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 소환 조사를 이틀 남겨놓고 검찰이 막바지 준비 작업에 분주하다.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방대하다며 최소 두차례 이상의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8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에 따르면 검찰은 11일 오전 양 전 대법원장의 출석을 앞두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조사 때에 준하는 수준의 안전조치를 준비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양 원장 측에서 (검찰의 출석 통보에 응해) 그날 나오겠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 출석을 앞두고 현재 청사 주변으로 시위신고가 상당수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이 전 대통령 소환 조사 때와 일부 다른 점도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의 경우 검찰 출석 당시 응급용 침대 등이 구비된 서울중앙지검 10층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에 15층에 별도 조사실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소환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이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부장검사가 직접 조사를 맡았던 전직 대통령 소환 때와는 달리 부부장급 검사가 양 전 대법원장을 주로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실무를 총괄했던 부부장들이 (직접 조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이기 때문”이라며 “담당하는 부장들도 당연히 조사 진행상황을 챙기긴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부부장급 검사는 사법연수원 2기인 양 전 대법원장보다 30기 이상 기수가 낮다. 서초동의 한 법조인은 “양 전 대법원장을 예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서 여러모로 모욕적인 상황 아니겠느냐”고 언급했다.
이미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혐의는 40여개에 달한다. 양 전 대법원이 대부분 혐의에서 공범으로 적시된 데다가, 이후 추가 수사를 통해 포착한 새로운 혐의도 있는 만큼 마라톤 조사가 예상된다.
한편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소환조사를 앞두고 지난 7일 고 전 대법관을 불러 조사했다. 박 전 대법관에 대한 재조사도 예정돼 있다. 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지연’ 의혹,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따른 국회의원 등의 지위확인 소송 개입 의혹’ 등과 관련해 권순일·이동원·노정희 대법관에 대한 서면조사도 최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