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b.1978, 서울) 개인전, 《Edgewalker》- 갤러리 가이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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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b.1978, 서울) 개인전, 《Edgewalker》- 갤러리 가이아에서
  • 이예원 문화부장
  • 승인 2021.09.28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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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0월 6일(수) ~ 11월 1일(월). 서울 인사동 갤러리 가이아에서
출품작: 회화 20점 -
김명진_Edgewalker_oilpastel and acrylic on canvas_ 91X116.8cm_2021 (2)
김명진_Edgewalker_oilpastel and acrylic on canvas_ 91X116.8cm_2021 (2)

 서울 인사동 소재 갤러리가이아는 2021년 10월 6일부터 11월 1일까지 김명진(b.1978, 서울) 개인전 《Edgewalker》을 연다. 

 김명진은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구예술대학교 회화과를 수료했다. 

 갤러리가이아에서 4회의 개인전시를 했고, Art Miami CONTEXT (미국), Art Central (홍콩), Art Stage (싱가폴), Art Southhampton (미국), Huston Fine Art Fair (미국) 등 해외 주요 아트페어에서 컬렉터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며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

 2016 마이애미 아트주간에서는 세계적인 미술지인 Artsy.net에 의해 ‘50명의 꼭 봐야하는 작가’로 선정되기도 하였고, 2016, 2017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에서 우수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서울에서 거주하며 작업 중이다. 

 김명진의 그림은 드로잉과 낙서, 일러스트의 경계가 지워져 있다. 온통 ‘그리기’ 의 흔적으로 가득찬 그 그리기가 무척 독특하다. 환상적이고 도발적이고 대담한, 그러면서도 화면 전체를 비상한 기운과 흥미로 채우고 있으며 날 것 그대로의 활기를 대담하게 보여준다.

 물감 자체의 질료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이 모종의 이미지로 나아가려는 사이에서 진동하는, 칠해지고 뭉개진 자취, 조심스레 그려진 형상들과 문자나 숫자, 작게 분절된 선, 점, 터치들이 모여 영감으로 뒤척이는 자신의 내면을 거침없이 토로하고 있다.

 화면 위를 속도감 있게 떠도는 온갖 흔적들은 모종의 서사를 만들어 내고픈 충동 사이에서 분주하다. 이 자유롭고 거의 날 것으로서의 그리기가 지나치게 정형화되고 틀에 사로잡힌 요즘 그림과는 다른 힘을 보여준다. 

 그는 'Edgewalker '라는 연작을 통하여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내면 세계를 펼쳐보인다. 화가의 시선에 포착되는 순간, 대상들은 예기치 못한 거대한 공간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 속에는 화가가 삶 속 에서 조우한 이야기들이 원근법적 공간이 아닌 파편적 서사의 공간 속에서 마치 폭발한 조각들처럼 흩뿌려져 있다.
 화가가 풍경의 가장자리를 얼마나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는지 상상해보는 일은 그의 회화를 바라보는 즐거움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렇게 지극히 사적이면서 동시에 우주적인 작업이 김명진 회화의 의의라고 할 수 있다.  

  ◎ 작품 소개

 <젤리맨>(2021) 연작은 김명진의 Edgewalker 작품들 중에서 가장 생기발랄하다. 무언가(숫자 1, 선인장에 핀 꽃, Bright 글자 등으로 은유되는 소망)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우주 공간으로 이어지고 Edgewalker는 많은 친구들을 만나 함께 하늘을 날고 구슬 놀이를 하고 줄타기를 하고 고래와 우주인를 만나고 멋진 신발을 신고 신나는 많은 경험을 한다.
 그 한편에는 꿈틀대는 원시림이 있는 새로운 지구가 펼져지고 우주 공간은 오버랩된다.

 그리기, 뿌리기, 낙서, 마띠에르로 가득찬 생동감 있는 공간에서 Edgewalker는 넘버원(숫자1)을 꿈꾸고 'Bright'를 외치며 자신의 삶에 피어날 꽃을 찾아나선다. 이는 네버랜드의 피터팬처럼 작가와 우리가 꿈을 찾아 함께 나서는 Bright한 길이고, 그의 명랑한 서사이다.

