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연설문 등 청와대 기밀문서를 최순실에게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 대해 징역 1년 6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6일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 47건을 넘겨주는 등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가 유출한 문건 가운데에는 '국무회의 말씀자료', '독일 드레스덴 공대 방문 연설문' 등 연설문과 '복합 생활체육시설 추가대상지 검토' 등 정책자료를 포함해 해외방문 일정표 등 기밀자료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판과정에서 정 전 비서관은 문건을 최씨에게 건낸 것은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법원은 정 전 비서관의 문서유출 혐의를 인정한 것은 물론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고도의 비밀 유지가 요구되는 각종 문건을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최씨에게 전달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국정농단 사건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또 "문건의 내용과 전달 경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의 포괄적인,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지시에 따라 해당 문건을 최씨에게 보내준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정 전 비서관과 대통령 사이에는 직·간접적으로 문건의 전달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연락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유출문서 47건 가운데 14건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 정 전 비서관에게 상당한 유리한 판단을 내렸다. 유죄가 인정되지 않은 33건은 압수수색 영장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돼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항소심 판단에 법리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의 확정판결은 국정농단 사건 가운데 두 번째 확정판결이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한 사건으로는 첫 번째 확정판결이다.
국정농단 사건 가운데 가장 먼저 확정판결이 내려진 것은 지난 해 10월 '비선 의료진'인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씨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에게 뇌물을 건낸 사건으로 당시 대법원은 박씨에게 징역 1년형을 확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