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묵묵부답인 북한을 향해 6월 남북한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 도중 연일 6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제의한 것과 관련, “김여정 제1부부장을 (판문점으로) 내려보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여정은 지난 12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우리 측 인사에게 고(故) 이희호 여사 별세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위와 상관없이 상징성과 대표성이 남다르다”며 “남북 대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로 충분히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청와대는 김정은이 보낸 친서를 받아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을 이미 예상했다고도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에르니 솔베르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친서 내용 속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하지 않은 아주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고 언급해 관심이 쏠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의용 안보실장이 내용을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보면 참 아름다운 편지라고 할 것’이라고 했는데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 실장이 직접 친서를 봤다는 표현은 ‘미국으로부터 서한의 내용을 통보받았다’는 의미라고 정정했다. 친서를 사전에 봤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해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이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신임 남측 소장 자격으로 처음 연락사무소를 방문한 서호 통일부 차관과 전종수 북측 소장(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간 상견례 역시 예상대로 불발됐다. 남북 소장 회의는 16주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오는 24일 방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미·북 실무협상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오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앞두고 비건 대표가 사전에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만큼 판문점 물밑 접촉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