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강 '체육계 성폭력, 국민 눈높이 맞게 수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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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강 '체육계 성폭력, 국민 눈높이 맞게 수정할 것'
  • 심순자 서울본부/사회부차장
  • 승인 2019.01.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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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빙상 조재범 전 코치 심석희 성폭행 파문 관련 브리핑에서 후속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국가대표 시설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태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해 죄송하다. 선수들이 이런 야만적인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의 성폭력 피해 사건과 관련해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사과의 뜻을 밝히고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책 마련을 약속했다.

 노태강 문체부 제 2차관은 9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심석희 사건에 관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지도, 보호하지도 못한 정책 담당자로서 선수와 국민에게 사과를 드린다”며 “이번 사건은 그동안 정부와 체육계가 성폭력 사태 예방을 위해 마련한 대책이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관련 규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체육계 전수조사와 가해자 영구제명 처벌 강화 등 성폭행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성폭력 관련 징계를 받은 지도자는 국내는 물론 해외의 체육관련 단체에서 일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노 차관은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해 영구제명 조치 등 체육관련 단체 종사를 원천 금지하는 규정을 오는 3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라며 “혐의가 확정된 지도자의 경우 해외 체육단체에도 종사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성폭력 가해자의 혐의가 확인되는 즉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가올림픽위원회(NOC), 국제경기연맹(IF)과 협조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노 차관은 “국제 체육단체에 통보를 하고 협조를 요청한다면 해당 국가에서 가해 지도자가 활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러한 방안을 추진하는 사례는 우리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성)폭력 등으로 국내 체육계에서 징계를 받은 지도자라도 해외에서 코치나 감독으로 활동하려는 사례가 있었다. 심석희를 폭행해 상습상해 혐의로 법정 구속된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가 대표적이다. 그는 폭행 문제로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영구제명된 뒤 중국 대표팀에 합류하려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심석희의 변호를 담당하는 법무법인 세종은 8일 “조 전 코치가 심석희를 미성년자 때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했다는 진술을 선수로부터 들었다”며 “지난달 17일 이 혐의로 조 전 코치를 추가 고소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3월까지 성폭력 등 체육단체 비위근절을 위한 체육단체 전수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조사는 시민단체나 전문가 등이 중심이 된 외부참여형으로 담당자를 구성할 계획이며 문체부와 체육계가 필요한 사항을 지원할 방침이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의 회원종목단체를 대상으로 한 1차 조사를 마친 뒤 연말까지 시도체육회의 시군구체육회에 비위 조사도 추진된다.

 노 차관은 “비위가 드러난 체육단체의 경우 사안에 따라 대한체육회나 대한장애인체육회의 회원단체 자격을 박탈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촌 합숙훈련 개선과 안전한 훈련 환경 조성, 성폭력 등의 예방책 마련도 포함됐다. 이는 심석희의 변호인 측이 “범죄행위가 일어난 장소에는 한국체대 빙상장 지도자 라커룸과 태릉·진천선수촌 빙상장 라커룸 등 국가가 관리하는 시설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담긴 내용이다.

 문체부는 우선 국가인권위원회에 성폭력 등을 포함한 체육계 인권 문제에 대해 실태조사를 의뢰하고 이에 따른 후속 조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또 선수와 지도자, 심판, 경기단체 임원 등을 대상으로 인권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인권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선수촌에서 합숙생활을 하는 엘리트 선수들을 위해서는 선수촌 내 인권상담사를 상주시켜 고충을 상담하고 선수들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다. 합숙훈련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개선하기 위한 ‘인권관리관’ 제도도 도입한다.

 문체부가 운영하는 ‘스포츠비리신고센터’에는 ‘체육분야 성폭력 전담팀(TF)’도 추가된다. 이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인권 전문기관에서 전문가를 추천 받아 구성한다. 성폭력 피해자의 신고가 접수될 경우 피해 사실 확인부터 법률상담, 수사기관 고발, 피해자 정서 회복 프로그램 지원 등이 일률적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노 차관은 “체육계나 문체부 주도로 체육계 성폭력 문제를 조사할 경우 사실 왜곡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외부 민간 전문가가 조사를 주도하고 문체부와 체육계는 이에 필요한 내용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대표 훈련시설 내 선수 관리 체계를 재점검해서 보다 안전한 훈련 시설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미 상습상해 혐의로 법정 구속된 조 전 코치는 변호인을 통해 성폭행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 차관은 “현재 경찰이 이와 관련한 수사에 착수했다”며 “오늘 발표한 대책은 이번 사태의 사실 관계와는 별도로 앞으로 진행될 정책의 방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체육계가 워낙 폐쇄적이고 위계질서로 움직이는 구조라 선수들이 인생을 걸지 않고서는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 어렵다”며 “성폭력 등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체육계가 아닌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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