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스페인 한국문화원(이하 한국문화원)은 지난 5월 17일(현지시각) 19시 30분 스페인국립음악당에서 세계적인 소프라노 박혜상의 데뷔 공연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한국(K)-클래식의 위상을 다시 한번 알렸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좌석 띄어 앉기 등 철저한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관객석의 55%만 제한해 개방한 가운데, 공연장 1,290석이 만석을 이루었다.
특히 마드리드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티센 보르네미사’ 예술감독 기예르모 솔라나(Guillermo Solana)와 마드리드 ‘카이샤포럼’ 관장 이사벨 푸엔테스(Isabel FUentes), 마드리드 시 대표 문화축제 ‘베라노스 데 라 비야’ 총 감독 앙헬 무르시아(Angel Murcia) 등 주요 문화기관 관계자와 언론인, 클래식 전문 비평가 등이 대거 참석했다.
스페인 데뷔 무대이기도 한 이번 공연에서 박혜상은 슈베르트 <아베마리아>, 로시니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방금 그 노래 소리’등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를 선보이고,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김주원 작곡)’, ‘시편 23편(나운영 작곡)’ 등 한국 가곡도 불러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오페라 곡이 끝날 때마다 감정과 흥분이 고조된 관객들의 박수와 감탄 소리가 연신 터져 나왔다.
아울러 박혜상과 스페인 천재 기타 연주자라파엘 아기레(Rafael Aguirre)의 협연도 돋보였다. 두 예술가는 ‘아리랑’과 ‘아델라’ 등 양국을 대표하는 가곡들을 협연해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박혜상은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과 함께 조금 더 이 시대를 대변하는 음악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진실하게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한 시간이었다. 이번 스페인 공연 프로그램을 짤 때도 그런 부분을 많이 고려했다. 사실적이면서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곡들을 통해 관객들이 마음을 되돌아보고, 완연히 취할 수 있었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스페인 최대 클래식 음악전문잡지 리트모(Ritmo) 편집장 겸 저명한 비평가인 페르난도 로드리게즈(Fernando Rodriguez)는 공연 뒤 “흥행과 예술적인 모든 면에서 성공을 거둔 박혜상의 스페인 데뷔 공연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압도적인 생명력과 화려한 테크닉, 섬세한 감정선까지 세계적인 차세대 디바로서 박혜상의 위상을 증명한 무대였다.”라고 평했다.
관객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박혜상의 사인이 담긴 CD 앨범 [I AM HERA]는 순식간에 동났다. 한 현지 관객은 “박혜상이 한국 가곡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를 부를 때,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곡이 끝난 뒤 그녀가 격한 감동을 추스르는 모습을 보며 함께 울었다. 아름답고 진실한 공연을 선사해준 그녀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마드리드에 거주하는 한 한국인 관객은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운 밤이었다. 코로나로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는데, 문화원 10주년 공연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라고 전했다.
한편 당일 관객석에는 한국문화원이 특별 초청한 마드리드 소재 보건소 의료진과 스페인 적십자 소속 자원봉사자 백 여 명이 함께했다. 마드리드 소재 보건소 소장 에마 메넨데즈(Emma Menendez)는 “마음과 영혼을 치유하는 목소리였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있었는데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그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고, 따뜻함이 가득 남았다.”라고 전했다.
오지훈 문화원장은 “이번 단체 초청은 코로나19의 세계적 감염 상황에서도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분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한국 문화를 통한 연대를 강조하고자 기획했다.”라고 밝혔다.
국립음악당 관장 파블로 로페즈 가르시아(Pablo Lopez Garcia)는 “한국문화원은 지난 10년간 한국과 스페인 양국을 잇는 문화 교두보로서 훌륭한 역할을 해왔다. 우리 국립음악당에서 문화원의 10년을 기념하고, 세계적인 소프라노 박혜상의 공연을 개최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 비록 양국이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음악이라는 보편의 언어를 통해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스페인 국립음악당은 예브게니 키신, 몽셰라 카바예, 호세 카레라스 등 세계적인 클래식 대가들의 사진들을 걸어두는 일종의 ‘명예의 전당’ 격인 상설 전시관에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박혜상의 사진을 걸 예정이다.
한국 출신 차세대 디바의 스페인 데뷔에 현지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스페인 공영방송 RTVE의 클래식 음악 전문 프로그램 ‘라 다르세나(La darsena)’는 5월 13일 박혜상과의 인터뷰를 20분간 특집으로 방송하며 한국 소프라노와 스페인의 특별한 인연을 집중 소개했다.
이 매체는 박헤상이 2015년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최하는 오페랄리아 국제 성악콩쿠르에서 성악부문 2위, 스페인 전통가극 사르수엘라 부문 1위에 입상한 것을 기점으로 스페인 레퍼토리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으며, 화려한 기교와 뛰어난 표현력으로 세계 오페라 무대를 압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지 유력 일간지 ‘아베쎄(ABC)'는 오지훈 문화원장과의 인터뷰를 인용해 한국문화원이 개원 10주년을 기념하여 양국의 문화교류를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박혜상 소프라노와 스페인 예술가들을 초청해 국립음악당에서 공연을 개최한다고 지면 보도(5. 5.)했다. 일간지 '싱코 디아스(Cinco Días)'는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소프라노가 한국과 스페인 양국을 대표하는 가곡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지면 보도했다.
소프라노 박혜상은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5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끌기 시작해 2015년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 2위와 최다 관중상을 수상했다.
박혜상은 소프라노에서 가장 높은 음역대인 콜로라투라로 화려한 기교와 방대한 레퍼토리, 뛰어난 표현력을 갖춘 차세대 디바다. 독일과 영국의 주요 오페라 하우스 무대에 데뷔하면서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고 2020년 세계 정상의 클래식 레이블 도이체그라모폰과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전속 계약을 체결해 ‘차세대 디바’로서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편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원 개원 1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마드리드 한국문화축제’의 개막 무대이기도 했다. ‘마드리드 한국문화축제’는 박혜상 리사이틀의 성공적인 개최를 시작으로, ▲ 세종문화회관과 함께하는 K-뮤직 쇼케이스(5. 26.–5. 28.), ▲ 제4회 인디&다큐 한국영화제(6. 1.-6. 13.), ▲ 한-스페인 예술시선교류전(6. 9.-7. 30.), ▲ 제37회 베라노스 데 라비야(7-8월) 주빈국 참가 등 한국문화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아우르는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한다. 온라인을 통해 마드리드뿐만 아니라 스페인 전역에서도 볼 수 있다.
한국문화원 10년에 걸맞은 대규모 협력도 돋보인다. 한국문화원은 스페인국립공연예술센터(INAEM), 스페인국립음악당, 마드리드시청을 비롯해 세종문화회관, 서울독립영화제, 한국화랑협회 등 한국과 스페인 양국을 대표하는 주요 문화기관 13곳과 협력해 함께 소통하는 열린 축제의 장을 만들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