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군 제독의 한숨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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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군 제독의 한숨소리가
  • 김동길
  • 승인 2016.10.11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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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26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야간 대(對) 잠수함 훈련에 참가했던 링스 헬기 조종사 김경민(33) 소령과 부조종사 박유신(33) 소령, 조작사 황성철(29) 상사는 원인이 불확실한 추락 사고로 순직했습니다. 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일전에 어떤 저녁 모임에서, 미8군 사령관실에 근무하는 정수연이 그 이야기를 내 귀에 대고 상세히 전해주면서, 내가 글을 쓸 때 도움이 되도록, 관련 유인물을 여러 장 내게 전송해 주었습니다. 그 내용을 나에게 전해주던 정수연의 목소리도 흥분돼 있었습니다.

 이런 불상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국민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초대 해군 잠수함 단장을 지낸 김혁수(68) 예비역 준장이,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이들의 빈소에 다녀와 SNS에 올린 추모의 글이 우리들의 가슴을 숙연하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 김동길 선생
 “유가족 누구도 소리 내 울거나 해군에 떼를 쓰는 사람이 없었고, 군 관련 시민 단체에서 와서 원인 규명이 끝날 때까지 영결식을 거부하도록 선동했으나 유가족은 거절했다”는 사실도 우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그 뿐입니까. 오히려 아들을 잃은 “김경민 소령의 아버지는 1030m나 되는 깊은 바다 속에서, 아들을 찾아 준 해군이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고 했다”고 전해 주었습니다.

 그 제독의 글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들도 생존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바로 선체 인양에 동의하고 선체 인양 후 8명의 시신을 찾지 못하게 되자, 전사(戰死) 처리해 달라고 했고, 좌파가 영결식을 서울 시청 광장에 마련하자고 선동했으나, 자녀들이 근무했던 그 함대(평택)에서 영결식을 하겠다며 단호히 거절했다”며 “수학여행 중 사고를 당한 세월호 사망자와, 시위 현장에서 쓰러진 농민 대표 백남기에겐 정치권은 물론 수많은 단체들이 찾아가지만, 나라를 지키다 전사하거나 순직한 군인들에게는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영결식장에서는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유가족들도 통곡하지 않았습니다. 박유신 소령에게는 네 살짜리 아기와 부인의 배속에는 둘째가 있고, 황성철 상사에게는 결혼할 날을 기다리던 약혼녀가 있었다는 김혁수 제독의 글을 읽고는 많은 사람들이 울었습니다. 나도 울었습니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날빛보다 더 밝은 천국
 믿는 맘 가지고 가겠네
 믿는 자 위하여 있을 곳
 우리 주 예비해 두셨네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찬송가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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