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강원도 산불피해 지역인 고성군을 찾아 이재민들에게 허리 숙여 사과했다. 형사적으로는 책임이 없다 해도 민사적 책임은 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사장은 24일 토성면 행정복지센터(면사무소)에서 이재민들을 만나 고성산불과 관련 “한전 설비에서 발화된 것에 죄송하다”며 사과한 뒤 “수사결과 형사적인 책임은 없다 할지라도 민사적으로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이재민에게 사과한 것은 지난 4일 고성산불이 발생한 지 20일 만이다. 화재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김 사장은 귀국하자마자 지난 5일 속초 한전지사 ‘산불피해종합상황실’을 찾았고 10일에도 속초를 찾아 피해지역을 둘러봤다. 하지만 이재민들에 대한 사과나 피해 보상에 관한 얘기는 없어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1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고성군 토성면 한 주유소 앞 전신주 고압 전선이 강풍에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한 ‘아크(arc) 불티’가 산불로 이어졌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자 뒤늦은 사과에 나섰다. 전신주와 전선 등 송배전 설비 관리는 한전 소관이다.
김 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 “결과가 나오면 대책위, 지자체와 협의해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합당한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며칠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감정 결과를 통해 한국전력이 관리하는 설비, 아크 불씨가 화재의 원인이 됐다는 발표가 있었다”며 “(이번 산불이) 한전 설비에서 산불이 비롯됐다는 점에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김 사장의 사과에도 산불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은 “한전 책임이 명백하다”며 한전의 과실 인정, 배상 책임 등 명백한 입장 발표를 요구하며 강력히 항의했다.
한 이재민은 “배상에 대한 모든 약속은 문서로 남기라”고 주장했고 또 다른 이재민은 “사망자 유족에 대한 사과는 없느냐”고 김 사장의 사과 태도를 비판했다.
이에 김 사장은 “모든 것은 다 서류로 남기겠다”고 했고 “별도로 유가족들을 만나 사죄 드리겠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 4일 고성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산림 700㏊가 소실됐고 주택 518채가 불에 탔다. 이재민 1072명은 한전 속초연수원 등 임시주거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