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들을 보고 가끔 이런 말을 합니다. “늙은이를 보고 남의 일처럼 생각하면 안 됩니다. 50년 전에는 나도 젊은 사람이었습니다. 눈이 밝아서 시력검사를 하면 양쪽 눈이 꼭 같이 1.2/1.2였으며 머리는 검고 숱도 많은데다가 자연적인 ‘웨이브’까지 있어서 참 보기 좋았습니다”라고 하면 크게 웃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믿어지지 않는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실입니다.
6․25때에는 제 2국민병으로 소집되어 창경원에 모였다가 걸어서 부산까지 갔습니다. 하루에 70리를 강행군 한 적도 있었습니다. 행군 도중 경상북도 상주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일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건강하고 발랄하던 청년 김동길이 오늘은 90을 바라보는 노인이 되어 지팡이를 짚고 걸어 다니는데 내가 봐도 내 꼴이 한심합니다.
그러나 어떡합니까! 세월 가면 누구나 저절로 늙어가는 것이지, 유별나게 내 잘못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팔다리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만큼 힘이 빠지고 산에 오르는 일은 이젠 엄두도 못 냅니다. 대부분의 강연도 앉아서 합니다. 내 인생의 가을도 가고 이젠 겨울입니다.
노년의 괴로움은 다 참고 견딜 수가 있습니다. 한 가지 참을 수 없는 것은 젊은 놈들이 노인들이 많아져서 먹여 살리기 힘들다고 투덜투덜하는 것입니다. 저희들의 삶의 20여년을 도대체 누가 먹여 살렸는지는 전혀 생각지 않고 그런 불평을 늘어놓는 젊은 놈들을 보면 은근히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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