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누님 같은 여자

2018-01-12     김동길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가끔 이런 말을 합니다. “김 교수가 결혼을 하지 않는 까닭은 누님이신 김옥길 총장 같은 여성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래” 그러나 이건 말도 안 되는 낭설 중의 낭설입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내 누님 같은 여성이 내 주변에 나타나서 나와 결혼하자고 하면 나는 십리는 도망을 갈 것입니다.

 내가 내 누님을 싫어했기 때문에 하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나는 나의 누님을 동생으로 따르고 의지했을 뿐만 아니라 마음속으로 깊이 존경하였습니다. 그러나 결혼의 상대일 수는 없는 타입의 여성이었다는 사실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훌륭한 여성이고 유능한 사람이고 겨레의 지도자가 될 만한 능력을 타고난 분이었습니다. 스케일이 크고 사려가 깊음을 말하자면 당할 사람이 없었으나 가정주부가 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단수가 매우 높은 사람이어서 결혼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는 말입니다.
 그는 결혼하지 않고 자기에게 어울리는 독신 생활을 70이 되도록 계속하다가 저 세상으로 조용히 떠났습니다.

 그 누님이 이 동생을 무척 사랑하였고, 그의 곁에 있으면 내 마음이 언제나 든든했고 만사가 형통했습니다. 그는 인생만사에 뛰어난 해결사이기도 했습니다.
 나의 누님은 여성으로서의 매력으로 사람을 끈 것이 아니라 훌륭한 지도자로 우리들 위에 있었습니다. 그 누님이 오늘도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