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큼 시원한 여름은 더이상 없다'
마지막 지구의 경고 ‘디 엔드 위 스타트 프롬’, ‘투르카나족의 기후 전쟁’, ‘화염 속의 칼리만탄’
케냐와 페루 목동의 성장기 ‘투르카나족의 기후 전쟁’, ‘바위와 구름 사이로’
소소한 실천에서 찾는 오래된 미래, ‘로테크: 비첨단의 삶’ -
36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웃지 못하는 페루 축구광 목동의 사연부터 항공에 의존하지 않고 2만 3천 킬로를 주파한 독일 기후학자의 무모하지만 의미 있는 도전까지, 멀게만 느껴졌던 지구촌 이웃들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음 달(9월)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되는 하나뿐인지구영상제의 출품작들이 공개됐다.
사단법인 자연의권리찾기(이사장 장제국)는 제3회 하나뿐인지구영상제(공동집행위원장 진재운, 이유정)는 이번 주부터 상영작 예매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올여름 국내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이 기록적인 이상고온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다시 지구’를 슬로건으로 기후 위기를 정면으로 다루는 하나뿐인지구영상제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상영작 면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는 전 세계 곳곳의 환경 재난을 스마트폰으로 포착해 일상화된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개막작 <히어 나우 프로젝트>를 포함해 장편 25편, 단편 및 애니메이션 16편 등 29개국 41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특히 경쟁부문에는 지원작 2천133편 가운데 엄선된 13개국 12편이 스크린에 오른다.
하나뿐인지구영상제 조직위원회는 “평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지 않으면 접하기 힘든 전 세계의 기후, 환경 영화 뿐 아니라,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는 프리미어 작품도 지난해에 비해 두 배가량 증가한 25편”이라며 “기후 위기에 주목하는 영화들이 양적, 질적으로 성장한 만큼 높아진 관객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출품작 예매는 영화의전당 홈페이지(https://www.dureraum.org)에서 가능하고, 영화제 기간에는 현장 발권도 진행된다. 하나뿐인지구영상제의 개막(9월 5일)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출품작 중 관객들이 주목할 시선의 10개 작품을 추려서 소개한다.
◇ ‘기후 위기 NOW’
‘올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다’란 말이 회자될 정도로 심각한 기후 위기 속에 영화제 조직위가 공을 들인 섹션이다.
이상고온과 홍수 등 지구촌이 대면하고 있는 기후 위기의 슬픈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부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기발한 도전까지 다양한 색깔의 영화들이 선보인다.
우선 6일과 8일 상영하는 <디 엔드 위 스타트 프롬>은 메건 헌터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제작된 기후 위기와 모성애를 주제로 다룬 조디 코머 주연의 픽션영화다.
기후 위기로 유례없는 홍수가 발생하며 물에 잠긴 런던, 한 여자가 막 태어난 아들과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긴 여정을 따라간다.
같은 날 상영되는 <투르카나족의 기후 전쟁>은 비가 내리지 않는 4년 동안 케냐의 투르카나족이 겪은 잔혹한 시간을 생생하게 그린 다큐멘터리다.
목축을 하는 투르카나족의 어린 전사 콜레는 기후 변화가 야기한 땅의 상실, 물의 범람 등을 마주하며 무기력한 성장통을 겪는다.
가슴 한편을 누르는 이들 두 영화와 달리 <기후 과학자의 특별한 탄소 여행>은 한 독일 과학자의 탄소 저감을 위한 유쾌한 도전을 그린다. “비행기 탑승 거부로 해고당한 기후 과학자”라는 뉴욕타임스의 헤드라인 아래, 열대 바다 위에서 통나무를 타고 있는 50세 남성의 셀피(selfie)가 실렸다.
그 주인공인 독일의 과학자 지안루카 그리말다. 그는 연구지인 파푸아뉴기니에서 40일 동안 2만 3천 킬로를 기차, 버스, 트럭과 배를 타고 고향인 독일로 왔고 3.5톤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었다. 2023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한 학자의 무모하지만 의미 있는 도전이 펼쳐진다.
