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외교부, 방위비 인상 두고 서로 다른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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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외교부, 방위비 인상 두고 서로 다른 반응
  • 이유정 기자/해외통신원
  • 승인 2019.08.0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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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7일 한국을 '매우 부유한 나라'(verywealthy nation)라고 칭하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한국으로부터 사실상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면서 "매우 불공평하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한국이 훨씬 더 많이 내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우리 외교부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부담해야 하는 몫을 정하는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위한 협상이 아직 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협상이 초읽기에 들어가 있음을 알리면서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대폭 증액 압박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특히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9일 정경두 국방장관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인 가운데 대폭증액 요구를 담은 청구서를 내밀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더해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참여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여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미국의 압박 파고가 거세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한국은 북한으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에 상당히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수십년간 미국은 한국에 의해 거의 돈을 지급받지 못했지만, 지난해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한국이 9억9천만달러(약 1조2천33억 원)를 지급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상당히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는 시점이 언젠지는 불분명하지만, 한국이 대규모 인상에 동의했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앞서 한미는 지난 3월 올해 한국이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주둔비를 작년(9천602억 원)보다 8.2% 인상된 1조389억 원으로 하는 제10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문에 서명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트윗에서 "미국에 대한 지급을 추가적으로 인상하기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며 "한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로, 이제 미국에 의해 제공되는 군사방어에 기여하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관계는 매우 좋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한국과 나는 합의를 했다"며 "그들은 미국에 훨씬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 그들은 훨씬 더 많이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며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지급하기로 합의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알다시피 우리는 한국 땅에 3만2천명의 군인을 주둔시키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약 82년 동안 그들을 도와왔다"며 "우리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사실상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미 양국 간 관계는 매우 좋다며 "우리는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내내 수년간 그것(방위비 분담금)이 매우 불공평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관련해 SMA 협상이 아직 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이미 협상이 시작했다고 잘못 인지했거나 특유의 과장 화법에 따른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에서 거론한 액수나 주한미군 규모도 정확하지는 않다. 또한 그가 어떤 기준으로 82년 동안을 언급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으로 볼 때 미군 주둔국의 방위비 분담액이 너무 적다는 인식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주둔 비용 분담에 대한 새로운 원칙을 정하기 위해 진행해온 '글로벌 리뷰'가 마무리된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협상 개시가 임박한 가운데 한국이 이미 훨씬 더 많이 내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대폭 증액 방침에 쐐기를 박으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에스퍼 국방장관의 방한에 앞서 대대적인 인상 압박을 예고한 것이다.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23∼24일 방한했을 당시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와 관련해 미국이 차기 협상에서 올해 분담금 액수의 6배 규모에 달하는 50억 달러(한화 약 5조9천억 원)를 요구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이와 관련, 방한하는 에스퍼 장관의 손에 들려올 '청구서'의 구체적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달 16일 상원 군사위 인준 청문회에서도 "대통령은 부유한 동맹들이 자국 내 미군 주둔과 자국 방어에 더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일관되게 언급해왔다"고 밝혔다. '부자 동맹'을 거론하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분담금'을 강조하며 비합리적 수준의 대규모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협상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에스퍼 장관의 방한 기간에는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공개적으로 언급해온 한국에 대한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 참여 요청도 거듭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이 지난 2일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 직후 꺼내든 아시아 지역 내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와 관련해서도 향배가 주목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