Edgewalker_oilpastel and acrylic on canvas_116.8X91cm_2021
Edgewalker_oilpastel and acrylic on canvas_116.8X91cm_2021

 어떤 사람이 있다. 이 사람(Edgewalker)는 온갖 현란한 색채로 가득찬 에너지로 충만하다. 이제 충전이 가득 된 그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가 되어 999999999(무한대)중의 1번을 꿈꾼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삶의 무대에서는 자신이 주인공이고 자신이 999999999중의 1번이다. 그 무대에서는 온전히 자신이 가장 빛나고 가장 소중하며 가장 아름답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온갖 색채로 빛나는 Edgewalker는 작가 자신이자 우리의 자화상이다. 

Edgewalker__oilpastel & acrylic on canvas_ 90.9X72.7cm_2021
Edgewalker__oilpastel & acrylic on canvas_ 90.9X72.7cm_2021

       ◎  전시 서문

                  김명진의 Edgewalker: 회화적 서설 혹은 연극적 서사
                                                           유진상 (미술평론가, 목원대 교수)

 ‘가장자리를 걷는 사람’이라는 뜻의 ‘Edgewalker’는 김명진의 연작 제목이다. ‘커팅 에지’(cutting edge)라는 표현은 ‘첨단’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초기 yBa (young British art) 작가들에겐 ‘낭떠러지 앞에 서있는 세대’를 가리키는 표현이었던 것처럼, 김명진의 ‘Edgewalker' 역시 ’백척간두를 걷는‘ 화가로서의 자신의 처지를 가리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회화적 서사에 있어 ’가장자리를 걸으며 관찰하는‘ 자신의 시점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자신의 그림들에 나타나는 회화적 풍경들을 바라보는 시점이 거대한 공간의 가장자리여서 그 테두리를 따라 걸으며 안쪽의 소요(騷擾)를 응시하는 것이다. 마치 버질의 안내를 받으면서 ’연옥‘(inferno)을 따라 걸어가는 단테처럼 화가 역시 삶의 수많은 드라마들이 들끓는 공간의 가장자리를 걷고 있는 것이다.

 내가 만난 김명진은 말수가 많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외부란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들거나 간혹 흥미로운 사건이나 사람들이 출몰하는 무대일 뿐일지도 모른다.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그의 시선에 포착된다는 것은 마치 거대한 고래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어떤 공간의 변형을 겪게 되는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화가의 시선에 포착되는 순간, 대상들은 예기치 못한 거대한 공간으로 빨려 들어간다. 텅 비어있지만, 거친 폭풍과 기류들이 몰아치는 어두운 사막이나 동굴과도 같은 풍경이 그 안에 펼쳐져 있다. 때로는 바다와 같이 거대한 물이 넘실대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사물들이 거칠게 날아오르기도 한다. 비명과 웃음소리, 쏟아지는 물줄기와 사물들이 서로 부딪치는 굉음들이 이 거대한 풍경 속에서 울려 퍼진다.

 그 속에는 화가가 삶 속에서 조우한 사람들이 피치 못한 운명에 사로잡힌 배우들처럼 우스꽝스럽거나 기괴하거나 만화의 캐릭터 같은 파편들로 변형되어 자신들이 화가에게 각인시킨 기억을 끝없이 재연하고 있다. 이 우화적인 조합들은 보슈(H. Bosche)나 브뤼겔(Brügel)의 그림들에서처럼 원근법적 공간이 아닌 파편적 서사의 공간을 구성하느라 마치 이 혼돈의 공간 속에서 폭발한 조각들처럼 흩뿌려져 있다.

 페인팅은 캔버스에 물감을 묻히는 일이다. 캔버스에 물감을 묻히기 위해서는 먼저 캔버스라는 공간을 의식해야 한다.
 어떤 화가들은 이 공간을 뒤덮고 그 위에 새로운 공간의 환영을 그리기도 하지만, 또 어떤 화가들은 캔버스와 물감의 물질적인 혼재를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원래의 바탕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은 ‘미완성’, ‘표현적 태도’ 혹은 ‘드로잉과 유사한 방법’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보다 근본적인 특질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특질은 고르키(A. Gorky)로부터 추상표현주의자들을 거쳐 톰블리(C. Twombly)와 같은 화가에게 이르기까지 유화의 일관된 계보 속에서 핵심적인 가치로 다루어진 것이다. 그것은 화면을 붓에 의해 발린 물감과 백색의 바탕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캔버스의 빛이 만들어내는 물리적이면서 초월적인 교직(交織)으로 보는 것이다.
 이 경우 화가는 캔버스를 물감으로 뒤덮는 대신 배경의 흰색이 뿜어내는 빛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물감을 표면 위에 묻히는 것이다. 김명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캔버스는 밝은 배경의 빛들로 가득 차있다. 마치 대낮의 환한 빛 한 가운데서 연극에 가까운 삶의 장면들과 그것들의 배경이 되는 도시의 거리들이 외침과 소음들로 웅성거리는 것처럼 수많은 붓과 물감의 에너지들이 캔버스와 부딪치고 미끄러지고 흩뿌려져 있다.

