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et to
일 년 전쯤, 유튜브 쇼츠에서 미국에 사는 한국인 중년 여성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민 초기, 직장에 나가야 하고 아이들도 돌봐야 하는 상황은 너무나 벅찼다고 합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i have to)”이 쌓여 있었지요.
그런데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해야 한다”에서 “할 수도 있다(i get to)”로. 그렇게 관점을 바꾸자, 삶이 훨씬 가볍고 감사하고 풍요롭게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해야 한다”라는 말에 눌려 살아갑니다.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 “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보고서를 써야 한다.” 그러나 같은 상황을 “i get to”로 바꾸면 삶의 무게가 기회로 변합니다.
“내가 학교에 다닐 수 있다니”, “내가 연구를 할 수 있다니”, “내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똑같은 일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 하나가 삶의 질을 완전히 바꾸어 놓습니다. ‘해야 한다’는 의무이지만, ‘할 수 있다’는 특권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저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목표를 시간을 거꾸로 하여 세워보는 방식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당장의 성과를 좇지만, 진짜 성공은 멀리 있는 최종 목표에서 출발해 오늘의 나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다가옵니다.
공자의 논어 위령공편에서 유래한 “사람이 멀리 내다보는 생각이 없으면 큰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의 人無遠慮難成大業(인무원려난성대업)도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종 목표를 세운 뒤, 그 목표를 위해 5년 뒤, 1년 뒤, 이번 달, 이번 주, 그리고 오늘 해야 할 일을 거슬러 내려오는 것이지요.
마치 도미노를 차례대로 세워두면, 작은 하나가 큰 것을 쓰러뜨리듯 오늘의 작은 실천이 미래의 큰 성취로 이어지는 원리입니다.
30년도 넘었는데 아직도 앨런 라이터맨이 적은 『아인슈타인의 꿈』이란 책에서 본 글귀가 생각이 납니다. “한 중년 남자가 메달을 손에 들고 스톡홀름의 강단 단상에서 내려온다. 그는 스웨덴 학술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물리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고, 갖가지 영예로운 호칭을 듣는다. 남자는 곧 받을 상에 대해 잠시 생각한다.
그의 생각은 곧 20년 후의 미래로, 홀로 작은 방에 앉아 연필과 종이만으로 일할 때로 옮겨간다. 그는 지금 스톡홀름의 강당 의자에 앉아 아득히 멀리서 그의 이름을 호명하는 학술원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 피 끓을 순간에 대해, 젊고 이름 없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을 그 시절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북받쳐 오른다.”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는 세상에서 노벨상을 받는 중년 남자가 아득히 먼 미래의 젊은 자기를 생각하는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i get to”라고 말하는 순간, 목표는 더 이상 짐이 아닙니다. “나도 학교에 갈 수 있다”라고 말하는 학생은 배움의 기쁨을, “나도 실험을 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연구자는 도전의 설렘을, “나도 가르칠 수 있다”라고 말하는 교수는 지식의 나눔을 소중한 특권으로 느낍니다. 이는 단순한 긍정적 사고가 아니라, 우리가 거꾸로 세운 삶의 목표가 오늘의 작은 선택을 빛나게 하는 힘입니다.
결국 “i get to”는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문구이자, 오늘을 의미 있게 만드는 질문입니다. 우리는 어디까지 도달하고 싶은가? 그리고 그 길을 향해 오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목표를 거꾸로 세워 그 답을 찾아가는 삶은 매일을 단순히 살아가는 것을 넘어 매일을 누리게 하는 희망이 될 것입니다.
<출처: 성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