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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도시의 자화상, 주택과잉공급사회가 오고 있다
- '오래된 집 무너지는 거리', 저자 노자와 치에-김현수 단국대학교 교수 서평 -
2018년 10월 17일 (수) 15:05:16 이예원 문화부차장 won1124@sunnews.co.kr
   
▲ '오래된 집 무너지는 거리' 책표지. 흐름출판 간행

 인구증가를 유도하기 위해 어디에든 주택을 건설해도 좋다는 식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 물려줄 마을 중심으로 개발수요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171p.)
 어떻게든 인구를 늘리려는 지자체는 필연적으로 좁은 시야에서 개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어, (중략) ‘규제 완화 경쟁’의 악순환이 확산된다. (175p.)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자가 늘어나는 지역이 증가한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빠르고 출산율은 세계에서 제일 낮다고 한다. 노령인구가 많고 출산아가 적은 지역은 장래 ‘소멸’된다고 걱정이 깊다.
 조선 산업과 자동차 산업의 부진으로 산업도시의 인구가 감소하고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난다. 이들 산업과 관련 있는 협력업체가 몰려있는 인근 지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4차산업혁명이 진전될수록 새로운 성장산업이 몰리는 대도시 지역과 실업이 증가하는 지역 간 격차는 벌어져 간다.

 대도시 주변 지역의 자연 녹지나 관리 지역에 들어서는 아파트는 전원적 환경과 저렴한 분양가로 각광받는다. 이들 아파트를 건설하는 시행사는 분양 수익을 챙기고 떠나가지만 부족한 학교와 도로, 공원을 공급하는 것은 지자체, 시민들의 몫이다.
  지방 도시에서는 미분양이 쌓여 가는데, 서울 및 대도시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은 치솟는다.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수요억제정책에 이어 3기 신도시 건설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전국적으로 800만 호를 상회하는 빈집을 가진 일본에서는 빈집 문제, 분산된 취락의 집단화 대책, 교외 시가지 확산 문제 등에 대한 경각심이 높다. 인구는 줄어가도 시가지 외곽의 땅값이 싼 농지나 임야에 주택을 건설하는 개발사업이 성황이고, 인구를 늘리기 위한 지자체의 이기적 행정도 이를 거든다.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빈집 증가, 외곽의 주택지 건설 문제 등에 대응하여 집과 기초생활 시설을 보행권 안에 압축적으로 건설하는 ‘컴팩트시티’ 건설에 힘을 쏟아 왔으며, 2014년에는 마침내 ‘입지적정화계획’으로 제도화했다.

 '오래된 집 무너지는 거리'라는 범상치 않은 제목의 이 작은 책은 일본의 위기상황을 잘 전달해 준다. 도심 공동화를 막기 위하여 도심 재개발 사업 시 주택건설 사업을 지원한 것이 주택의 과다공급 요인이 되고 있다. 땅값이 싼 교외 지역에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은 가격경쟁력이 높아 사업자나 소비자에게 환영을 받는 수익사업이다.
 노인주택이나 사회주택에 대한 보조금제도는 교외 지역에 우후죽순 들어서는 과잉주택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본 주택공급정책의 틀은 성장이 한창이던, 5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 현재와 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입지를 한군데로 ‘적정화’하는 새로운 도시관리 전략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자는 도시계획을 평생 연구해 온 학자다. 성장기에 만들어진 일본의 도시관리, 주택공급제도를 저성장기의 요구에 맞도록 개편해야 함을 주장한다.
 한편으로, 이미 저성장기에 접어들었고 지방분권이 상당 수준으로 이루어져, 컴팩트한 공간구조로의 개편에 필요한 재원조달이나 행정제도 개편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쉽게 설명하고 있다.

 한줄 한줄 붉은 펜으로 줄 쳐가며 읽을 만한 명저이다. 입지를 고려하지 않는, 도시계획과 괴리된 주택정책, 인구를 늘리기 위하여 교외 지역의 사업 인허가에 열 올리는 지자체, 시행자는 분양만 하고 기반시설 확보는 시민 세금으로 때우는 ‘먹튀개발’ 등 우리 실정과 너무 비슷하여 오싹할 지경이다.
 저자는 주택과잉사회에서 벗어나는 7가지 실천전략이라는 친절한 팁으로 마무리한다. ①지속가능한 도시 만들기, ②주택 수와 거주면적 늘리지 않기, ③생활서비스 반경의 규정, ④주택입지유도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⑤리모델링과 재건축의 활성화, ⑥주택 말기 대응책의 마련, ⑦주택 구입할 때 미래를 생각하기 등이다.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어가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때에는 공급 총량보다 대중교통과 기초생활 인프라와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컴팩트하게 건설해야 한다.
 교외 지역의 개발행위허가를 엄격하게 강화하여 관리지역이나 자연녹지에 들어서는 공장, 공동주택 등에 의한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 중심 시가지의 도시재생을 지원하고, 분산된 취락의 인구를 컴팩트한 거점으로 이주시키는 정책도 필요하다. 리모델링과 장수명화를 통하여 주택의 수명을 길게 가져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폭등하여 ‘3기 신도시’라 부를 만한 주택공급정책이 추진 중에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대로 과잉주택공급이 되지 않도록 입지, 규모,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하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 책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니, 일본도 이런 대책의 실천이 쉽지만은 않은가 보다. 주택과잉공급 시대에 한발 들여놓은 우리도 이제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도시, 건축, 주택, 행정 등 분야를 떠나 짚고 넘어가야 할 필독서이다.

김현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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