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교민 강도살인 용의자 29세 한국인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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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교민 강도살인 용의자 29세 한국인 체포
  • 권장옥 해외통신원
  • 승인 2019.12.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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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수사당국이 호찌민 푸미홍 살인사건 용의자의 얼굴을 공개했다 [사진제공:주호찌민 한국 총영사관]
베트남 수사당국이 호찌민 푸미홍 살인사건 용의자의 얼굴을 공개했다 [사진제공:주호찌민 한국 총영사관]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발생한 한국 교민 강도살인 사건이 한국인에 의한 청부살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지 언론은 피해자 부부와 사업 문제로 갈등을 빚던 한국인이 용의자를 고용해 살인을 의뢰했다고 보도했으나 한국 총영사관은 “청부살인 가능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26일 호찌민 주재 한국 총영사관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찌민시 공안(경찰)은 25일(이하 현지시간) 밤 한국인 이모(29)씨를 강도살인 혐의로 체포해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계획적으로 강도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지난 21일 오전 1시30분쯤 호찌민시 7군 한인 밀집 지역인 푸미흥에서 사업가인 교민 A씨(50)의 집 뒷문을 통해 침입한 뒤 A씨와 그의 아내(49), 딸(17)을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아내는 결국 숨졌고, A씨와 딸은 응급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이씨는 세 사람을 칼로 찌른 뒤 현금 300만동(약 15만원)과 스마트폰 4개를 빼앗아 피해자의 승용차를 몰고 달아났다. 이후 같은 날 오전 5시쯤 범행 장소에서 10㎞가량 떨어진 호찌민 2군 지역 투티엠 다리 옆 공터에서 승용차를 불태운 혐의도 받는다. 그는 도주 직전 안방에 있는 금고를 열려고 했으나 실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찌민시 공안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 이를 ‘중대 범죄’로 분류해 대규모 수사 인력을 투입하며 사건 해결에 총력전을 펼쳤다. 이씨는 범행 당시 어눌한 영어를 사용해 베트남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현지 공안은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사건 전후 현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이씨의 모습을 포착하고 공개 수배했다.

 이씨의 사진이 공개되자 주호찌민 한국 총영사관에는 관련 제보가 잇따랐다. 이에 한국 총영사관 측은 관련 제보를 현지 공안에 전달하는 등 양측이 긴밀히 공조한 끝에 이씨를 붙잡을 수 있었다. 현지 언론은 이씨가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에서 치과대학을 졸업한 이씨는 지난달 1일 관광비자로 베트남에 입국해 치과 관련 일을 하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는 생활고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인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A씨 가족을 범행대상으로 삼고 이들의 집에 침입해 돈을 훔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했다. 범행 5~6시간가량 전부터 A씨의 집을 관찰했고, 마스크와 장갑을 낀 채 범행을 저지르는 등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시력이 매우 좋지 않음에도 범행 당시 안경을 쓰지 않는 등 신원 노출을 피하려고 철저히 준비했으며 범행 마지막 순간까지도 영어를 사용했다고 현지 공안이 설명했다.

 이씨는 범행 후 거주지에 돌아가지 않고 호찌민시 도심 1군에 있는 한 호텔에 머물며 출국을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온라인매체 VN익스프레스는 이씨의 범행 동기와 관련해 ‘한국인에 의한 청부 살인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들은 “공안의 초기 조사 결과, A씨 부부와 사업 문제로 갈등을 빚은 한국인이 A씨 부부를 살해하려고 이씨를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국 총영사관의 사건담당 영사는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범행 수법이나 여러 가지 정황 등을 고려할 때 청부살인 가능성은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건담당 영사는 향후 이씨를 면담하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