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이북에서 밤낮으로 으르렁대는 인민군을 마주하며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에게는 안보 이상 중요한 과제는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인민군의 재침을 막아낼 자신이 있다고 하는 그 혁명공약이 국민으로 하여금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게 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혁명 과업이 진행되는 동안에 6번째 공약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박정희는 군사 정권을 끝내고 약속대로 원대 복귀를 해야 할 때가 되어 민정 불참을 선언하는 이른바 ‘2.27 선서’를 하면서 눈시울을 적시었다. 그러나 일주일도 채 되기도 전에 그 선서를 뒤집고 군을 떠나야겠다고 색다른 선언을 발표하여 약속한 바를 뒤집어엎는 장군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군을 떠난 박정희는 군복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시민의 한사람이 되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게 된 것이니 박정희의 팔자도 그런 팔자가 다 있는지 야속하기 그지없었다.
이것은 내 생각에 불과한 것이지만 그때 그가 약속한 대로 ‘2.27 선서’를 준행하여 다시 사단장이나 군단장으로 원대 복귀를 하였더라면 조국의 역사는 훨씬 더 건강해지지 않았을까 가끔 생각하게 된다. 약속한 대로 실행하는 지도자가 이 땅에 한사람이라도 있다고 믿을 수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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