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방송편성에 간섭해선 안된다'는 방송법 조항이 생긴 지 31년만에 처음으로 이를 어겨 형사처벌을 받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정치권력으로부터 언론 간섭이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는 14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 대해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아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이 의원은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시절인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KBS가 해경 등 정부 대처와 구조 활동의 문제점을 주요 뉴스로 다루자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며 편집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방송법 제4조 2항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의원 측은 재판 과정에서 공소 제기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법리적으로는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방송법 제4조 2항이 신설된 후 상당 기간이 지나도록 이를 위반한 이유로 처벌받거나 기소된 사례가 전무했다"며 "아무도 법을 위반하지 않은 게 아니라 국가권력이 언제든지 방송관계자와 접촉해 원하는 것을 요구했음에도 관행 정도로 치부하거나 이를 본연의 업무수행으로 여기는 왜곡된 인식이 만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