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리 하나를 놓고 세 사람이 경합을 벌인다고 합시다. 편의상 그 세 사람에게 1번, 2번, 3번이라는 번호를 주겠습니다. 1번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합시다. 그런데 이 사람이 그 자리를 차고앉으면 나라의 안보가 위태로울 것 같다는 걱정에 사로잡힌 유권자가 많다고 합시다.
▲ 김동길 선생 |
그래서 이 2번이 날마다 뜨기 시작하는데 3번이 마땅히 차지해야 할 표를 많이 깎아 먹었다는 비난의 소리가 파다합니다. 1번이 2번을 향해 이런 격려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잘한다, 잘해! 네가 그렇게만 나가주면 나의 당선은 땅을 짚고 헤엄치기다. 내가 승전가를 부르게 되면 너를 위해 술이라도 한 잔 사겠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 여러분은 그 2번을 향해 뭐라고 하실 겁니까? “얘 이 미친놈아, 왜 정신 못 차리고 껍적거리다 급기야 나라를 이 꼴로 만드느냐? 너는 양심도 없냐?”
“될 대로 되라”는 넋두리는 일종의 자포자기입니다. 질 것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긴다”고 떠드는 것이 건강한 정신 상태는 아닙니다. 입맛이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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