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태영호, '대한민국 국회는 언제까지 김정은만 웃게 만들 것인가'

2026-08-05     김청수 정치.사회1부장
태영호

 '북한 주민은 사람입니까, 아닙니까?'
 
 이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할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민족인 북한 주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정치범수용소와 공개처형, 강제노동과 굶주림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짓밟히고 있을 때, 대한민국 국회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그 답은 너무나도 부끄럽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며 만든 북한인권법은 존재하지만, 그 법을 집행해야 할 북한인권재단은 10년째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가 북한 주민의 인권을 10년 동안 정쟁의 볼모로 삼고 있는 것이다.
 
 2016년 여야 합의로 어렵게 제정된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최소한의 약속이었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나도록 핵심 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은 단 한 번도 정상적으로 출범하지 못했다.
 법은 만들었지만 실행하지 않는 나라, 인권을 말하면서도 정작 인권을 위한 제도는 작동시키지 않는 나라가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지금부터다.
 
 최근 북한인권단체들이 국회의원 299명 전원에게 북한인권재단 출범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그러나 상당수 의원들은 찬성도, 반대도 아닌 침묵을 선택했다.
 북한 주민의 생명과 자유를 묻는 질문 앞에서조차 답변을 회피한 것이다. 인권을 그토록 부르짖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단 한명도 동의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보수의 가치를 지킨다는 국민의힘 또한 40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답변을 회피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 앞에서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방기이며, 결국 김정은 정권을 가장 이롭게 하는 선택이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조직이 아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하며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기 위해 북한인권법이 규정한 법정기구다.   다시 말해,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제도화한 기관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국회는 10년  동안 그‘최소한의 양심’조차 실행하지 못했다.
 
 나는 북한에서 살아왔고, 북한 정권이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핵무기나 경제제재를 떠올리지만, 김정은 정권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북한인권 문제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될 때마다 북한이 가장 거칠게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권 문제는 북한 정권의 정당성을 흔드는 가장 치명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대한민국 국회가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은 무엇인가.
 
 북한인권재단이 10년째 출범하지 못하도록 방치한 대한민국 국회의 무책임은 결과적으로‘김정은 정권에 가장 값진 정치적 선물’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의 침묵이 계속될수록 웃는 사람은 북한 주민이 아니라 김정은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 역시 이러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이 존재한다면 집행해야 하고, 제도가 멈춰 있다면 정상화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북한인권은 결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정당의 이해관계를 따질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굶주림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 정치범수용소에서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 공개처형의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아이들의 생명과 존엄에 관한 문제다.
 
 대한민국 국회는 언제까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정쟁의 볼모로 삼을 것인가. 언제까지 침묵으로 김정은 정권을 도울 것인가.
 
 북한인권법은 선언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가 국민 앞에 약속한 법이다. 이제는 그 약속을 지켜야한다. 북한인권재단의 조속한 출범은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법적 의무이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최소한의 책임이다.
 
 대한민국 국회가 10년 동안 방치한 것은 북한인권재단 하나가 아니다. 자유대한민국이 북한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희망과 양심이었다.
 
 더 이상 김정은만 웃게 만드는 대한민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