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장기미제 사건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56)가 살인 14건과 강간·강간미수 30여건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2일 오전 화성연쇄살인사건 백브리핑을 열고 “이씨가 현재까지 총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강간·강간미수를 자백해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이씨의 기억이 단편적이고 사건에 따라 범행 일시, 장소 등에 기억의 정도가 편차가 있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춘재는 지난주부터 경찰에 화성연쇄살인사건 9건을 비롯해 추가로 살인 5건 등 총 14건의 범행을 벌였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범행 5건은 화성 사건 전후 일어난 3건의 미제 사건과 청주에서 저지른 2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에 투입한 프로파일러들이 이씨와 ‘라포(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제시한 게 자백 계기가 된 것으로 본다”며 “지난주부터 이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자백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춘재가 군대를 제대한 지난 1986년부터 1994년 청주에서 처제를 살해하기까지 기간에 추가 범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화성과 청주 일대에서 일어난 유사 사건과 이춘재의 연관성을 수사해왔다.
강간, 강간미수 사건 30여건도 경찰이 특정한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임의성이 있는 진술을 하고 있는데 오래된 일이기 때문에 개별 사건에 대해 사건 기록 등을 확인하는 단계”라면서 “진술이 구체적이어야 다음 수사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국과수로부터 4차 사건 현장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가 이씨와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재 다른 증거물에 대해서도 추가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주에 4차 증거물과 관련한 통보를 구두로 받았고 자백에 증거물을 활용하진 않았다”라면서 “어디서 검출됐는지 등 수사 사항에 대해선 공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앞서 화성연쇄살인사건 5차, 7차, 9차 등 현장에서 나온 증거물에서 이춘재의 DNA가 검출됐다. 경찰은 이춘재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것으로 보고 프로파일러를 투입하는 등 그를 상대로 9차례에 걸쳐 대면 조사를 실시했다.
추가 범행 사실을 자백함에 따라 경찰은 이씨의 진술 신빙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