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채무변제 확인서를 써주고 돈을 받은 보이스피싱 사기에는 범죄수익법 위반으로도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범죄수익법에 관해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지난해 3월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고 다수의 피해자로부터 1천여만 원을 받아 차명계좌로 전달하는 이른바 송금책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우리에게 돈을 모두 갚으면 싼 이자로 더 많은 돈을 대출해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속여 A 씨에게 돈을 건네도록 했다.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한 A 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대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은 뒤 이들에게 가짜 채무변제 확인서를 써줬다.
검찰은 A 씨에게 사기방조 혐의와 함께 사문서 위조·위조사문서 행사, 범죄수익법 위반 등의 혐의도 적용했다.
범죄수익법은 사문서 위조·위조사문서 행사 범죄를 중대범죄로 분류하고 이 범죄로 범죄수익을 챙기면 징역형·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
1심은 A 씨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A 씨의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범죄수익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사문서 위조·위조사문서 행사는 범죄수익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기 위해 문서를 위조한 것이어서 A 씨가 범죄수익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A 씨가 채무변제확인서를 행사하고 동시에 돈을 받았기 때문에 이는 범죄수익법상 범죄수익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