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훔 개인전, 갤러리 가이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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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훔 개인전, 갤러리 가이아에서
  • 이예원 문화부장
  • 승인 2020.08.08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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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8. 12 - 24. 서울 인사동 갤러리 가이아에서
주제 '계획은 없습니다' -
고등어 (Mackerel)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3x72.7cm_2017_edition 5
고등어 (Mackerel)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3x72.7cm_2017_edition 5

 공감과 위트를 담은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전해주고 있는 김나훔 작가의 개인전이 8월 12일에서 24일까지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 가이아에서 열린다.

 작가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일상의 특별하지 않은 순간을 특별하게 표현하고싶다는 그는 영상,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 사진 등 많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해왔다.

타키로 (Takiro)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80x80cm_2019_edition 5
타키로 (Takiro)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80x80cm_2019_edition 5

 '내리고 탑시다' 등의 재기발랄한 일러스트로 일찍이 이름을 알린 그는 복고풍의 위트있는 문구와 개성있는 작업으로 상업광고, 일러스트레이션 등에서 다채로운 활동을 펼쳐왔다.
 '라사르디나 디자인 공모전' 대상을 타고 그림 에세이를 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오던 중에 작가는 쉼 없는 일과 성취의 스트레스에 지쳐 2018년 독일로 떠난 여행이 길어져 1년여를 머무르면서 회화 작업에 집중하게된다.

 평범하고 아름다운 일상을 천천히 보고 거리를 걸으며 마음은 치유되었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독일에서의  개인전을 잘 치르고 난 후 그는 계획되지 않은 일상의 순간을 느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계속 그림을 그려나갔다.
 돌아온 그는 강릉에 정착하고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일상에서 만난 풍경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베를린 4 (Berlin 4) 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0x50cm_2018_edition 3
베를린 4 (Berlin 4) 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0x50cm_2018_edition 3

 작가는 컴퓨터에 익숙한 세대로서 영국의 유명작가 David Hockney의 요즘의 그림처럼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린다.
 그린 그림을 캔버스에 전사한 후에 페인팅을 비롯한 다양한 작업을 더해서 완성시키며, 5장 내외의 에디션 작품이 각각의 유니크함을 지니도록 의도한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느냐에 많이 집중하며 그림에 내용이 있는 것, 스토리가 있는 그림이 그의 작업의 특성이기도 하다.

 전시 '계획은 없습니다'는 김나훔 작가의 이름(히브리어로 '위로', '위안이 되는 사람'이라는 뜻)과 닮아있다.

 <고등어>는 소년이 고등어와 같이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풍경인데 설명없이도 그 무심한 그림은 보는 이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따뜻한 위로를 준다.
  <베를린 4>에서는 호수가에 앉아서 옆에 와인을 한병 두고 백조를 바라보는 부부를, <나의 인생, 나의 지휘(강릉)>에서는 거센 파도를 지휘하는 소년을, <폭설(삿뽀로)>에서는 눈오는 풍경을 바라보는 소녀를,
 <타키로>에서는 큰 개와 다정한 커플을, <바커즈 카페(프랑크푸르트)>에서는 카페에서 글을 쓰고있는 노인을, <Mahlow>에서는 푸른 들과 푸른 밤하늘을,
 이와 같이 작가는 무심한 일상의 순간들을 내밀하고 따뜻한 시선과 새로운 상상을 통해 위트있는 작품으로 탄생시켜 보는 이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Galerie GAIA 종로구 인사동길 57-1
Tel +82 2 733 3373 Fax +82 2 733 3376

바커즈카페_프랑크프루(Wackers Kaffee_Frankfurt) 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60x80cm_2020_edition 5
바커즈카페_프랑크프루(Wackers Kaffee_Frankfurt) 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60x80cm_2020_edition 5

 ♧ 김나훔 작가노트
 
 계획은 없습니다.

김나훔 작가
김나훔 작가

 초등학생 때, 방학이 임박하면 담임선생님은 언제나 방학생활계획표를 그리는 과제를 내주었다.

 그러면 난 동그란 시계 모양을 그려 아침에 눈 뜨는 시간부터 잠드는 시간까지 피자조각 나누듯 경계선을 그어가며 시간을 나눴다. 머릿속으로 제법 고민을 해가며 색칠도구들을 사용해 색깔을 칠하고 예쁘게 꾸몄다.

 하지만 방학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내가 짠 '성실한 초등학생의 계획들'은 실천되지 못했다. 고작 초등학생이었지만 내 이상은 현실과. 방학이 끝나고 계획표를 잘 지켰냐는 선생님의 말에도 나는 아무말을 할 수 없었다.

 세월이 흘렀다. 난 어른이 되었지만 어린 시절과 비슷한 일들은 또 벌어졌다. 나는 내가 속한 분야에서 나름의 거창한 미래 계획들을 세웠지만 많은 것들이 내 이상과는 달리 어그러지고 말았다. 절망적이었다. 그 즈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망치듯 베를린으로 떠났다.
 이제 난 계획은커녕 마음의 문 마저도 굳게 닫아버리고 말았다. ‘어디 얼마나 제 멋대로 돌아가는지 지켜보자-‘는 생각으로 입을 닫고 세상을 바라보았다.

봄바람(경주) 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 60 x 80cm 2020 edition 5
봄바람(경주) 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 60 x 80cm 2020 edition 5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내 비뚤어진 예상과는 달리, 조금씩 내 마음의 반대편 방향으로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계획한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는 놀라운 세계였다.

 기적처럼 지구반대편에도 내 그림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큰 계획이나 염려 없이도 웃고 만족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직위나 돈, 순위, 성취 같은 것들로 매길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보았다. 내가 생각한 기준, 내가 정한 계획이 이 무한한 가능성의 세상에서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내 초등학교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실제 방학생활에는 잃어버린 생활계획표보다 더 신나고 두근거리는 일들이 가득했다.
 내가 그린 생활계획표에는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옆동네 개천에 가서 몸을 던지고 헤엄치는 일이 없었다. 엄마를 따라 갑자기 할머니 댁으로 가는 일도 없었고, 그 곳 개울에서 놀라울 정도로 커다란 가재를 만나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그런 일들은 계획표에는 없던 일종의 '사고'였지만, 어찌보면 놀라운 발견이자 평생 가슴에 남을 행복의 순간이었다.

 계획이 없다는 것은 정말 부정적이고 무책임한 것일까?

 이번에 전시에는 그런 무계획 속에 마주친 나만의 특별한 풍경들을 펼쳐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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