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전통에서 광기의 의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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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전통에서 광기의 의미(2)
  • 김정휘 전 대학교수
  • 승인 2015.10.1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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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상성(abnormality) 즉, 이상(理想)이 아닌 이상(異常), 질병으로서의 광기. 그러나 창의적 천재성 또는 비범함과 결합되면 이상(理想), 숭고함이기도 한다.

 케빈 더튼(2013)은 저서인 천재의 두 얼굴에서 성공한 사이코패스들 중에는 번뜩이는 천재성과 일종의 광기의 발현이 (누구를 위하여▴)오히려 도움이 된다. (▴필자의 의견은, 악명 높은 히틀러, 스탈린, 모택동, 라오스의 크메르 루즈의 만행이 기억되기 때문에 첨가했다.)

 창의적 천재들 이외에 정치가(독재자)와 여성, 예술가, 작가, 장군(지휘관)이나 CEO의 광기의 양태와 효과에 대한 연구가 소수의 연구자에 의해서 이뤄진바가 있다.

 광기는 배척만 할 주제가 아니다. 인간의 광기(狂氣. madness)는 흔히 정상적인 것과는 대칭에 선 비정상과 몰이성(沒理性)의 개념으로 통한다. 우울증과 죽음, 욕망, 폭력, 비판, 반대와 같은 광기의 양상은 정상성의 관점에서 위험하고 거세되어야 할 가치로 여겨진다. 그래서 이 광기는 정치와 철학, 역사의 범주에선 늘상 배제되고 억압받곤 한다. 그러면, 광기는 정말 비정상적이고 배척해야만 할 주제인가.

   
▲ 필자 김정휘 전 대학교수
 “광기란, 역사의 문제이며 이성은 우리를 조용히 혹사시켰다.” 이것은 광기를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적 부정의 개념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심층적인 측면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던 미셀 푸코의 유명한 말이다. 푸코는 “화가와 시인들의 기발한 착상은 광기의 완곡한 표현”이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문학과 예술이 근원적으로 인간의 본성과 실체 찾기에 천착하는 행위라고 할 때 그 말은 결코 허튼 망언이 아닐 것이다. (김성호. 2011)

 송기정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불어불문학)가 펴낸 “광기, 본성인가, 마성인가“ 는 광기를 심층적인 측면에서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는 미셀 푸코의 주장에 근접한 책이다. 광기 문제를 문학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규격화된 틀에서 탈출하고 법이 정한 금기를 어기려는 “삐딱함에 대한 욕망”에의 광기가 문학의 영역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조망한 시도가 신선하다.

 등장하는 작가는 루소, 디드로, 발자크, 스탕달, 플로베르, 모파상 등의 프랑스 작가들과 박지원, 김동인, 염상섭 등의 한국 작가들이다. 18~19세기 프랑스 문학과 18세기 및 개화기의 한국 문학 속에 등장하는 광기에 대한 집중 조명을 했다. 책을 통해서 드러난 이 들은 글쓰기를 통해서 내면의 광기와 싸우고 거짓의 광기로 위장해서 오염되고 타락한 사회를 향해서 쓴 소리를 토하거나 시대적 절망을 쏟아낸다.
 루소의 참회록에서는 박해 망상과 편집증의 흔적이 보이고 모파상의 단편소설에선 자아 상실의 공포가 역력하다. 스탕탈의 ‘아르망스’는 실어증, 네르발과 염상섭의 글에서는 우울증과 죽음의 욕망에 나타난다. 플로베르의 ‘성 앙투안의 욕망’에서는 환각과 욕망이 춤추고 있는 반면에 박지원은 이 광기를 사회 비판의 도구로 사용한 흔적이 또렷하다.

 송기정 교수는 이 책에서 광기의 문학적 의미를 확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 내면 속에 숨어 있는 가장 솔직하고도 섬뜩한 마음인 “광기”를 빌려서 문학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삶의 가치와 의미의 뿌리를 찬찬히 묻고 있다.(김성호.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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