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분의 향기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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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분의 향기만이
  • 김동길 박사
  • 승인 2017.10.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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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태어날 때 몇 가지의 능력을 타고나는 법입니다. 혀가 있어서 맛을 압니다. 귀가 있어서 소리를 듣습니다. 코가 있어서 냄새를 맡습니다. 눈이 있어서 좌우를 살핍니다. 그런데 그 타고난 능력과 기능들이 늙으면 쇠퇴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대 문명은 앞을 잘 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안경을 만들었고 잘 듣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보청기를 만들어주니, 노인이 사는 데 큰 지장이 없도록 배려를 해주고 있는 것이 또한 사실이지만 냄새를 잘 못 맡는 불행한 노인들을 위해 새로운 기구를 만들었다는 말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나의 주변에도 후각(嗅覺)을 젊은 나이에 잃기 시작하여 80이 넘어서는 고생스러워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대책이 전혀 없다고 들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점점 심해지는 추악한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축복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좋은 향수를 선물로 받아도 고마워할 줄 모른다면 크게 불행한 사람이라 여겨집니다.

▲ 김동길 선생

 아주 어렸을 때 내가 살던 평양 경창리의 양촌(洋村)에 한여름 만발했던 장미꽃 밭의 향기를 이 나이가 되어서도 나는 그대로 기억합니다. 고조선의 도읍지 평양에서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서문고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스치고 지나갈 때 풍기던 향기는 그 학생이 아침에 세수할 때 사용한 비누 ‘오리지날’의 향기 - 나 어찌 그 향기를 잊을 수 있을소냐!

 이집트의 ‘기자’에 갔을 때 Omar Sharif의 조카가 경영한다는 향수 원료상에서 Christian Dior의 원액을 한 병 사 가지고 와서 여러 해 즐기다가 어느 예쁜 여자에게 주어버린 것도 한 30년 전의 일!

 Diorissimo의 꼭지를 누르면 잠깐 안개처럼 퍼지는 그 향기에 도취한 지도 어언 40년은 됩니다. 그러나 향기는 모두 잠깐입니다. Diorssimo는 더 말할 나위도 없고 한란(寒蘭)의 향기도 들국화의 향기도 다 잠깐입니다. 장미의 향기도 그렇습니다.

 훌륭하다는 분들의 인간으로서의 향기도 잠깐입니다. 다만 자비(慈悲)를 위해 사신 석가, 인(仁)을 위해 사신 공자, 사랑을 위해 사신 예수 - 이 세 분의 향기만이 인류의 역사에 영원히 향기로우리라고 나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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