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영화 [심해] 시나리오 '복제물 아니다…최윤진의 독립된 저작물' 3년 만에 '복제' 누명을 벗다

- 1심 '복제물' 판단 항소심에서 뒤집혀… 저작재산권· 동일성유지권 침해 청구 모두 기각 김기용 작가가 제기한 형사고소도 대법원 재항고 기각으로 '혐의없음' 최종 확정 -

2026-09-04     이상계 정치.사회부장
영화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재판장 김우진)는 지난 8월 20일, 시나리오 작가 김기용 씨가 최윤진 작가(영화사꽃 대표)와 ㈜영화사꽃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등록변경 등 청구' 항소심(2025나207760)에서, 최 작가가 집필해 저작권 등록한 영화 <심해> 시나리오는 김기용 작가 시나리오의 "복제물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5월 1심(서울중앙지방법원)이 해당 시나리오를 '복제물'로 판단했던 것을 항소심이 명시적으로 뒤집은 것이다.

 김기용 작가는 ‘2018년 ㈜영화사꽃과 작가계약을 맺고 <심해>의 트리트먼트와 시나리오 초고를 집필한 뒤 같은 해 12월 작가계약이 해지됐고, 이후 최윤진 작가(영화사꽃 대표)가 집필해 단독 저작자로 저작권 등록한 시나리오 <심해>가 투자사 등에 배포됐다.

이에 ‘2018년 작가계약과 해지합의는 불공정한 계약으로 원천 무효이므로 시나리오의 저작권(재산권 포함)이 자신에게 있고, 최 작가의 시나리오는 자신의 시나리오의 복제물이며 성명표시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2023년 10월 저작권등록 말소와 손해배상 1억원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된 최윤진의 독립된 저작물'… 1심 '복제물' 판단 뒤집혀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 작가의 시나리오에 대해 "등장인물의 성격과 관계, 사건의 전개양상 등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대사와 장면을 추가·변경하였으며, 배경 설정과 등장인물의 행동지문을 구체화하는 등으로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피고 최윤진의 독립된 저작물이라고 볼 수 있고, 이를 단순히 복제물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두 시나리오를 장면별 대비표로 직접 비교해 ▲등장인물 해인·천섭 등의 성격과 관계 설정의 변화 ▲김 작가 시나리오에는 없는 새로운 대사와 장면의 추가 ▲프롤로그·난파·회상·결말 등 주요 사건 전개양상의 변화 ▲심해 배경의 과학적 정보와 행동지문의 구체화 등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최 작가의 시나리오가 "다소의 수정·증감을 가한 것을 넘어" 새로운 창작을 부가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최 작가가 다이버를 직접 인터뷰하는 등 자료조사를 거친 사실도 판결문에 적시됐다.

 이는 1심이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되지 않았다고 보아 복제물로 판단했던 것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1심 판결 직후 일부 매체에서 '각본 탈취', '복제물 판정' 등으로 보도됐던 내용은 이번 항소심 판결로 사실과 다른 것으로 정리됐다.

  ◇ 저작재산권 침해 청구 전부 기각… 청구액 1억원 중 400만원만 인정, 소송비용 70% 원고        부담

 재판부는 김기용 작가가 주장한 저작재산권(복제권·배포권·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작가계약과 해지합의가 유효하고, 이에 따라 트리트먼트와 시나리오에 대한 저작재산권이 2차적저작물작성권까지 포함해 영화사꽃에 적법하게 양도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작가계약이 불공정해 무효라는 김기용 작가의 주장도 1심에 이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나리오 내용을 무단 변경했다는 동일성유지권 침해 주장 역시 김기용 작가가 "이를 동의하였거나", 변경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기각됐고, 저작권등록 말소 청구는 최 작가가 이미 지난 3월 자진 말소한 점을 들어 소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됐다. 그 결과 김기용 작가가 청구한 손해배상액 1억원 중 인정된 금액은 성명표시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 400만원에 그쳤고, 소송 총비용의 70%는 김기용 작가가 부담하게 됐다.

  ◇ 성명표시권 부분만 일부 인정… 재판부 '영화 개봉 시 각본가로 기재 예정이었던 점' 참작

 재판부는 다만 최 작가의 시나리오가 김기용 작가의 시나리오 초고를 바탕으로 한 2차적저작물에 해당하는 이상, 2018년 저작권 등록 및 투자사 배포 당시 원저작자인 김기용 작가의 이름을 함께 표시하지 않은 점은 성명표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자료 400만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서 최 작가의 고의가 아닌 과실만을 인정하였고, "원고가 궁극적으로 의도한 바는 시나리오 인쇄본이 아니라 실제 영화가 개봉하였을 때 영화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이 각본가로 표시되는 것이었을 텐데, 피고들은 영화가 개봉할 경우 원고의 이름을 각본가로 기재할 것을 예정하고 있었던 점"을 명시적으로 참작했다.

  ◇ 형사고소는 대법원 재항고 기각으로 '혐의없음' 최종 확정

 한편 김기용 작가가 같은 사안으로 최 작가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형사 사건은 검찰의 '혐의없음(증거불충분)' 불기소 처분과 서울고등법원의 재정신청 기각(2024년 7월 3일)에 이어, 지난 3월 10일 대법원 제1부(2024모2625)가 김기용 작가의 재항고를 기각(2024모2625)함으로써 최종 확정됐다. 수사 단계에서도 종로경찰서 저작권 전담 수사관이 두 시나리오를 대조한 결과 캐릭터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 최윤진 작가 '복제라는 누명은 벗었다… 재판부 판단 존중'

 최윤진 작가는 "3년 넘게 '작가의 시나리오를 탈취해 베낀 제작자'라는 사실과 다른 낙인 속에서 견뎌왔다. 항소심 재판부가 제 시나리오를 독립된 저작물로 인정하고 복제물이 아니라고 명확히 판단해 준 것으로 작가 최윤진의 최소한의 명예는 회복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제작사 대표를 겸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저는 처음부터 작가가 아니라 '작가의 것을 가져간 제작자'로 규정됐다. 15년간 글을 써 온 사람이 한순간에 창작자의 자리에서 지워지는 경험이었다. 이번 판결이 제 시나리오를 독립된 저작물로 인정한 것은, 제작자이기 이전에 작가로서의 저를 인정해 준 것이어서 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성명표시 부분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존중하며, 해지합의서에 명기된 대로 <심해>가 영화로 완성되면 김기용 작가를 각본가로 크레딧에 표기하겠다는 계약이행의 의지는 애초부터 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무엇보다 정당한 계약과 대가를 통해 개발한 작품이 뒤늦은 계약 무효 주장으로 흔들리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기용 작가는 이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2026년 9월 2일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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