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욱 통계청장이 작년 2분기 언저리가 경기 정점으로 추정된다고 12일 밝혔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절차를 거쳐 공식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을 놓고 일각에서 '정치적 고려'가 들어가 있다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작년 2분기가 경기 정점이라면 그 뒤는 경기 하강 국면이라 여러 경제지표는 자연히 악화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작년 5월 출범한 현 정권의 책임이 가벼워진다는 이유에서다.
강 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연 오찬 간담회에서 "작년 2분기 주변이 경기 정점으로 보인다"면서 "그림이 그렇게 나타난다. 몇 월인지 확정할 수는 없지만 그 언저리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이어 "그런 절차의 판단에 소요되는 시간이 있고, 절차에 걸리는 시간도 있다"며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전환점은 경기 상황에 따라 '시작 저점→정점→종료 저점'으로 나뉘어 경기 순환기를 구성한다. 우리 경제는 현재 2013년 3월 저점부터 시작된 제11순환기에 속해 있다. 만약 작년 2분기가 정점이라면 현재는 하강 국면에 속한다. 통계청은 통상 경기전환점을 판단할 때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는 것을 기준 중 하나로 제시해왔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9월 98.6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9년 6월(98.5)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해 1∼3월 보합세였다가 지난 4월부터 6개월째 하락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연속 하락 기간은 세월호 참사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드 배치 보복 영향으로 장기간 하락세를 기록한 2015년 11월∼2016년 4월 이후 가장 길다.
다만 강 청장은 경기 정·저점 판단과 관련해 "실무 작업은 몇 개 지표를 더 봐야 한다.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잠정적으로, 그리고 내부적으로 어디가 정점일까 판단이 서면 전문가 의견을 모은다거나 국가통계위원회 승인을 받는 등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경기 기준순환일(정·저점)을 신중하게 결정한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동행누적확산지수, 역사적 확산지수로 잠정 전환점을 설정한 뒤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 총량 지표를 이용해 이를 검증한다. 이후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한국은행, 학계 등 의견을 듣고 국가통계위원회 심의를 거쳐 기준점을 공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5월에 취임했다. 이 즈음을 경기 정점으로 놓는다면 이후 고용지표 악화 등은 경기 하강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물이 된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동행지수 하나로만 국면을 판단할 수 없다"며 "현재는 여러 노이즈가 많아 뚜렷한 방향성이 안 나타나는 상황이라 정점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