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분노만이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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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분노만이 진실이다"
  • 김영환 국회의원
  • 승인 2014.04.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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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조(小潮)기가 끝났다. 기적을 기다린다. 더 늦기 전에 분노를 적는다. 지금은 분노만이 진실이다.

 적어도 2014년 4월 아이들 앞에 대한민국호는 완벽하게 침몰하였고, 대한민국 정부는 실종되었으며, 청와대는 5천 만 국민의 컨트롤타워가 아님을 만천하에 공표하였다.

 망연(茫然)하다. 기다린다. 허탈하고 허망하다. 슬퍼하고 애도하는 일 말고 할 일이 없다. 결국 지금까지 객실에 갇힌 단원고 실종아이들을 단 한명도 살려내지 못했다. 아픔의 송곳이 가슴을 후빈다. 대한민국이 천천히 온전히 가라앉았다. 이것이 우리들의 민낯이다.

 세월호가 바다에 빠진 모습을 본 것은 아침 9시경이다. 해가 바다위에 떠있었다. 날씨는 맑았다. 전 국민 앞에 세월호가 기운 채 언론 앞에 섰다. 2시간 반 동안, 수백 척의 함정과 수천 명의 병력과 첨단병기가 동원되었다. 우리의 가슴은 뿌듯했고 자랑스러웠다. 그동안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고, 잘 훈련된 육해공군과 용맹한 해경이 있었다. 위기에 강한 대통령과 ‘꼿꼿 장수’를 포함한 믿음직한 지도부가 청와대에 있었다.

 10시에 나는 단원고 강당에 있었다. ‘전원 구조’라는 경기도 교육청의 문자가 날아들었다. 부모들은 안도했다. 4대의 차를 타고 진도를 향해 떠났다.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이었다. 그 버스 안에는 지옥과 천당이 함께 공존했다. 인류 역사이래 최대, 최고의 비극이 그곳에서 연출되었다. 전화를 받은 부모와 전화를 애타게 기다리는 부모가 함께 있었다. 368명 구출의 낭보가 종편을 포함한 언론을 통해 날아들었다.

 참사의 원인은 수도 없이 많이 제시되었다. 선장 때문이고, 구원파 때문이고, 매뉴얼 때문이고, 증축된 배의 무게중심 때문이고 등등……. 공분의 선장은 대통령에 의해 살인자로 이미 낙인찍혔고, 어떤 이는 오대양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참사를 막아야 할 주역인 정부가 침몰의 주역인 선장을 살인자라 부를 자격이 있냐고 외신이 비웃고 있다. 청와대는 아직 120명의 우리 아이들이 바다에서 시신조차 찾지 못한 지금 발뺌 중이다. 슬픔에 빠진 국민을 난파선에 남겨둔 채, 청와대가 제일 먼저 뛰어내려 피신 중이다.

 어린 단원고 학생들은 방송과 선생님들을 믿고 기다렸으나 대한민국은 끝내 그들에게 구명의 손을 내밀지 않았다. 기다림은 분노로, 분노는 절망이 되었다. 우리는 말의 성찬 속에서 골든타임을 흘려보냈다. 육해공군, 해경, 특수부대는 즐비했건만 선실에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다.

 제 살길 찾아 제일 먼저 탈출했던 선장의 인면수심(人面獸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진 정부는 어떠했던가?

 사고수습에 나선 정부는 오전 내내 ‘승객 대부분이 구조되었다’고 낙관했다. 상황을 오판했다. 구조자 숫자를 200명씩이나 잘못 파악했다. 탑승객의 3분의 1도 구조하지 못한 바로 그 시간에 대통령은 ‘선실에 남아 있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해서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없도록 하라’고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수백 명의 생명이 걸려 있는 골든타임에 대통령에게 잘못된 상황보고를 한 사람은 누구인가?

 대통령은 분명히 ‘특공대도 투입해서 선실 구석구석까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어떤 특수구조대도 배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엄중한 대통령의 지시가 지켜지지 않았다.

 청와대의 잘못된 보고와 오판은 오후 늦게까지 계속 되었다. 오후 5시 대책본부를 방문한 대통령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던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듭니까?”라고 묻는다. 안행부차관은 “갇혀있어서 구명조끼가 의미가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고 답한다. 대통령은 “아, 갇혀있어서, 네”라고 재확인한다.

 거친 파도 맹골수도에 갇혀서도 서로의 손 꼭 잡고
 “미처 말 못할까봐 보내 논다. 엄마 사랑해.”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발을 붙들어 맨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도 이제 끝이 났다.

 오늘 이 나라에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가 참회록을 써야한다. 사랑한 것 밖에는 잘못이 없는 아이들 앞에 무릎 꿇고. 이 아이들을 살려내지 못한 무능과 자책의 참회록을...

 함부로 우리의 흐르는 눈물을 닦지 말자. 함부로 희망을 말하지 말자. 섣불리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하지말자. 충분히 아파하고 충분히 부둥켜안고 우리들을 돌아보자.

 아이들을 객실에 묶어놓고 구하지 못한 우리가 용서를 빈다.

 이 아이들이 우리의 채찍이고 교훈이다. 구명조끼를 서로 묶은 이 아이들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 그 죽음의 순간을 꿋꿋이 함께한 선생님들에게 고개 숙이자. 승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주고 죽음을 선택한 승무원의 행동을 기억하자. 어린 오빠가 자신을 버리고 더 어리고 약한 5살 권양을 살려내지 않았는가?

 이들만이 절망한 우리 국민들의 위로이다.

 지금은 분노만이 진실이다라고 김영환의원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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