 이 묵시적 공간에는 종종 화가 자신이 등장한다.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 주인공인 존 말코비치는 자신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세계를 바라보는데, 그가 자신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계 속의 타자들은 모두 자신의 모습을 하고 있다.

 김명진의 작품에서도 화가가 자신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계 속에는 타자들과 함께 부유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 중첩된 시선에 의해 관객들은 화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풍경 전체가 일종의 자화상이 아닐까 하는 의문에 사로잡히게 된다.
 고래의 뱃속, 혼돈의 연옥, 수평선이 흐릿해진 바다, 수없이 많은 기억의 파편들이 휘몰아치는 한낮의 풍경은 모두 화가의 중첩된 시선에 의해 변형된 현실의 모습들이다. 자신의 어머니, 우연히 만난 여인, 마법사와 우주인, 동물화된 자아들 -개, 고양이와 같은 동물들-, 은폐된 사실들, 암호들은 김명진의 그림들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대상들로, 이들 모두는 각각 구체적으로 일어났던 기억 속의 어떤 사건들을 지시하는 행동들을 취하고 있다.

 세계는 평면적인 사건들의 연쇄가 아닌 거시적 풍경과 미시적 장면들의 비-선형적 혼재로 이루어져 있다. 과거의 장면들이 현재의 풍경 위로 불쑥 튀어 오르기도 하고 다시 그 안으로부터 현재의 의미들이 스며 나오기도 한다. 불현 듯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순식간에 거대한 불안으로 뒤덮이기도 한다. 그것은 일종의 원심분리기를 떠올린다. 가장자리를 따라 극도로 빠르게 회전하는 기계는 내부의 물질들로부터 개별적인 입자들을 분리해낸다.

 화가가 풍경의 가장자리를 얼마나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는지 상상해보는 일은 회화를 바라보는 즐거움의 일부가 될 것이다. 기억과 형태와 사건들은 투명한 윤곽과 색채의 얼룩들로 중첩되면서 세계를 채우는 에테르(ether)의 와류(渦流)를 따라 거칠게 떠오르는 것이다. 이 분열적인 세계를 바라보면서 화가는 끊임없이 내면의 ‘기계’를 작동시키고 얽힌 기억들을 ‘분석’하며 그것들의 ‘번역’에 자신의 기호들을 아낌없이 사용한다. 이 극도로 사적이면서 동시에 우주적인 작업이 바로 김명진 회화의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김명진의 회화가 이 분열적이고 빠르게 회전하는 세계 속에서 어떤 또 다른 회화적 ‘번역’을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그의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신체가 시선과 한 몸이 되어 벌이는 이 거대한 흥분의 도가니가 또 어떤 무대를 우리에게 보여줄지 기대되는 것이다. 나는 그 안에 내가 미처 알지 못한 거대서사들과 우주의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미시적 장면들, 서로 이어질 수 없는 것들의 시공간적 도약, 에로틱한 선망들과 일상적인 조우들이 허공에서 부딪히며 바닥에서 일어나는 입자들처럼 관객의 시선들을 뒤흔들어 놓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것이 첨단기술이 아니라 김명진의 몸과 캔버스, 그리고 그 위에 발리는 물감에 의해 일어나는 사태라는 것을 통찰하게 되길 바란다. 가장 평범한 것이 어떻게 가장 비범한 세계를 만들어내는지를.

김명진 Edgewalker, oil pastel & acrylic on canavs, 2020 116.8X91cm
김명진 Edgewalker, oil pastel & acrylic on canavs, 2020 116.8X91cm

                                        
                                         김명진 : 날 것으로서의 회화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

 한국 화단에 그리기가 유행이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그리기, 집요한 그리기, 아찔하고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과 무한한 시간을 잡아먹는 그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오로지 그린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자족하는 그런 그림들이 번성한다. 

