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선 이제 문화행사도 못 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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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선 이제 문화행사도 못 여는가?
  • 이항영 취재부장
  • 승인 2011.08.1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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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는 17일 서울시가 25일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열려던 ‘시민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를 서울시가 불허한데 대하여 다음과 같은 논평을 발표했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논평] 광화문에선 이제 문화행사도 못 여는가?
 - 서울시의 언론노조 문화제 장소 사용 ‘불허’에 부쳐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이 오는 25일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열려던 ‘시민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를 서울시가 불허했다.

 서울시 중부푸른도시사업소가 오늘 언론노조에 보낸 공문 전문은 이렇다.

 가) 세부 행사계획서가 미비해 행사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나)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은 면적이 협소하고 각종 시설물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중앙지대가 평탄하지 않아 1000여명의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를 개최하기에는 광장 시설물 보호 및 화장실 등 이용자가 불편할 것으로 판단되며,

 다) 야간에 방송장비를 이용해 노래 등 행사를 장시간 실시할 경우, 주변에 거주하는 시민들과 휴식을 위해 공원을 이용하려는 시민들로부터 소음에 따른 민원 발생 우려가 있으므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민열린마당의 특성상 장소 사용 승인은 어려운 실정임을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우리는 서울시의 장소사용 불허 결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서울시는 왜 허가할 수 없는지에 대해 어떠한 법적 근거도 밝히지 않았다. 시가 보낸 공문을 눈 씻고 살펴봐도, 우리 행사가 어떤 법률이나 조례에 위배되기에 허가할 수 없는지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단지 앞 뒤가 전혀 맞지 않는 자의적인 말들 뿐이다. 부디 부탁한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라면 제발 법률에 근거해 이야기 좀 하시라. 깜냥도 안 되는 공무원들의 판단 따위가 법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착오’는 과거 군사독재 시대에서나 가능했던 일이다.

 공문 문장 하나하나 실소를 금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성을 찾고 내용을 찬찬히 따져보려 한다.

 우선 서울시는 행사 계획서가 미비해 행사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우리가 제출한 공문은 무려 5쪽에 이른다. 행사 개요부터, 기본계획서, 세부행사계획, 시설물 설치내역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심지어 공원 시설물 훼손 방지 및 원상복구 대책까지 적시했고, 무대와 객석을 어디어디에 설치할지 미리 사진까지 찍어서 상세히 제출했다.
 글만 읽을 줄 알면 우리가 열린마당에서 무슨 행사를 하려 하는지를 마치 그림을 그리듯 훤히 알 수 있다. 담당 서울시 공무원은 글도 읽을 줄 모르는 문맹이란 말인가! 우리가 보낸 계획서를 다시 첨부를 할 테니 찬찬히 읽어 보시라.

 둘째, 중앙지대가 평탄하지 않아 이용자가 불편할 것이다? 화장실 이용시 불편할 것이다? 글도 읽을 줄 모르는 분들이 혹여 우리가 행사 중 불편해 하기라도 할까봐 살뜰히 걱정해 주는 모습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러나 그 따위 걱정, 조금도 필요 없다. 땅이 평탄하지 않으면 서서 보면 되고, 화장실이 적어 불편하면 기다리면 되고, 면적이 협소하면 옆 동지들 체온 느끼며 끼어 앉으면 된다.

 셋째, 야간 소음에 따른 민원 발생 우려? 연예인들도 나오는 시민 문화제다. TV에서나 볼 수 있던 연예인들이 바로 앞에서 이야기하고 노래 부르면 시민들이 ‘음악’이라 생각할까, ‘소음’이라 생각할까? 게다가 행사 계획서에 음향 장치를 광화문 대로변으로 해서 ‘피해’를 최소화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 좀 솔직해지자. 서울시가 정작 우려하는 건 소음 피해가 아니라, 혹여라도 민원이 발생해 귀찮아질까봐 그러는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아무런 법적인 근거도 없고, 상식적으로도 설명이 안 되는 불허 결정이 지극히 정치적인 고려로 내려진 결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행사는 언론노조가 ‘공정방송 회복과 조중동 방송 광고 직거래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벌이는 일정 가운데, 시민들과 함께 작금의 언론 문제를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자유롭게 공유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언론인들과 연예인, 교수들이 나와서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시민들과 공감하는 자리다. 지극히 평화적이고, 문화적이고, 유희적이고, 생산적인 행사다. 결국 현 정권에 조금이라도 부담이 되는 행사는 결코 허가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아니, 무엇보다 우리 행사 전날인 24일 치러질 무상급식 투표에서 오세훈이 정치적 파산 선고를 받을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바로 그 다음날 서울 한복판에서 음악 소리가 울려퍼지는 게 못내 거슬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다시 요구한다. ‘2011년 광화문에선 문화제도 못 연다’는 시민들의 지탄을 받기 전에 언론노조 문화제를 당장 허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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