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총수일가가 해외에서 구입한 명품을 관세를 내지 않고 국내로 밀반입했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총수일가들이 해외에서 명품을 무관세로 들여오고 내용을 알 수도 없는 물품을 특별관리품목으로 해 비행기에 반입해 들여왔다면 이는 '물컵 갑질'을 넘어선 새로운 국면의 문제가 된다. 관세포탈에 횡령, 항공보안법 위반 등 다양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저녁 JTBC 방송은 대한항공 회장 일가의 화물을 특별관리하면서 항공기 부품이라고 세관에 신고한 뒤 무관세로 국내로 들여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대한한공은 DIP라고 외교행낭을 뜻하는 코드명 아래 KIP라고 적은 수하물을 세관에 항공기 부품이라고 신고한 뒤 운송료나 관세도 내지 않고 들여왔다는 것. KIP는 조양호 회장 일가를 지칭하는 코드명이다.
SBS도 이날 대한항공 현직 조종사의 말을 인용해 조양호 회장 가족이 대한항공 여객기를 택배 서비스처럼 이용해왔다는 증언을 보도 했다. 대한항공의 한 조종사는 양배추나 체리 같은 외국산 식품까지 승무원들이 실어 날랐고 특히 어떤 물건이 비행기 안에 실리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항공 보안에도 심각한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한항공의 한 직원이 언론에 공개한 글에는 "총수 일가 여성들은 해외에서 다양한 쇼핑을 즐긴 후 해당 지역 대한항공 지점에 쇼핑한 물건을 던지고 이후 쇼핑품목은 관세 부과없이 평창동 자택까지 안전하게 배달된다. 명품 가방부터 가구, 식재료까지 매우 다양하다. 물건 구입시 회사 경비가 사용되진 않았는지 물건을 반입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불법 행위가 자행됐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밀반입 루트로 지목된 '공항 상주직원 통로'는 공항에서 일하는 수많은 직원이 드나들고 있지만 일반 입출국장처럼 엄격한 밀반입 검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 언론에 제보한 대한항공 직원들의 주장이 공통으로 지목한 밀반입 경로는 바로 공항의 상주직원 통로다.
상주직원 통로에는 세관 요원은 없다. 관리 주체가 관세청이 아닌 인천공항공사이고 세관 검사보다는 보안 검색이 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공항의 한 관계자는 "만약 밀수가 상습적으로 이뤄졌다면 대한항공 지상직을 통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수의 직원을 동원해 각자에게 소량의 물건을 들려 보냈다면 한 번에 많은 물품도 들여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현재 한진 일가의 관세 포탈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조양호 회장 부부와 조현아·원태·현민 등 3남매가 최근 5년간 해외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확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