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욕하기 전에, 정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본 적 있는가'라며 현직 국회 보좌관이 기록한 '보좌관 전쟁' 도서가 '더레드캠프' 출판사에서 간행된다.
보기드문 실지 체험의 정치론으로 이책의 서평은 다음과 같다.
현직 보좌관이 기록한 『보좌관 전쟁』
불과 몇 주 사이의 일이다. 6·3 지방선거를 지나며 양당 지지율 격차는 봄철 두 자릿수에서 한때 1%p 안팎까지 출렁였고, 다시 벌어졌다. 어떤 조사기관은 두 당이 박빙이라 했고, 같은 시기 다른 기관은 여전히 두 자릿수 격차라 했다.
대통령 지지율은 한 조사에서 직전 대비 9%p 넘게 빠지며 올해 최대 낙폭을 찍었다. 숫자는 매주 뒤집히고, 이슈가 터질 때마다 민심은 출렁인다. 누구를 지지하든, 이 어지러운 진폭 앞에서 많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다. 피로와 환멸이다.
그러나 환멸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욕은 쉽고, 냉소는 편하다. 정작 어려운 것은 이 질문 앞에 서는 일이다. 우리는 정치를 그토록 욕하면서, 그 정치가 대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단 한 번이라도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정치 전문 출판 더레드캠프가 펴낸 『보좌관 전쟁: 권력의 중심에서 정치를 설계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는 책이다
. 저자는 국회에서 일곱 해를 보낸 현직 보좌관. 그는 우리가 매일 뉴스로 소비하는 정치의 결과물—법안, 발언, 사과, 선거—이 실제로는 카메라가 닿지 않는 곳에서, 이름 없는 사람들의 손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기록한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무겁다. 한국 사회가 정치에 절망하는 진짜 이유는 정치인 개인의 자질 때문만이 아니라, 정치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시민이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작동 원리를 모르는 기계는 고칠 수 없다.
무대 위 배우의 표정만 보아서는 그 연극이 왜 이 모양인지 알 수 없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정치인은 무대 위의 배우이고 보좌관은 그 무대를 짠 연출가다. 객석은 배우만 보지만, 공연의 수준을 정하는 손은 끝내 무대 뒤에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무대 뒤로 독자를 데려간다. 여론조사 숫자 하나에 정치 전체가 출렁이는 장면, 법안의 단어 하나를 바꾸려 부처와 몇 달을 다투는 장면, 악재가 터진 새벽 사과와 설명과 반격 사이에서 의원의 조급함을 먼저 가라앉히는 장면. 화려한 정치 평론이 끝난 자리에서, 이 책은 정치가 실제로 만들어지는 가장 낮고 구체적인 공정을 보여준다. 그것은 결코 우아하지 않다. 그러나 정직하다.
흥미로운 지점은 따로 있다. 요즘처럼 여론조사 숫자가 매주 뒤집히는 현상조차, 이 책을 읽고 나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저자는 보좌관이 여론조사를 어떻게 읽는지를 한 장에 걸쳐 풀어낸다. 민심은 통계보다 먼저 도착한다는 것이 그의 명제다.
노련한 보좌관은 숫자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 숫자 뒤에서 돌아선 민심과 화난 민심을 구별한다. 지지율이 출렁일 때 정작 무엇을 봐야 하는지—이 책은 그 독법을, 정치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의 눈으로 알려준다. 매일 여론조사 기사를 쓰는 언론에도, 그 숫자에 휘둘리는 시민에게도 유용한 안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어느 진영의 편도 들지 않는다. 저자가 일관되게 붙드는 명제는 단 하나다. 정치란 진영의 구호를 키우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을 한 뼘 가볍게 하는 일이라는 것. 그는 묻는다.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진짜로 사람을 돕는가를. 진영의 승패에 매몰된 정치, 구호만 요란하고 실행은 비어 있는 정치에 대한 이 조용한 반론은, 지금처럼 모두가 누가 이겼는가만 묻는 시기에 더욱 날카롭게 읽힌다.
이 책이 지금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정치 불신이 깊어질수록 사회는 두 갈래로 갈라진다. 정치를 아예 외면하거나, 진영의 언어로만 소비하거나. 두 길 모두 막다른 길이다. 정치를 바꾸는 유일한 출발점은, 정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시민이 이해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이해를 위한 가장 정직한 입문서다. 책장을 덮고 나면, 독자는 더 이상 정치인의 말만 보지 않는다. 그 말 뒤에서 문장을 고른 손을, 결정 뒤에서 판을 설계한 사람을,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 작동하는 구조를 보게 된다.
저자는 책의 끝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자신보다 훨씬 유능한 보좌관들은 책을 쓰지 않는다고, 그들은 책보다 더 급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럼에도 펜을 든 이유는 하나다.
무대 위만 환한 정치에서, 무대 뒤의 어둠을 단 한 번이라도 비춰보고 싶었다는 것. 정치에 대한 냉소가 어느 때보다 깊은 이 계절에, 『보좌관 전쟁』은 냉소 대신 이해를, 환멸 대신 질문을 권한다. 그리고 그 질문이야말로, 더 나은 정치로 가는 첫 문장이다.
〈 책 정보 〉
도서명 『보좌관 전쟁: 권력의 중심에서 정치를 설계하는 사람들』
저자 최병현
펴낸곳 더레드캠프
출간 2026년 7월
가격 22,000원
ISBN 979-11-991531-9-6
분야 정치/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