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20년대, 기본소득은 해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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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20년대, 기본소득은 해법이 아니다
  • 김용학 보도위원
  • 승인 2021.08.1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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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란의 20년대’.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서구에서 자동차와 전기 소비가 늘면서 경제가 성장하고, 번영하던 시대를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이 얼마 전 「이코노미스트」의 제목으로 등장했다. 세계가 광란의 기술 혁신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초고속으로 개발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백신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과학기술의 승리를 점치게 한다. 디지털 기술과 AI가 인간 생활의 새로운 패턴을 만들고, 자동화,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기술 혁신의 물결은 인간 생활의 편의를 늘리고 생활 수준을 높인다. 그러나 변화는 삶의 불안정성을 늘리기도 하고, 그 혜택이 고르게 나눠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소수 승자가 이익을 독식해 양극화를 증폭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특히 기술 변화가 일으킬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필자: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필자: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고용 불안이 커지니 그 해법으로 제기되는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그로 인한 고용 충격의 대책을 둘러싸고 논쟁이 증폭됐다. 유럽 국가들은 고용지원금 제도로 대량 실업을 막았고, 미국은 실업급여 증액과 연장으로 실업자의 생활고를 덜어줬다.   
 우리의 경우 부실한 고용안전망 탓에 고용 충격에 대처하지 못하니 재난지원금이라는 궁여지책이 등장했다. 고용 불안은 심각한데, 고용·사회안전망은 빈틈이 많으니 그 대안으로 기본소득이 주목을 받게 됐다.

 제레미 리프킨은 우리 시대의 문제를 “노동의 종말”로 규정했다. 고용이 사라지는 때는 고용과 무관하게 소득을 보장하는 대책이 필요하니 기본소득이 주요 대안으로 부상했다.
| 복지국가의 핵심을 이루는 사회보험은 소득 활동을 지속하던 사람이 소득의 일시적 단절을 경험할 때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고용 자체가 소멸할 때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
 하지만 기본소득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모든 이에게 소득을 나누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재정을 들이고도 취약집단의 복지를 줄여야 한다. 그 경제적 효과에 대한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문제는 고용의 소멸이라기보다는 고용의 양극화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OECD의 ‘2019년 고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20년간 회원국들에서 고용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늘었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었다. 중산층을 버텨주던 중간층 일자리는 크게 줄었고 고수익의 일자리와 저소득 저숙련 일자리가 늘어 고용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가장 큰 피해는 청년층이 겪었다. 이미 일자리를 보유한 중장년층과는 달리 청년층은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게 됐다. 사정이 이러하니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고용정책이 중요하고, 고용 양극화가 소득 양극화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는 정책에 역점을 둬야 한다.

 사실 소득 양극화를 차단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 저소득층 생계를 두텁게 지원하고 누진세로 고소득층이 응당한 세금을 내면 된다. 또 근로장려세제를 정비해 저소득층 근로를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보험을 개선해 고용 불안을 줄이는 것이 중산층을 강화하는 길이다.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플랫폼 종사자, 자영업자가 많으니 피용자 대상의 고용보험제도를 소득 활동을 하는 모든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득 기반 보험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병가 사용이 장려된다고 하지만 이런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공공기관, 대기업의 소수일 뿐이다. 법정 병가제도와 건강보험 상병수당 제도를 실시해 몸이 아프면 해고 걱정, 생계 걱정 없이 쉴 수 있어야 한다.

 ‘전국민 사회보험’이 되기 위해서 진정 중요한 것은 보험료 부담을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 대해 대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다. 요컨대 양극화의 해법은 본질적으로 분배의 문제고 그를 뒷받침할 분배 정치가 따라줘야 한다.
 기본소득론이 크게 기여한 점은 고용 불안의 심각성을 공론화하고 그 대책 수립을 정치권의 과제로 제기한 것이다.
 이제 제대로 된 해법에 대한 학술적, 정책적 논의를 위해, 기본소득론이 비켜서야 할 때다.
출처 : 대학신문(http://www.sn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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