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의 ‘마지막 보루’ 홍콩이공대가 사실상 함락된 이후 혼란상이 급속도로 진정되고 있다.
지난 6월 시위 본격화 이후 처음 치러지는 24일 구의원 선거를 이틀 앞두고 일시 소강 상태에 접어든 양상이다.
하지만 홍콩 전역의 투표소에 무장경찰이 배치되는 등 당국과 시민 모두 ‘만일의 사태’가 벌어질까 긴장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지난 18일 홍콩이공대에 경찰이 전격 진입하고, 20일 ‘강경파’ 크리스 탕이 경찰총수인 경무처장에 취임한 이후 홍콩 도심 시위는 급격히 위축됐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특히 크리스 탕의 ‘무관용 원칙’에 홍콩 경찰은 지난 20일에만 242명을 무더기 기소하며 하루 기소 인원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직장인들의 점심 시위는 경찰의 철저한 봉쇄에 막혀 21일부터는 도심 센트럴 지역의 대로가 아닌 IFC 빌딩 내부로 장소가 국한됐다.
지난 주까지만해도 수천명에 이르던 점심 시위 참석자도 300여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보도했다.
외견상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은 잦아들었지만 일요일 선거를 앞두고 일촉즉발의 긴장은 여전하다.
SCMP는 22일 구의원 선거 투표 당일 모든 투표소에 무장경찰이 배치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경찰 고위 관계자는 “선거 관리를 맡는 보안요원 외에 투표소마다 폭동진압 장비를 갖춘 무장경찰이 배치되고 일반 경찰도 총동원돼 관할구역을 순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만1000여명에 이르는 홍콩 경찰 거의 대부분이 24일 근무에 나서며 진압부대 소속 경찰과 범죄조사관 3000명도 비상대기할 예정이다. 비무장 일반 순찰경찰에게는 방검조끼와 목 보호대가 지급되는 등 우발적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18개 선거구 구의원 452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는 유권자 413만명이 630여곳의 투표소에서 투표권을 행사한다. 경찰의 실탄 발사와 잇따른 추락사 등에 따른 시위 격화로 한때 ‘선거연기설’이 돌기도 했지만,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시위 장기화의 여파로 현재 의석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 등 친중파 정당의 약세가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