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이 인권침해 피해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민 청장은 쌍용차 파업과 용산참사,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등 피해자 유족들과 직접 만나 사과인사를 전했다.
민 청장은 26일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해산 보고회에 참석해 "유가족들을 직접 만나 사과 인사를 드렸다"며 "피해회복과 화해를 위한 노력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직 경찰청장이 다수의 인권침해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고개를 숙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 청장은 이어 "경찰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남용하면 안되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이 확인됐다"며 "경찰의 법 집행 과정에서 목숨을 잃거나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죄송하다"고 전했다.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은 과거 무리한 진압 등으로 인한 사망 등 경찰의 과오를 되짚어보는 데 의미가 깊다. 경찰청은 2017년 경찰위원회 권고로 진상조사위원회를 출범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10대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35개 권고를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이 중 27개 권고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이날 활동을 모두 정리하고, 결과 보고서인 백서를 경찰에 전달했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2년 간 △고(故)백남기 농민 사망 △평택 쌍용차 파업 △용산 화재 참사 △KBS 공권력 투입 △공익신고자 보호 △고(故)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밀양 청도 손전탑 건설 △구파발 검문소 총기 △가정폭력 진정 등 10대 사건에 대한 35개의 개선사항을 경찰에 권고했다.
경찰은 진상조사위 권고를 적극 받아들여 제도적으로 정립하겠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집회현장에 살수차를 원칙적으로 배치하지 않도록 하고, 테이저건 사용 등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과거로 돌아가선 안된다"며 "앞으로 어떻게 지켜나갈 지가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유 위원장은 이어 경찰의 중립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남겨진 숙제도 있다. 경찰은 2009년 쌍용차 파업 당시 경찰이 손해를 본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 하라는 권고를 받아들이진 않았다. 피해자 유족들도 유감을 나타냈다.
민 청장은 이에 대해 "법적 쟁점이 있다"며 "대법원이 판결이 내리면 이를 존중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