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대위대표, 열린 특강 “경제 민주화가 경제 활성화다” 강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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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비대위대표, 열린 특강 “경제 민주화가 경제 활성화다” 강연록
  • 이일성 대표/ 기자
  • 승인 2016.08.1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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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특강을 하고 있는 김종인 더민주비대위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대표는 18일 오후2시 국회 본청 246호에서 “경제 민주화가 경제 활성화다” 란 주제로 열린 특강을 개최하였다.
 다음은 이날의 김대표가 발언한  강연록이다.

   “경제 민주화가 경제 활성화다”

   ■ 김종인 대표

 제가 과거에 대학에서 교수로 강의를 했던 사람이다. 그간 정치권에 들어와서는 강의를 함부로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12년 경제 민주화를 이야기하면서 왜 우리나라가 지금 단계에서 경제 민주화를 빨리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에 대해 누누이 설명했다.

 경제 민주화를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특히 정치권이 그랬다. 또 경제 민주화가 혹시 자신들의 이해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해서 재계는 굉장히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이를 반대하는 방향으로 서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제가 경제 민주화를 헌법 119조 2항에 넣는 과정에서 순탄하게 들어간 것이 아니다. 제가 당시 국회 헌법 특별위원회 경제조항분과위원장을 맡으니 제일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이 전경련이다.

 당시 전경련 회장을 맡고 계셨던 정주영 회장께서 갑자기 자신들과 토론을 한번 하자고 해서 전경련이 주최하는 세미나에 갔다. 가서 보니 전경련을 옹호하는 경제학자들, 언론인으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그 속에서 두 시간 가까운 자본주의 논쟁을 했다.

 자본주의라고 하는 것이 무조건 기업이 자신들 뜻대로 기업을 운영하고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누이 설명했다.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자본주의라는 말은 동일하지만 각 국가별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형성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자본주의가 유럽의 대륙 자본주의와 다르고, 유럽의대륙 자본주의가 북구 스칸디나비아의 자본주의와 다르고 북미의 자본주의와도 다르다.

 오늘날 성공한 자본주의와 실패한 자본주의를 비교하면서 왜 실패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근 MIT의 대런 애쓰모글루라는 경제학 교수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에서 자세하게 성공과 실패를 잘 묘사한다. 역설적으로 이야기해서 경제 민주화라는 말을 쓰지 않아서 그렇지 제일 먼저 경제 민주화를 제대로 정부의 시책으로 실시한 나라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다.

 20세기 초기에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등장과 함께 미국 경제구조의 기본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시키고 대학의 로버트 윌리엄 포겔 교수는 자신의 “네 번째 각성”이라는 책에서, 미국인이 첫 번째 각성을 해서 독립 전쟁을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를 건국했고, 미국이 분열을 하려 할 때 아브라함 링컨이라는 대통령이 나와서 하나의 국가로 단일화 시켰고, 세 번째 각성을 했던 때가 1901년에 등장한 티어도어 루스벨트라고 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어떻게 미국의 각성을 초래했는가. 그는 공화당의 대통령이었다. 티어도어 루스벨트가 대통령을 하기 전 뉴욕 주지사를 하면서 당시 미국에서 아주 못된 자본가들의 행태를 맹렬하게 비난한다.

 그래서 맥퀸리라는 사람을 러닝메이트로 하면 자기 멋대로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부통령으로 만들었다. 미국이 하나의 전기를 만들려고 한지는 모르겠으나, 맥퀸리가 취임한지 두 달 만에 총상을 당해서 사망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대통령의 취임을 하면서 동시에 독과점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굴지의 재벌인 록펠러, 카네기, JP 모건 같은 사람들이 맥퀸리를 부통령을 만들기 위해서 막대한 자본을 썼는데 그 사람들을 전부 다 법정에 고발하고 그때부터 독점의 해체에 들어간다.

