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은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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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은 죽지 않는다
  • 강희경 편집기자
  • 승인 2018.12.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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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아더 장군이 한국 전쟁 중 만주 폭격을 건의 했다가 당시의 트루만 대통령에게 해고당하고 난 후 국회 상하원 합동회의 석상에서 그 전쟁 영웅이 고별 연설을 할 때 이 유명한 한마다기 나왔다. "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노병에게는 명예롭게 전사할 기회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젊은 군인은 전쟁터에 나가서 싸우다가 총을 맞고 쓰러지면 가족과 이웃, 그리고 국민이 다 함께 눈물을 흘리며 슬퍼 하지만 노병이란 본디 말도 없이, 소리도 없이, 조용히 사라지게 마련이기 때문에 그런 말이 생겼을 것이다.

▲ 김동길 선생

 요즘 우리 사회나 또는 정치판에서 아니꼬운 꼴을 많이 보게 된다. 그래서 ‘일전을 불사’--한판 싸워 보겠다고 들고 나와야 현역 군인다운 것이지만, 노병은 그럴 수가 없어서 답답한 가슴을 쓰다듬으며 이미 늙어버린 사실을 한탄 하게 된다.

 유신 헌법이 강요되던 70년대에도, 군사 정권이 계속 기승을 부리던 80년대에도, 나에게는 투지가 있었고 싸울 만한 기백도 있었지만, 지금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도 이 노병을 상대하려 하지 아니하니 나로서는 다른 도리가 없다.

 그러나 나는 힘이 빠진 오른팔로 날계란을 하나 들고 저 만큼 보이는 악의 화신인 검은 바위를 향해 여전히 던지기는 한다. 그렇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 비록 그 바위를 깨지는 못하겠지만, 그 바위를 향해 계란을 던지는 사실 만으로도 내 마음에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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