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 중,남북에 각각 압박
미 · 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남북관계의 개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남북대화가 필수적인 조치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언급했다. 남북이 나서서 대화를 하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를 형성하라는 미 · 중의 일치된 메시지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남북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6자회담 재개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잡게 된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물론 여기에는 남북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의제화하고 한반도 논의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공동성명은 남과 북 모두에 압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양국 정상이 남북대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것은 그 동안 대화를 거부해온 우리 정부로 하여금 대화에 나서도록 전향적인 자세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재발방지 약속 · 사과 등)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확인 등을 대화의 3대 조건으로 내걸며 북측의 대화공세를 거부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진정성'을 촉구한 것은 한 · 미의 입장인 반면 '건설적'을 강조한 것은 북 · 중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며 "미 · 중 정상회담 이전에 북 · 중 간 사전조율이 이뤄졌다고 보면 북한은 보다 강한 대화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 · 미 대화,6자회담 먼저 열리나
외교소식통들은 미 · 중은 향후 각각 남과 북을 상대로 대화에 나서도록 독려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은 내주 중 고위급 인사를 한국으로 보내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향후 대응방향을 협의할 예정이다. 중국도 비슷한 형식으로 북측과 협의에 들어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한 · 미 간,북 · 중 간에 활발한 외교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미 · 중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남북대화가 순조롭게 성사될 것이란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북측은 무조건적 대화를 주장할 것이며,우리측은 3대 조건을 제시하며 '원칙 있는 대화'를 주장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교가는 남과 북이 핑퐁게임을 마냥 지속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 중이 비록 선(先) 남북대화 기조를 확인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자신들이 설정한 로드맵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직접적 위협요소로 등장한 UEP 문제를 더 이상 지켜보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양 교수는 "우리 정부가 원칙만 내세우며 남북대화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북 · 미대화,6자회담이 먼저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한국은 또다시 북핵문제에서 주도권을 잃고 이방인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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