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71년만에 여순사건 희생자 첫 재심 결정

2019-03-21     이용암 사회부장

 

 지난 1948년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당한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해 71년 만에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당시 군과 사법경찰관들이 피고인들을 불법으로 체포·감금했다는 이유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내란죄·국권문란죄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장모씨 등 3명의 재심 청구 사건에 대한 재항고심에서 재심개시를 결정한 원심 결정을 확정했다. 재심은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진행된다.

 순천 시민인 장씨 등은 1948년 10월 국군이 반란군으로부터 순천을 탈환한 직후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순천역과 마을 등에서 체포돼 그해 11월 총살당했다. 이후 참여정부 시절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여순사건을 재조명하면서 “군과 경찰이 438명의 지역 민간인을 내란 혐의로 무리하게 연행해 살해했다”는 결론을 냈다.

 이에 장씨 유족 등은 2013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희생자들에 대한 수사 과정 기록과 증거·판결문 등은 전혀 없는 상태였다.

 1심인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당시 경찰관들의 불법 체포·감금은 제헌헌법과 옛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2심인 광주고법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김명수 대법원장 등 다수의견을 낸 9명은 “당시 군경이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없이 불법 체포·감금했다고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희대·이동원 대법관은 “확정판결을 대신할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재판이 실제로 있었는지, 피고인들이 사형 집행으로 사망한 것인지도 의문”이라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