리 꽃 이름 -

   
▲ 그림1. 일제에 의해 사광이아재비라는 이름을 빼앗긴 며느리밑씻개 / 그림2. 눈을 뚫고 올라오는 얼음새꽃 복수초
 35년동안 일본제국주의 강점기를 거친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많은 분야에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다. 식물이름도 예외가 아니다. 외국에서 유입되었거나 이름이 없던 꽃에 외국에서 사용하는 이름을 차용하는 것은 자연스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우리 이름이 있는데도 이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것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산과 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며느리밑씻개’이다. 이 이름의 어원은 일본어로 ‘마마코노시리누구이(継子の尻拭い)’인데 ‘마마코’는 의붓자식이고 ‘시리누구이’는 뒤치다꺼리를 뜻한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의붓자식 밑씻개’ 쯤 된다.
 이것이 일제강점기 시절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에 빗대어 며느리밑씻개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일제 시대의 잔재임을 문제 삼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자체로 이미 우리 사회 통념상 용납하기 힘든 이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꽃의 원래 우리이름은 ‘사광이아재비’인데, 여기서 ‘사광이’는 ‘삵괭이’, 즉 ‘산에 사는 야생 고양이’라는 의미다. 며느리밑씻개와 비슷한 식물로 며느리배꼽이 있는데, 북한에서는 이를 ‘사광이풀’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일제에 의해 ‘사광이아재비’라는 이름을 빼앗긴 ‘며느리밑씻개’

 이른 봄에 눈과 얼음을 뚫고 올라와 꽃을 피우는 복수초의 원래 우리 이름은 ‘얼음새꽃’이다. 이른 봄에 피는 이 복수초의 이름은 일본식 한자명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굳이 우리 식으로 지었다면 수복강녕을 의미의 ‘수복초’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얼음을 뚫고 올라온다는 뜻으로 얼음새꽃으로 부르기도 했고, 눈을 삭이고 올라오는 꽃이라는 뜻을 가진 ‘눈삭이꽃’으로도 불렀다. 서양에서는 아도니스라 불리며 강한 생명력을 지녀 지역에 따라 다양한 신화와 전설이 전해온다.

 눈을 뚫고 올라오는 얼음새꽃, ‘복수초’

 봄에 양지바른 들이나 길가에 많이 피어나는 ‘개불알풀’은 일본명 이누노후구리(犬の陰嚢: イヌノフグリ)를 번역해서 우리이름으로 채택한 것이다. 이 꽃은 이른 봄에 피었다가 여름이 오면 시든다고 하여 원래 우리 이름으로는 ‘봄까지꽃’ 또는 ‘봄까치풀’이라 불렸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우리 식물이름을 일제가 정리하면서 일본명 개불알풀을 표준명으로 정한 것이다.

 ‘봄까치꽃’이라는 예쁜 이름을 빼앗긴 ‘개불알풀’과 ‘큰개불알풀’

 한편 일제는 한반도의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한일합방 직전 우리 땅의 식물을 조사했는데 그때 만들어진 이름이 지금도 우리 식물명으로 쓰이고 있는 경우도 있다. 바로 우리 땅에 자생하는 가장 아름다운 꽃 중의 하나인 금강초롱꽃의 학명이 그러하다. 당시 우리 땅의 식물을 조사한 대표적 인물이 나카이(Nakai)인데, 그는 금강산에서 발견된 금강초롱꽃의 학명에 자신의 이름과 당시 한반도 초대공사인 하나부사야 요시모토(Hanabushya)의 이름을 따 Hanabushya Asiatic Nakai라 명명했다.
 그는 이렇게 명명한 이유에 대해 자신의 저서를 통해 한국의 식물조사를 위해 편의를 봐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표기한 바 있다. 더욱 슬픈 것은 이러한 예가 금강초롱꽃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우리 땅에 자생하는 식물 상당수의 학명에 수시로 ‘나카이’라는 그의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조선 식물자원의 수탈에 나선 일본인의 이름이 학명에 버젓이 포함되어 있는 ‘금강초롱꽃’

 유럽에서는 지금도 2차 대전 중에 저질러진 비인도적인 행위에 대해 전범을 잡아 법정에 세우고 있다. 금강초롱꽃의 학명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범죄행위의 산물이다. 우리 땅에만 자생하는 한국 특산종의 이름을 국제 식물학계의 규정 때문에 바꿀 수 없다고 한다면 우리땅은 지금도 일제치하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은 이런 역사적 배경에 대해 1976년 이 꽃의 학명을 하나부사야(Hanabusaya) 대신 금강산니아(Keumkangsania)로 바꾸었다. 국제 식물학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겠지만 우리 땅에 자라는 우리 식물명을 우리가 결정한다는 의미에서 북한의 행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식물명이나 새로운 용어에 외국 이름이 들어오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아무런 근거도 없이 공식 명칭에 외국인의 이름이 채택되고 고운 우리 이름이 삭제되는 것은 안타깝다. 일본 제국주의의 내선일체 정책의 하나라면 더 끔찍하다. 식물 이름에는 우리 말의 어원과 민족의 영혼을 담고 있고 문화의 뿌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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