◇ 지구를 지켜라 / 지구를 살리는 식탁 / 지구 파노라마
‘지구를 지켜라’, ‘지구를 살리는 식탁’, ‘지구 파노라마’ 섹션은 개발, 현대화, 대량 생산·소비 등으로 각박해진 현대 문명에 구속되어 버린 우리의 슬픈 자화상을 그린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 대안을 찾아 나선 이들의 이야기를 때론 담담하게, 때론 도전적으로 그려낸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우선 <화염 속의 칼리만탄>은 25분 남짓 러닝타임의 단편이지만 울림이 강한 영화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에서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산불은 숲을 영구적인 생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22살 신타에게 우주에서도 보일 만큼 거대했던 2015년 산불은 큰 충격이었다. 그녀는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깨닫고서야 스스로 살 길을 찾게 된다. 신타는 마을이 화염에 휩싸이는 것을 막기 위해 숲 일부라도 사려고 기금을 조성하기 시작한다.
세계적 작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우리의 ‘오래된 미래’를 인도 오지의 라다크에서 발견했듯, 프랑스의 영화 유망주 아드리앵 벨레는 수선 카페, 유기농 농업, 대안 주택 등 우리 주변 작은 공동체들의 작은 실천과 그들의 노하우와 기술에서 미래를 찾는다.
영화 <로테크: 비첨단의 삶>은 하이테크(high-tech)의 반대 말인 로테크(low-tech) 기술을 익히는 사람들과 그들의 공동체 이야기를 담담히 따라간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개발과 현대화된 생산시스템의 문제를 부각하고 대안을 찾는 영화들도 눈길을 끈다. <푸드 주식회사 2>는 팬데믹 시기에 뚜렷하게 드러난 식량 시스템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본격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는 유전자 변형과 화학 기술에 의존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대량식품 생산 시스템에 의해 농부와 식품 노동자, 소비자들이 어떻게 고통받는지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댐버스터 - 강 혁명의 시작>은 댐의 철거를 통한 생태 복원을 외치는 이들의 이야기다. 1980년대 유럽 일부 환경운동가들의 막연한 꿈이었던 물길을 막는 ‘댐’을 없앤다는 구상은 강 복원 사업이 유럽 전역에서 일어나면서 현실이 되었다.
◇ 살아있는 지구
‘살아있는 지구’ 섹션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지구와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 물음을 던지는 영화들을 선보인다. 자연의 경이로움과 인간애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잔잔하지만 긴 여운의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바위와 구름 사이로>는 광활한 안데스 고산지대를 배경으로 8살 소년 펠리시아노와 로날도의 이야기다. 축구를 사랑하는 안데스 산맥의 알파카 목동, 펠리시아노는 페루가 36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지만 웃지 못한다. 마을에 들어온 광산에서 흘러나오는 독성 물질이 생명줄인 호수를 오염시키고, 심지어 오토바이를 탄 무리들이 목동이 지키는 알파카를 죽이고 도망가고 절친 로날도마저 사라진다. 8살의 소년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힘든 투쟁을 시작한다.
<스노우 레오파드>는 우리에 침입해 아홉 마리의 양을 물어 죽인 설표를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와 판타지를 오가며 보여주는 영화다.
아름다운 티베트의 자연 속에서 벌어지는 사람, 자연 사이의 갈등이 중첩적으로 오버랩된다.
마지막으로 <빌리와 몰리: 수달 사랑 이야기>는 무뚝뚝한 스코틀랜드 아저씨 빌리와 야생에서 낙오된 수달 몰리의 이야기를 다룬다. 스코틀랜드의 외딴 섬 셰틀랜드,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야생 수달이 방파제로 떠밀려온다.
빌리와 그의 가족들은 수달 몰리를 새로운 식구로 맞아들인다.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실버백 필름이 제작하고, 세계적인 야생 사진작가이자 영화 감독 찰리 해밀턴 제임스가 메가폰을 잡아 주목받은 작품이다.
송일국, 천우희, 김장훈, 공현주, 알리, 리아킴, 서동주 등 위기 상황에 놓인 지구의 기후를 걱정하는 유명 인사들이 대거 동참하는 제3회 하나뿐인지구영상제는 9월 5~9일까지 5일간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다.
하나뿐인지구영상제 홈페이지(https://www.blueplanet.or.kr)에서 개막식 참가 신청을 하면 선착순으로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첨부 : 제3회 하나뿐인지구영상제 포스터, 상영작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