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연루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에게 무죄를 선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관해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연루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대해 재판부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은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MIT와 MIT 등은 앞서 일부 제조사 관계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나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와 다른 성분이다.
이들은 2016년 처음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는 독성 물질의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피했지만, 이후 CMIT와 MIT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 역학조사 자료가 쌓이고, 환경부가 관련 연구자료를 제출함에 따라 2018년 말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돼 지난해 7월 기소됐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 대해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 밖에 애경산업·SK케미칼·이마트 관계자 10여명에게는 각각 징역 3년 6개월∼5년을 구형했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판결에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모임인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를 주도하는 장동엽 참여연대 선임간사는 이날 재판부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과 폐질환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CMIT·MIT의 유해성은 이미 학계에 보고돼있고, 근거도 충분히 있다"며 "어떻게 죄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장씨는 "최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윈회법이 개정되면서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이 활동 종료됐는데, 이를 재개정해서라도 진상규명 과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