 제가 경제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 가끔 인용하는 사람이 있다. 프랑스 혁명을 맞이했던 루이16세이다. 루이 16세가 단두대에 이슬로 사라져가는 그 계단에서 중얼거리면서 했던 이야기가 “내가 10년 전부터 이런 사태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는데, 안 왔으면 했는데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죽었다고 한다.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꼭 이 문구를 기억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경제정책을 이야기할 때 흔히 경제를 항상 밝게만 이야기하는 성향이 있다. 실질적인 상황은 경제가 어려워지는데도 불구하고 적당히 위로의 말로 지나가려는 성향이 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가 맞이했던 것이 1997년도 IMF사태다. 그 당시 뭐라고 했는가. 경제 연구기관, 정부, 언론 모두 대한민국의 기초가 튼튼하기 때문에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처럼 외환위기가 절대로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한 달도 못가서 결국 외환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미리 예견하고 준비하지 않은 나라는 제 길을 정상적으로 못 간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같은 사람이 미국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국내 구조를 형성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루스벨트의 개혁은 한 번에 끝난 것이 아니다. 개혁을 성취하는 과정이 50년, 60년이 가까이 걸렸다. 그렇게 해서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도 생겨났고, 전 세계가 미국을 본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 당시에 경제 민주화라는 말만 안 썼을 뿐이지 결국은 경제세력에 대한 규제를 시작한 것이다. 독과점법(Antitrust law) 등을 통해서 미국에서 기업들의 자세를 전환하게 해준 것이다.

 미국에서 록펠러나 카네기 같은 사람들이 엄청난 돈을 들여서 재단을 만들었다. 이러한 재단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정부가 상속세, 증여세를 강화하고 독과점을 제어하니까 법망에 걸리기 보다는 차라리 자선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자신들의 돈으로 재단을 만든 것이다.

 대표적인 예의 하나로 미국의 포드재단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제일 큰 재단으로 등장한다. 왜 등장하게 되었는가. 포드라는 사람이 의심이 많아서 생전에 자신의 부인이나 자식들에게 증여를 하지 않고 갑자기 죽었다. 갑자기 죽어버리고 상속세를 90%이상 내야 하니 전 재산이 정부의 세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결국 포드 집안에서 미국의 상속세와 관련된 유명한 변호사, 회계사들을 전부 모집해서 어떻게 이 세금을 피할 수 있을지 문의했다. 죽기 전에는 증여를 할 수 있지만, 죽은 후에는 증여를 할 수 없어 못한다고 하니 재단을 만들어 전 재산을 넣고 미국 상원에 특별 허가를 받은 것이다.

 그렇게 포드재단을 만들어 돈이 상속세로 가지 않고 재단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명분은 정부가 세금을 걷어서 공익사업에 쓰나, 재단에 들어가서 공익사업에 쓰는 것이나 똑같다고 해서 인정해준 것이다.

 오늘날에 와서 미국의 대통령들이 상속세를 없애주겠다, 증여세를 없애주겠다고 해도 미국의 재계는 오히려 이를 거부한다. 만약 미국의 상속세, 증여세라는 제도가 없었다면 오늘날 미국 사회가 이 정도의 조화를 갖출 수 있겠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저는 이미 70년대 중반부터 경제 민주화를 이야기하면서 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재계를 육성하면 나중에 재계에 꼼짝도 못할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파이를 키우되 파이에 금을 그어가면서 키우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고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이질적인 사람으로 밖에 보지를 않았다.

 1985년 무렵에 한국은 완전히 재벌이 분할할 수 있는 경제세력을 형성한 나라가 되었다. 1987년 민주화 헌법을 만들 때 25년간의 압축 성장을 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경제사회구조의 시정 없이는 대한민국의 민주화가 정상적으로 시행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회의를 가졌기 때문에 경제 민주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경제 민주화를 이야기를 하니 전경련 같은 곳을 비롯해서 저항이 엄청나게 많았다. 경제 민주화에 대해서 헌법특위에서 시비를 거는 사람도 없었고 논의에 참여하는 사람도 없었다. 마지막에 정리를 해서 당시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니 즉각 답을 했던 것이 경제 민주화를 빼라고 하는 것이다. 왜 빼라고 하시느냐고 물으니 묘한 소리를 했다. 재계와의 사이가 나빠져서는 과연 정치가 될 수 있냐는 말씀을 하셨다.

 제가 설명을 뭐라고 했냐면, 1935년에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당시 공황을 극복하면서 내세운 뉴딜의 내용을 보면 ‘소셜 서큐리티’라는 연금제도 하나를 빼면 상당수 사회의 입법 관계가 미국 헌법 재판소에서 헌법 위반 판결을 해서 없어졌다고 했다.