 자신을 가혹하게 혹사 하는 그리기, 천형 같은 그리기, 목적이나 목표 없이 오로지 그림을 그리고 있는 현재의 순간을 지속시키는 회화가 그것이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의 시간에 탐닉 하는 욕망이자 동시에 이미지 괴물의 시대에 맞서 여전히 회화만의 매력에 대한 갈망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또한 불안과 고독이 깊게 스며들어있다. 고독한 개인의 일상에서 번성하는 무수한 상념과 의식/무의식의 지층을 오고가며 건져 올리는 온갖 도상들의 혼재, 그리고 상상력과 환상, 엽기성으로 가득한 그림이 그렇다. 

 사회나 현실과의 연결고리나 소통의 출구를 쉽게 찾기 어려울 때 작업은 거의 자폐적인 회로 속에서 춤춘다. 그러나 그 지독한 그리기의 몰입은 역설적으로 내가 아직도 여기에서 무엇인가를 그리고 있다는, 한 존재로 살아 있다는 무언의 항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회화는 아날로그적이다. 영상이 보여주는 비물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질감과 촉각적인 것이 회화이고 몸으로 생각하고 반응하고 느낀 것을 몸으로 그리는 것이 회화다. 
 그래서 그림이란 세계에 관한 육체적 기록이다. 사회나 체제로 귀속되기를 거부하는 생생한 몸의 증거이자 기록이다. 유일무이한 개인성의 토로이다. 

 회화는 인간이 자신의 몸으로 세계에 관해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탁월한 통로’이다. 미술은 탈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지 않은가? 그 같은 그리기의 중심에는 드로잉이 자리하고 있다. 드로잉은 손의 움직임, 정서와 감정의 움직임을 신속하게 담는다. 상상력을 빠르게 휘발시킨다. 상상력이란 ‘이미지를 만드는 능력’(바슐라르)이다. 드로잉이란 최소한의 재료를 가지고 자신의 몸 전체를 사용하는 그리기, 쓰기이다. 그것은 기본적인 이미지로부터 우리를 해방하여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능력이기도 하다. 

 김명진의 그림은 드로잉과 낙서, 일러스트의 경계가 지워져 있다. 그것은 온통 ‘그리기’의 흔적으로 자욱하다. 그런데 그 그리기가 무척 독특하다. 환상적이고 엽기적이면서도 도발적이고 대담하고 그러면서도 화면전체를 비상한 기운과 흥미로 채우고 있으며 날 것 그대로의 활기를 대담하게 보여준다. 거의 직관에 의한 그림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미술이란 직관적인 것이다. 훈련만으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자잘한 터치들과 무수한 기호, 형상, 문자와 숫자들로 빼곡한 화면은 어둡고 습한 감각을 건드린다. 이 그림은 기존 작가들의 작업방식에서 조금은 떨어져 나와 거의 자발적이고 즉흥적인 방식에 의해 그려지고 있다. 다분히 비학습화 된 그림, 반제도적인 그림이다. 조형적인 구성이나 힘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자유롭고 재미있으며 보는 이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마음과 몸에서 자연스럽게 풀려 나오는 낙서나 드로잉으로 내적인 세계를 기호화하거나 세상의 모든 로고들과 상징을 조합하고 병렬해 자신만의 기호의 왕국을 만들어나가는 작업이기도 하다. 
 기존에 통용되는 문자나 언어와는 또 다른 시각적 언어, 음성들 말이다. 그것은 기존의 소통체계와는 다른 새로운 소통언어에 대한 욕망을 반영한다. 관습적인 모든 기호, 언어에 저항한다. 그것을 지우고 다른 코드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물감 자체의 질료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이 모종의 이미지로 나아가려는 사이에서 진동하는, 칠해지고 뭉개진 자취, 조심스레 그려진 형상들과 문자나 숫자. 작게 분절된 선, 점, 터치들이 모여 영감으로 뒤척이는 자신의 내면을 거침없이 토로하고 있다. 
 신속하고 부지런히 화면을 휩쓸고 지나간 흔적은 잔해처럼 남아 그 화면 앞에서 생각하고 행동했던 작가의 몸과 정신을 거침없이 발설하는 것이다. 그 자리가 생생하다. 화면을 채운 여러 흔적들은 김명진이란 한 존재의 의식과 무의식을 채우고 있는 거대한 그림자로 보인다. 몸으로부터 절단된 얼굴, 무엇인가가 잔뜩 쏟아져 나오는 입, 동물의 형상, 원과 점, 끼적거린 선, 정신 없이 날아다니는 부호들, 부유하는 성기들로 혼재된 화면이다. 

