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발전공기업 5사 통합이 올해 국정감사의 주요 에너지 현안으로 떠올랐다.
발전공기업을 하나의 대형 공기업으로 통합해 재생에너지 투자와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정부 구상에는 상당수 종사자가 공감하고 있지만, 석탄발전 폐지와 조직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용불안과 지역경제 위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0월 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정의로운 전환에 기초한 석탄발전 폐지와 에너지 대전환에 맞춘 발전사 통합을 추진해 전력시장의 선진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전공기업 통합을 에너지 전환의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국정감사에서도 재확인한 것이다.
정부는 현재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등 한국전력 산하 발전공기업 5개사를 통합해 한전 100% 자회사인 가칭 ‘㈜한국발전’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목표 출범 시점은 2027년 10월 1일이다. 정부는 통합을 통해 분산된 자본과 인력을 결집하고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연료구매와 설비투자 등을 일원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는 ‘통합의 효율성’ 못지않게 ‘통합 과정에서 누가 영향을 받느냐’가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 의원이 2026년 국정감사를 위해 실시한 ‘발전공기업 통합·조직 전환에 대한 종사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종사자의 71.3%가 발전공기업 통합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고용형태별로도 발전사 정규직 70.6%, 자회사 정규직 68.7%, 협력·외주업체 종사자 72.7%가 통합에 찬성해 통합 자체에는 비교적 높은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용불안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랐다. 현재 고용 상태가 불안하다고 답한 비율은 발전사 정규직의 경우 38.5%였지만 자회사 정규직은 77.6%, 협력·외주업체 종사자는 무려 91.4%에 달했다.
특히 협력·외주업체 종사자 가운데 ‘매우 불안하다’는 응답도 66.5%에 달했다. 발전공기업 통합과 석탄발전소 폐쇄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낮은 협력업체와 외주 근로자들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정의로운 전환’이 실제 근로자들의 고용승계와 직무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의 통합계획에 따르면 기존 발전 5사 본사 인력 약 2,400명 가운데 약 1,800명은 통합본사에 배치하고 나머지 약 600명은 전국 3~4곳에 설치할 지역재생에너지본부 등에 배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특별법에는 기존 회사의 권리와 의무뿐 아니라 근로자의 고용계약을 승계할 수 있는 근거를 담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직접 고용된 발전사 직원뿐 아니라 자회사와 협력·외주업체 직원까지 실질적인 고용보장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석탄발전소 폐쇄 이후 기존 화력발전 분야 종사자들을 해상풍력·태양광·ESS 등 재생에너지 분야로 이동시키기 위한 교육과 직무전환 시스템 역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경제 문제도 이번 국감의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현재 발전 5사의 본사는 경남 진주, 충남 보령·태안, 부산, 울산에 각각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 이후에는 약 1,800명이 근무하는 하나의 통합본사를 설치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구상이다.
정부는 통합본사 소재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며 기존 전력공기업의 위치와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지역 영향, 정주 및 근무여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기존 발전사 본사가 위치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통합 이후 본사 기능과 인력이 빠져나갈 경우 지역경제와 지방세수, 지역인재 채용, 협력업체 등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진주 혁신도시에 본사를 둔 남동발전의 통합 문제는 경남지역 주요 국감 현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 일정상 발전 5사를 대상으로 한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는 10월 19일 예정돼 있어 본사 소재지와 지역경제 대책을 둘러싼 질의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9월 30일 이미 ‘발전공기업 통합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통합 작업에 착수했다.
통합준비위원회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과 발전 5사 부사장, 정부 관계자, 에너지·전력·재무·노무·법률·IT 분야 전문가 등이 참여하며 통합회사 조직 구성과 인력배치, 운영시스템, 해외사업, 합병 후 통합관리 등을 논의하고 있다. 노동자단체와 정례적인 소통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결국 이번 발전공기업 통합을 둘러싼 국정감사의 핵심은 ‘5개 회사를 하나로 합칠 것인가’보다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강조하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경영 효율화라는 정책목표와 함께 발전소 근로자의 고용승계, 협력업체 종사자의 일자리 보호, 재생에너지 분야로의 실질적인 직무전환, 발전공기업 소재 지역의 경제적 피해 최소화 방안까지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가 국회와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오는 19일 발전공기업을 대상으로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발전 5사 경영진과 정부가 어떤 구체적인 통합 및 고용대책을 제시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