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한국을 공식 방문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갖는다. 이날 저녁에는 강 장관과 만찬도 함께 한다. 다음 날엔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다.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은 지난 2015년 3월 서울에서 열렸던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참석 이후 4년 8개월 만이다. 지난 2016년 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불거진 이후 첫 방한이다.
강 장관과 왕 부장은 내달 하순 중국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 일정과 의제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그간 여러 차례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했지만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인해 무산됐다. 시 주석의 방한이 결정되면 사드 갈등 이후 한중 관계 개선에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2016년 사드 배치를 이유로 중국 정부가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을 내리는 등 한중 관계가 악화된 뒤 왕 부장의 첫 방한인 만큼 한한령 해제 조치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미중 갈등 국면 등을 고려하면 한한령에 대한 본격적인 해제 결정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의 주요 의제는 북한 비핵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을 올해 연말까지로 제시한 가운데 북한과 미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연일 담화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가리켜 ‘로켓맨’이라는 표현을 쓰며 군사력을 쓸 수도 있다고 경고를 했다.
미군은 지난달 28일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 이후 연일 정찰기를 띄워 한반도 상공을 지켜보고 있고, 이날은 잠수함을 관찰하기 위한 해상초계기도 띄웠다.
한반도에 이러한 긴장감이 있는 가운데 이번 왕이 부장의 방한을 계기로 중국이 비핵화 대화에 나설지 주목된다.
그간 북미협상 과정에서 중국은 개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새로운 길’을 거론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나온다. 왕이 부장은 지난 9월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당시 들은 북한의 메시지를 문재인 대통령과 공유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중 무역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통신 및 장비 업체인 화웨이의 사용을 한국에 요구할 수도 있다. 미중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 화웨이를 안보 이유로 사용하지 말 것을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압박하고 있다.
지소미아 사태와 방위비 협상으로 한미일 동맹에 흠집이 생긴 가운데 이 틈을 중국이 노릴 가능성이 나온다.
중국은 한국에 전략적 선택지로 한중 관계 강화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에 미국이 요구하는 인도태평양전략에 참여하지 않을 것과 미국이 추진하는 아시아 내 중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에 불참할 것을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