 특히나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성기는 반복강박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쾌한 경험의 계속적인 반복을 반복강박이라고 하는 데 그것은 의식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한 흥분에 대해 생긴 마음의 상처, 경악에 의해 생긴 것이다. 한편 그것은 잠재된 성욕, 성충동과 결부된다. 작가는 인간의 다양한 행동을 만들어내는 근원적 힘으로서의 충동을 반복해서 형상화한다. 

 화면 위를 속도감 있게 떠도는 온갖 흔적들은 모종의 서사를 만들어 내고픈 충동 사이에서 분주하다. 아마도 즉흥적으로 그려나갔을 이 그림은 의식의 통제보다는, 거의 무의식에 의존해서 자신의 내면에 쌓여있던 그 무엇인가를 배설하고 토해내는 행위에 유사해 보인다. 그래서 그림은 낙서에 가깝다. 마치 어린아이들의 원초적인 그리기를 닮았다.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그리기의 에너지로 충만한 뜨거운 그림이다.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번지고 이를 자동적으로 받아서 도상과 기호들로 출력시키는 그런 그림이라는 생각이다. 

 동일한 형상, 기호들이 반복해서 등장하고 지속적으로 붓질이 표면 위로 이동하고 있으며 온통 떨어대고 있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우리의 심리적 현실 속에서 명백하게 활동하면서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표면적인 의식에는 떠오르지 않는 것이 무의식이다. 무의식은 꿈이 아니라 그 꿈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그 어떤 이유로 인해,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쉽게 드러나지 못하고 있는 마음의 영역이 무의식인 것이다. 

 알다시피 내면화된 금지와 억압이 있는 곳에 무의식이 생겨난다. 김명진의 그림은 무의식이라기보다는 잠재의식의 시각적 외화에 가까워 보인다. 의식함이 없는 무의식에 반해 잠재의식이란 참의식의 밑에 억압되어 있으면서도 항상 의식화되는 것을 지칭한다. 망각되어 있는 의식이 잠재의식이다. 그러니 김명진에게 그림 그리기란 자신의 잠재의식이 분출 되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는 그것을 즐기고 유쾌하게 감행한다. 마치 방언을 하듯이 자기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시각화하고 유출시키려 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방사나 사정에 해당한다. 그는 캔버스 화면에 곧바로 그려나간다. 밑그림 없이 자신이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발산한다. 오로지 자신만의 이야기를 토해내려 한다. 나는 이런 태도가 좋다. 이 자유롭고 거의 날것으로서의 그리기가 지나치게 정형화되고 틀에 사로잡힌 요즈음 그림과는 다른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백 같은 회화, 원초적인 그리기를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작가 약력   

김명진 작가
김명진 작가

     김명진

1978 서울 출생
대구예술대학교 미술대학 수료
현재 서울에서 거주 및 작업

주요 개인전

2021 갤러리 가이아
2018 갤러리 가이아
2016 갤러리 가이아
2013 갤러리 가이아

주요 단체전 및 아트페어

2014~2020  KIAF, 서울
2018 Art Stage, 싱가폴
2016~2017 Art Miami Context, 미국
2017 Art Central, 홍콩
2016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Gallery Weekend Korea (Blue Square, 서울)
2013~2019  Asia Contemporary Art Show (홍콩, 싱가폴)
2015~2021  화랑미술제, 서울
2014~2019  Affordable Art Fair (홍콩, 싱가폴, 브뤼쉘, 뉴욕, 런던)
2014~2019  Art Busan, 부산
2014~2021  BAMA, 부산
2014~2020  대구아트페어, 대구  
2013~2021  AHAF (서울, 홍콩)
2014  Art Southhampton, 햄튼, 미국
2013  Huston Fine Art Fair, 휴스턴, 미국
2013  Art Toronto, 토론토, 캐나다

수상:  2016  우수작가 선정(문화관광부), KIAF, 서울
        2017 우수작가 선정(문화관광부), KIAF, 서울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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