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며칠 동안 강연 때문에 중국엘 다녀왔기 때문에 ‘봉화마을’에서 일어난 일들을 목격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TV에서 재방송되는 그 때 광경을 보면서, “원,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는가?” 스스로 묻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추모의 모임은 예외 없이 엄숙하고 경건해야 마땅하다고 믿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은 그 모습을 볼 수도 없고 그 몸을 만질 수도 없는 ‘영’으로만 존재하는 까닭에 ‘추모’는 재래의 ‘제사’와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초상을 당한 노 씨 가문은 그것이 6년 전의 일이건 60년 전의 일이건, 죄를 지은 사람처럼 (그 날만이라도) 처신해야 옳다고 우리의 전통사회는 믿고 있습니다. 추모의 모임에서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김동길 박사 |
이 상주는 등단하여 격한 어조로, “우리 아버지를 누가 죽였나? 김무성 아닌가, 박지원 아닌가, 김한길 아닌가, 천정배 아닌가?”라며 상주는 울분에 입술과 목소리가 떨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상주가 나서서 문상객을 매도하고 물을 끼얹는 그런 만행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속칭 친노파 결사대의 결성식인가? 그것이 누가 설계하고 시공한 작품이든 이제 그 집단에서는 망조가 든 것입니다.
그리고 또 노무현의 수제자나 정치적 유산의 상속자로 지목되는 문재인은 사과의 말 한 마디 안 하고 그 자리에 앉아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 이것은 무례를 넘어 패륜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야당이 저 꼴이 되어 무너진다면 2017년 선거에서도 우유부단한 오늘의 여당이 또 승리할 수밖에 없으니 선진화된 민주정치는 아득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상주의 주장은 “우리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악한들 아, 네 죄를 알렸다!”라는 것이니, 격분한 그 아들을 달래기 위해서는 노무현 자살에 관한 사직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꼭 있어야 한다고 나는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