오늘날 미국에서 왜 건강보험이 문제가 되는가. 당시에 이미 건강보험이라는 것이 제도화돼서 실시될 단계까지 갔다가 미국의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이라고 하는 제일 고약한 압력단체와 제약회사가 소송을 해서 위헌 판결을 받아서 무산됐고, 그 이후로 미국의 건강보험제도가 제대로 확립되지 못하고 최근까지도 건강보험제도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경제 민주화를 왜 해야 하는가? 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경제 민주화는 경제 성장에 장애가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경제 민주화를 하지 않고서는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상황에서 절대로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없다. 이웃 일본을 생각해보자. 일본이라는 나라가 왜 지난 20년 동안 허송세월을 보냈는가. 일본의 정치권이 나라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가 90년대 초 어느 저명한 일본 정치인을 만나보니 일본은 더 이상 활력을 가져올 수 있는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일본의 관료, 대기업 조직, 자민당의 기본적인 자세가 경직이 돼서 변화를 할 줄 모른다고 했다. 변화를 하지 못하고 예전에 내려온 데로 그대로 하다 보니 20년이 지난 것이다.

 잘 기억하시는 분이 없으리라고 생각하는데 2차 대전 이후 망한 두 나라와 또 2차 대전 이후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했다고 이야기했던 두 나라가 바로 일본과 당시 서독이다. 2차 대전 이후 세계 경제 질서를 정한 협정이 포츠담 협정이다. 포츠담 협정문에 당시 2차 대전 이후 경제 질서를 어떻게 가져와야 하는지가 적혀 있다. 경제의 집중을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력의 집중은 시장경제의 효율도 가져오지 못하고 정치적 민주화에 커다란 장애 요인이 되니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해서 맥아더 사령부가 일본의 재벌을 해체하고 승전국들이 독일의 콘체른(Konzern)을 완전히 해산한 것이다.

 1945년부터 1980년대 말까지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난 상황을 보면 서독이나 일본이 비슷한 효율성으로 경제를 이룩했다. 일본은 1980년대 말 한 때 미국을 능가할 정도의 경제력을 21세기에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있었다.

 그러던 일본은 1993년부터 침체에 빠져서 지금까지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하는 것이다. 최근 ‘아베노믹스’라고 해서 반짝하는 것 같더니 아베노믹스도 결국 실패의 사례를 남길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있다. 왜 그런가. 기본적인 구조를 바꾸지 못해서 그렇다.

 우리도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 경제도 말은 좋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일본을 꼭 닮아가고 있다. 법인세를 내려줬더니 기업에 유보금만 쌓이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유보금이 세계에서 일본 다음으로 높다. 일본이 GDP 44%의 기업 유보금을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는 34%의 유보금을 가지고 있다.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은 어떤 식으로 가고 있는가. 일본은 계속해서 엄청난 규모로 푼다. 그 돈이 실물경제로 투입돼서 경제 활성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결국 돈 있는 사람이 자신의 자산 가치를 불리는 것으로 밖에 쓰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현재의 상황을 보면 그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시장에 그대로 맡겨야 하는가. 오늘날 우리나 미국 할 것 없이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 우리도 과연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자본주의가 효율을 가지고 대한민국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많이 있다.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소위 구조조정이라고 하는 문제도 과연 정부가 힘차게 해낼 수 있을까. 과연 정부가 기업이 가지고 있는 그 힘에 제대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을까.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공감하는 것이 그동안 선진자본주의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이라는 메커니즘과 의회민주주의라는 메커니즘이 서로 공동작용을 해서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의회가 제도적으로 해결하여 조화를 이뤘다.

 의회가 제도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시장경제가 시장경제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장경제가 공정성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도록 장치를 계속 만들어서 보완해준다는 것이다.

 제가 2012년에 경제 민주화를 한참 이야기할 때 미국의 애쓰모글루 교수가 ‘포용(Inclusion)’이라는 말을 시작하면서 포용적 성장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전세계적으로 전파되었다. 그가 포용적 성장을 이야기하니 IMF가 받아들이고, OECD가 받아들여 APEC과 G20에서 포용적 성장을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포용적 성장을 하려면 그 자체가 제도의 보완을 계속 요구한다. 제도의 보완은 경제 민주화를 이룩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것이다. 제일 문제가 되는 곳이 어디인가. 국회라고 이야기한다. 의회가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고 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온 이후 원인을 규명해보니 월가의 탐욕 때문이라고 했다. 그 탐욕은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인간은 기본적으로 탐욕스럽게 태어났기 때문에 스스로 절제할 능력이 없다. 그러니 탐욕을 절제시켜서 시장이 조화를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도 모두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기능을 담당해야 할 곳이 의회와 정부이다.

