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정부 들어 첫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가 무산된 가운데, 한국노총이 대통령 직속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탈퇴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풀어야할 노동 현안이 산적했지만 이를 논의할 사회적 대화는 시작도 못 한 채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한국노총 안에선 '상황이 나빠도 대화의 끈은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경찰 대응이 강경해지고, 노조 간부를 경찰봉으로 수차례 가격하는 일이 벌어지자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당초 1일 오전으로 추진되던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는 한국노총이 어제 불참을 선언하면서 무산됐다. 이번 간담회는 노사정이 처음으로 현안 논의를 위해 만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특히 민주노총과 달리 보수 정권과도 대화를 이어온 한국노총마저 경사노위를 탈퇴하게 된다면, 노정 관계는 한층 경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노총은 불참을 결정한 배경으로 경찰의 '폭력 진압'을 거론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연이어 자행된 폭력 연행과 진압을 보며 윤석열 정권이 노동계와 대화할 생각도, 의지도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앞에서는 대화의 손길을 내밀고 뒤에서는 농성장의 벼랑 끝에서 노동자를 폭력 진압하는 정권에 대해 이젠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어제 새벽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선 농성 중이던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경찰이 휘두른 경찰봉에 수차례 맞아 머리가 찢어졌다. 전날엔 금속노련 위원장이 경찰 무릎에 머리가 눌린 채 체포되기도 했다. 다친 사무처장은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
한편, 정부·여당에선 노동 현안이 산적한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한국노총과의 관계 복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어제(31일) 국회에서 열린 노동개혁특위 확대회의에서 여당 의원 일부가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위해선 김문수 위원장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어 대화를 이끌어내지 못 했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은 과거 '반 노동' 발언으로 윤 대통령이 임명할 당시 양대 노총이 크게 반발했었다.
정부 입장에서도 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데다,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노동시간 개편 법안을 처리하려면 경사노위에서 사회적 합의를 거쳤다는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