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보루, 개성공단을 사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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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보루, 개성공단을 사수하라
  • 정동영
  • 승인 2013.04.24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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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1) 2004.8.31 워싱턴 미 국방부 회의실. 나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자격으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과 마주 앉았다. 당시 미국은 개성공단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먼저 개성공단을 세일즈 하러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요점은 세 가지 였다. 

 하나. 개성공단 사업은 경제사업인 동시에 군사 전략적 가치가 큰 안보사업이다.

 둘. 한국의 수도 서울은 휴전선과의 종심이 불과 40마일에 불과해 북한군 장사정포 사거리 안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한미동맹은 24시간 북한 땅 구석구석에 대한 인공위성 사진을 찍고 고성능 정찰기를 띄워 통신감청을 하고 인간정보 자료를 수집하는 등 북한군의 사전 동향을 알아내는데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DMZ에 인접한 개성에 2천만 평의 공단이 조성되면 이 같은 사전 동향 파악 작업이 최소한 24~48시간 향상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수도권이 안전해지는 것이다.

 셋. 북이 핵을 포기하고 베트남과 중국의 길을 선택하려 할 때 개성공단은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내 설명을 들은 럼즈펠드 장관은 동감을 표시했다. 그는 나를 회의실 옆 자신의 집무실로 안내했다. 탁자 유리판 밑에 끼워져 있던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을 가리키며 환하게 불빛이 밝혀진 한반도 남쪽의 모습은 한국의 놀라운 경제적 번영을 상징하며 동시에 굳건한 한미 동맹의 결과라고 말했다.

 나는 개성공단에 불이 밝혀지면 그 불빛이 마침내 압록강 변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다음날 그는 부시 대통령에게 개성공단 사업을 보고하고 추진해도 좋다는 승인을 얻었다. 

 #장면2) 2013.4.8 김양건 북한 노동당 대남비서가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그는 북한의 돈줄이니 또는 인질구출 작전이니 하는 남쪽의 언급이 북을 모독했다며 54,000명 북한 노동자를 철수시키겠다고 선언했다. 북은 개성공단 중단을 선언하면서도 영구 폐쇄 여부는 남쪽의 대응 여부에 달렸다고 숨구멍은 열어 놓았다.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생각은 우리의 일반적인 견해와 다르다. 북은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적으로 개성공단을 경제사업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북은 남북화해를 위해 자신들에게 군사적으로 예민한 요충지를 남쪽에 양보한 사업이라고 규정해 왔다.

 지난 5년 이명박 정부는 개성공단을 무시하고 방치했다. 1.2차 핵실험과 연평도 포격 사태 때도 흔들리지 않았던 개성공단이 이번에 폐쇄 위기에 몰린 데는 지난 5년 동안의 적대와 증오가 누적된 결과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최근 위기가 우리 국민에게 개성공단의 전략적 가치를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게 해준 역설적 측면도 있다.

 매일 아침 광화문에서 통근버스 두 대가 개성을 향해 출발하고 많게는 천 대가 넘는 트럭과 승용차가 DMZ를 가로질러 북으로 출퇴근하는 진귀한 풍경이 알게 모르게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 구실을 해온 것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대화 제의와 케리 미 국무장관의 한-중-일 순방 효과로 한껏 고조되었던 긴장이 한풀 꺾인 기미가 있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개성공단 유지와 확장에 관한 박 대통령의 명확한 뜻을 베이징 채널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 귀에 전달할 필요가 있고 동시에 통일부를 통해 개성공단 조업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 제안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었다.

 유감스럽게도 정부는 행동하지 않았다. 엊그제 북은 입주 업체 대표들의 개성 방문을 불허했다. 하루하루가 개성공단 입주 회사들에게는 피를 말리는 안타까운 시간이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2007년 대선 패배에서 나 개인의 승패보다 더 안타까운 일은 남북화해가 멈추고 개성공단이 동결돼 버린 일이다. 목표대로 2012년까지 공단부지 8백만 평과 1,200만 평의 근린시설 용지가 모두 완성됐더라면 북한의 경제지도가 달라졌을 것이다. 개성공단 하나의 생산력이 북한 경제 전체와 맞먹는 규모가 되고 한반도 평화를 떠받치는 확고한 받침대가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완공됐을 때 개성공단에 필요한 노동력은 3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개성과 인근 개풍 장단 인구는 모두 합쳐 30만 명에 불과하다. 일찍이 김정일 위원장은 노동력 공급 부족을 걱정하던 정주영 회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단계가 되면 남북관계가 변할 것이고 그때는 인민군 군복을 벗겨 젊은 사람 30만 명을 대줄 것이니 안심하시오'

 상상만 해도 통쾌한 일이다. 남북이 군사력 감축을 통해 남한 70만, 북한 110만 대군을 각기 대폭 줄이고 북은 이 가운데 30만을 군복을 벗겨 공장에 투입한다는 시나리오는 멋지지 아니한가. 역사는 상상하는 자가 만드는 법이다. 그날을 상상하자. 그날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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