 의회와 정부가 이에 밀려서 아무것도 못한다면 결국 시장경제는 아무 기능을 할 수 없다. 흔히 시장에 맡기면 모든 것이 잘된다고 이야기한다. 경제정책상 뚜렷한 목표를 정해놓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종 제도가 작동해야 한다.

 막연하게 시장 이야기를 하지 말고 시장이 할 수 있는 기능, 할 수 없는 기능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시장이 일부세력에 독점되면 시장은 절대로 효율도 발휘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고, 그 결과로 사회적인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민주주의가 잘 되겠는가.

 1930년대 스웨덴의 알빈 한손 수상이 스웨덴의 당시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상화시킨 이후 정치의 민주화, 사회의 민주화, 경제의 민주화라는 말을 했다. 경제의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고 특정세력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경제구조나 체제를 갖는 나라는 절대 정치의 민주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사회의 민주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결국 사회의 혼란, 국가의 쇠퇴를 가져올 뿐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왜 잘 나가던 일본과 독일을 비교할 때 독일에 비해서 일본이 효율을 잃어버리고 있는가. 독일은 1949년 서독 연방국이 탄생할 때부터 운이 좋았는지 모르겠지만 철저하게 신자유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에르하르트라는 경제상이 출현을 한다. 그는 신자유주의적인 철학을 가진 경제학자였다.

 그가 이야기하는 신자유주의는 최근에 이야기하는 신자유주의가 아니다. 시장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신자유를 택하지만 결국 사회적인 조화를 시장의 효율과 연결시킬 수 있는 경제 질서를 수립한 것이다.

 경제질서 내에 제가 이야기하는 경제 민주화를 할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다 들어가 있다. 오늘날 독일에 가면 재벌이라고 하는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 경제를 이끌어 가고, 수출의 70%를 이끌어가는 것이 중소기업이다.

 약육강식하는 나라, 경제세력이 전체시장을 지배하는 경제체제는 이제 효율이 없다. 금융위기 이후 최근에 와서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가. 장기적인 침체국면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위기라는 것이다. 원인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면 정부가 신뢰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작년 여름 영국 런던에서 특권층에 속하는 세계의 부호 250명이 모여서 자본주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포용을 해야겠다고 했다. 포용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사회가 안정될 수 없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 샌더스, 트럼프 같은 사람들이 미국사회에서 선풍을 일으키는 것도 미국 사회가 지난 20세기동안 잘 가꿔온 시스템이 1980년에 등장한 레이거노믹스로 인해 균열이 심해져버렸기 때문이다.

 과거에 이야기하던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것도 요원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전 세계가 똑같이 자본주의의 미래를 구출하고 경제의 효율을 제대로 일으키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포용적 성장을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 방법이 무엇인가. 제가 사실 1990년에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주도할 때에 구조조정을 하려고 시도를 했다. 그 당시 제가 다루기가 힘든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는지 초기에는 순응하는 것 같이 보였는데, 제가 자리를 뜨자마자 만들어놓은 질서는 한두 달도 안돼서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저는 경제 민주화를 제대로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대통령의 의지라고 이야기한다. 제도를 만들어놔도 대통령의 의지가 없으면 관철할 수 없다. 우리나라 경제현실을 놓고 볼 때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어가고 있고, 국민은 정부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 특히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고 경제 효율을 높이면서 사회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제도적으로 이 사회를 하나하나 짜나가는 방법 밖에 없다. 이것을 하지 않으면서 막연하게 통일하면 대박이 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통일이 준비해서 된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역사적 순간이 도래되어 통일이 된다면, 지금과 같이 갈래갈래 찢어져가지고 서로 분열되어있는 상태에서 그 기회를 완벽하게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 있겠는가. 전혀 불가능하다.

 제가 어제 외부에서 온 총장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사람이 남북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북한에 엄청난 돈을 집어넣지 않으면 남북관계 문제가 제대로 될 것 같지 않은데 저더러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당분간은 힘들다고 본다.

