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처럼 뛰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숨진 고 정슬기씨를 비롯해 올해 쿠팡 배송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서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내몰리다 숨진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지만 CLS에서 과로사 포함 질병 사망산재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더불어민주당, 경기김포갑)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2021~2024.08) 쿠팡?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쿠팡이츠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승인 건수는 총 7,640건에 달했다.
쿠팡CFS는 물류센터 운영, CLS는 배송 전문으로 로켓배송 등 택배 배송과 물류 담당, 쿠팡이츠는 음식 배달 플랫폼 운영 자회사다.
4개사 통계가 모두 존재하는 최근 3년(2021~2024.08)만 보면 쿠팡 4개사에서는 전체 8천266건 중 7천640건(92.4%)이 승인됐다. 회사별로 보면 쿠팡 4천86건 중 3천817건(93.4%), CFS 1천885건 중 1천671건(88.6%), CLS 825건 중 799건(96.8%), 쿠팡이츠 1천470건 중 1천353건(92%)이었다.
사고재해·출퇴근재해가 대부분 인정된 것과 달리 질병재해의 경우 승인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사고재해 승인율은 95.9%로 1,460건, 출퇴근재해 승인율은 96.9%로 158건이 산재로 승인된 데 비해, 질병재해는 35.8%로 34건에 불과했다.
택배나 물류업계 질병재해는 대부분 과로로 인한 근골격계질환이나 뇌심혈관계질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로산재가 승인받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셈이다.
같은 기간 유족급여 청구 및 승인 현황을 보면 쿠팡 4개사에서 11건의 사망산재가 발생했다. 이중 사고재해가 9건, 출퇴근재해가 1건, 질병재해가 1건이었다.
그런데 CLS는 해당 기간 유족급여(최초) 처리 내역이 아예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출퇴근 사망산재뿐만 아니라 과로사 포함 질병 사망산재가 ‘0건’이라는 의미다. CLS가 설립된 201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유족급여 처리 내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주영 의원은 “집계 가능한 산재 통계만으로는 쿠팡노동자 전반의 과로사 사망자를 포착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쿠팡 배송?물류 노동자의 과로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사망한 쿠팡노동자들이 CLS 소속이 아닌 CLS와 계약을 맺은 영업점 소속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택배노동자 대부분은 각 영업점과 계약을 맺고 있어 해당 영업점이 보험 가입 사업장이 되고, 택배기사가 질병으로 사망해 산재가 승인될 경우 해당 영업점의 산재로 처리된다. 즉 CLS의 위탁 영업점에서 발생한 산재신청·유족급여 청구는 쿠팡CLS의 산재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주영 의원은 “최근 쿠팡에서는 배송?물류노동자 과로사가 이어지고 있다”며 “그런데 쿠팡CLS가 국내 5대 택배사 가운데 유일하게 산재사망 재해자가 한 명도 없는 회사로 나온다면 사실상 통계에 잡히지 않는 보호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 7월 쿠팡CLS 위탁대리점들의 ‘가짜 3.3’ 택배?물류노동자의 산재?고용보험 미가입 현황이 밝혀진 만큼 산재 통계가 현장을 정확히 반영하고, 산재 위험 사각지대가 없도록 법과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