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만국전도 등 문화재 은닉 사범 2명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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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만국전도 등 문화재 은닉 사범 2명 검거
  • 류이문 사회부차장
  • 승인 2019.05.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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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국전도

 지난해 8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첩보가 들어왔다. 사라진 보물 1008호 '만국전도'를 누군가 판매하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문화재청 사범단속반과의 공조 수사를 이어오던 경찰은 판매상을 추궁했지만, 누군가 팔아달라고 했다고만 할 뿐 누군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통신과 계좌를 추적하던 경찰은 그로부터 약 석 달 뒤 경북 안동에 있는 A 씨의 집을 압수수색해 벽지 속에 은밀하게 숨겨둔 만국전도를 찾아냈다.

 '만국전도'와 양녕대군의 '숭례문' 친필 목판 등 사라진 우리 문화재 120여 점이 원래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 가운데 일부는 길게는 20년 넘게 행방이 묘연했던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문화재청과 공조해 50세 남성 A씨와 70세 남성 B씨를 각각 문화재를 은닉한 혐의(문화재보호법위반)로 붙잡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만국전도와 전적류 116책이 장물인 것을 알고도 지난해 8월 구입해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에 숨겨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문화재들은 1994년 서울 동대문구의 하양 박 씨 자택에서 사라진 것이다.

 B씨 역시 전남 담양에 있는 양녕대군 후손의 재실에서 사라진 친필 '숭례문' 목판과 '후적벽부' 목판 등 6점이 장물인 줄 알고도 2013년 구입해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2017년 10월 서울 종로구의 한 옥션 전시회에서 도난된 양녕대군의 친필 목판을 누군가 판매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다음 달 문화재청과 함께 경기도 양평의 B씨 자택을 찾아 비닐하우스에서 목판 6점을 회수했다.

 만국전도는 조선 현종 2년(1661년) 문신 박정설이 필사한 지도로 중국 명나라 말기 세계지리도지인 '직방외기'의 만국전도를 필사한 지도다. 국내에서 제작된 세계지도로는 현재까지 확인된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선 태종의 장자 양녕대군의 친필 목판으로 추정되는 '숭례문' 목판과 '후적벽부' 목판은 순조 27년 중각 이후 전남 담양 '몽한각'에 보관되어 왔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목판이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숭례문 목판으로 그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2008년 숭례문 화재 이후 복원된 숭례문 현판은 이 목판의 탁본을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다.

 경찰은 문화재 사범들의 경우 행방을 쫓기 힘든 사람을 내세워 자신들은 정상적으로 구입한 것처럼 변명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A씨와 B씨도 각각 누군가에게 약 1,300만 원과 500만 원을 주고 해당 문화재들을 선의로 구입했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모르고 샀다는 이들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문화재의 출처 확인이 가능함에도 자신만이 아는 공간에 숨겨뒀으며, 둘 다 문화재에 상당한 식견이 있던 사람으로 모르고 샀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A씨의 경우에는 문화재로 인해 처벌받은 전력도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붙잡힌 이들에 대한 보강조사를 거쳐 곧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그리고 아직 찾지 못한 국가지정문화재 국보 1점과 보물 11점을 모두 찾아내기 위해 문화재청과의 공조 수사를 계속 이어나갈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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