 우리가 북한에 돈을 조금 주면, 남한에서 뭐라고 이야기하겠는가. 당면하고 있는 갈등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또 북한에다 퍼준다고 이야기할 것 아닌가. 과거에 햇볕정책을 하면서 북한에 몇 억불 줬다고 해서 국내의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왜 북한에 퍼주기를 하냐고 이야기한다. 남북문제를 다룰 때에도 남한 내부에서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것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조화를 갖추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제도적 장치다.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시장의 메커니즘 자체가 능력 있는 사람이 모두 가져가게 되어 있기 때문에 1차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재분배 메커니즘을 통해서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말도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저도 세금을 공부했지만 세금을 통해서 근본적인 분배구조의 시정이 이루어질 수 없다. 시장이 움직이는 과정 속에서 제대로 장치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시장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서 가격을 결정하고 그것이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한다. 효율적인 시스템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해결할 수 없는 분야가 너무 많다. 수요와 공급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무엇으로 해결할 것인가. 예를 들어 시장에서 소득의 불평등한 분배가 이루어질 때 시장 메커니즘으로는 절대로 고쳐지지 않는다.

 시장론 논쟁을 할 때 기업인들은 우리에게 맡겨놓으면 모든 것이 잘 해결될 수 있는데 왜 정부가 이러쿵저러쿵 하는가라고 이야기한다. 시장은 가만히 놔두면 변동이 심한데 기업인들이 무슨 재간으로 그 변동을 바로잡나.

 시장에서 발생하는 소득의 일차 배분은 굉장히 불공평해서 사회의 불안을 야기하고 사회를 파괴할 수 있을 정도의 위협을 주고 있다. 기업인들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가 보호해줘야 한다.

 상품 시장은 자유롭게 만들어 놓고 다른 요소 시장을 제어하면 거기서 불균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요소시장이라는 것은 자본과 노동시장인데, 자본시장은 자유롭고 상품시장도 자유로운데 노동시장만 규제를 해달라고 하면 자연적으로 분배 양상에서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양극화라는 말을 수도 없이 많이 했다. 계속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말만했지 이 양극화를 어떻게 고치겠다고 처방을 내는 정치집단이나 정부 시책이 전혀 없다.

 이래서 국민에게 정치권이나 정부가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 이 상태가 지속돼서 아무런 제도의 변화를 갖지 않고 계속 가게 되면 결국 선동가가 출현하거나 사회가 붕괴되는 모습을 볼 수밖에 없다.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다소 어렵지만 제도적으로 방도를 강구하는 것이 정부와 정치권의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경제 민주화라고 이야기하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도 안하면서 경제 성장에 지장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저는 거꾸로 이야기한다. 경제 민주화를 제대로 해서 모든 경제주체가 공정한 룰에 입각한 경제활동이 허용되지 않는 이상 절대로 경제는 활성화될 수 없다.

 지금 정부가 하는 식으로 돈 찍어서 대기업에 주면 고용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지만 대기업에 돈이 없어서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다. 대기업이 투자를 하면 할수록 실업은 더 양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 첨단기술에 투자를 하는데 엄청난 수의 노동력을 시장에서 몰아내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 민주화를 제대로 도입해서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나 경제부처 장관들이 세계회의에 가면 회의석상에서 포괄적 성장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귀국해서 보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을 해서 그런지 전혀 깜깜한 불통이 되고 만다.

 우리 국민들의 희망 없는 현 상황을 바꾸어주기 위해서는 시스템 자체를 바꾸기 위한 제도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경제 민주화를 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한꺼번에 금방 다 할 수는 없다. 최소한 초보적인 단계에서라도 경제 민주화를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경제주체들의 생동감을 일으킬 수 있고, 경제주체의 생동감이 일어나야 경제가 활성화됐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과거에 IMF를 겪었을 때에도 똑같은 상황을 이야기했는데, 돈을 자꾸 풀어서 빚을 늘이면 그 순간에는 경제성장이 수치로 나타난다. 하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해결할 방법이 안 나온다. 이런 이유로 발생한 것이 지난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다.

 30년 동안 실질임금이 1%도 안 오를 정도로 미국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그러다보니 결국 신용을 얻으러 간 것이다. 기업에 가서 돈을 꿔다가 생계를 유지하고, 그 상황이 일정기간 가다 보니 결국 나중에 터져버린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전기료 누진제 때문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서 제도라는 것이 새로운 시대와 감각에 맞게 변화해야 하는데 못한다. 못하는 이유는 경제세력의 정부 경제정책 운용에 대한 영향력이 지나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큰 사람들의 목소리는 정책에 반영되고, 작은 사람의 목소리는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제도를 가지고서는 효율을 가져올 수 없다.

 지난 세월과 비교를 해보면 각기 정권마다 경제성장률이 1%씩, 1%씩 떨어져 왔다. 경제 규모가 커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자체가 우리경제의 효율을 같이 추락시키면서 일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경제 민주화를 이야기하면 저 사람은 무엇 때문에 저것에 몰두하는가, 이야기하는 분도 계시다. 그러나 제가 7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나가는 길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일본을 벤치마킹해서 상당히 성공했는데 일본의 실패하는 과정까지 똑같이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아베노믹스의 실패원인을 일본은 일본경제의 구조개혁을 근본적으로 할 수 없는데서 찾고 있다. 왜 구조개혁을 못하는가. 일본 재계의 힘이 막강해서 아베가 제도를 만들지 못하고 그저 말로만 이야기하니까 관철되지 않는다.

 현재 한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정체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의 모든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운용되는 경제가 50년 동안 변한 것이 없다. 똑같다. 관료가 경제정책을 다루는데 있어서 재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전혀 하지 않는다.

 실례를 들어보면, 제가 1990년에 우리나라 30대 재벌에 부동산 오천만평 이상을 자진매각 시켰다. 부동산 투기가 온통 일어나서 자살소동이 나고 난리를 치는데도 막상 그 문제에 관여해야할 부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불이 났는데 불을 빨리 끌 생각은 하지 않고 불 끄는 방법만 연구하고 있다. 다 타고 난 다음에 그 방법이 나와서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말이다.

 세금으로는 부동산 투기를 절대 잡지 못한다.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부동산을 얼마든지 사도 괜찮다는 전제가 서지 않으면 세금을 활용해봐야 소용이 없다. 다른 나라의 예에서도 느껴봤다. 결국 직접적인 방법으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는데, 담당부서가 안하니까 할 수 없이 욕을 먹더라도 청와대에서 직접 관장했다. 그때서야 자진매각이라는 형태로 팔고나니까 결국 수요는 없고 공급이 늘어나서 부동산값이 진정되는 과정을 체험했다.

 실질적으로 포괄적 성장을 하려면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한다. 그것이 나오는 곳이 국회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몇 가지 경제에 관한 법안을 낸 것을 보면, 제가 지금 여기서 설명한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법안들이다.

 그런데 그 법안들이 과연 국회를 통과해서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 법안으로 둔갑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를 갖고 있다. 최근 미국도 과거의 의회와는 달리 금융위기 이후에 금융 안정을 위해서 금융을 규제하고 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을 하자고 이야기하고, G20의 1차, 2차, 3차 회의까지는 상황이 급하니까 금방 금융규제법이 만들어지고 금융 감독을 위한 강화된 법이 만들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의회에 가니까 그게 안 되는 것이다.

 월가의 의회에 대한 지배력이 너무 강하니까 안 된다는 이야기다. 무서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데 결국 미국의 중산층이 자각해서 정치적인 압력을 행사하기 이전에는 그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번 미국 대선에서 샌더스 돌풍이라든가 트럼프 돌풍 같은 형태가 발생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의 경우도 똑같다. 경제 민주화는 하지 않으려야 안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가 이렇게 갈등구조로 분열이 돼서 가게 되면 결과가 어떻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런 상황까지 기다렸다가 할 것인가, 아니면 그러한 상황이 도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전에 정치권이 자각해서 하느냐, 이 두 가지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험악한 상황이 오기 전에 사회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겠는가.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강조를 드린다. 경제 민주화라는 것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효율을 극대화시키고 사회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데, 이 제도적 장치를 하지 않고서는 결코 경제가 활성화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 민주화와 경제 활성화는 동시적인 것으로 생각을 하셔야한다. 경제 민주화가 경제 활성화에 배치되는 개념인 것처럼 생각을 하지 말아 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리면서 강의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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